여성의 날, 삭발·농성을 택한 여성비정규직

동국대 삭발식, 연대 농성 50일, 세브란스병원 투쟁 돌입

연세대학교 청소, 경비, 주차 노동자들이 구조조정 철회를 요구하며 농성한 지 50일째다. 동국대 청소노동자 18명은 집단 삭발식을 연다. 세브란스병원 청소노동자들은 노조 탄압 저지를 위한 투쟁에 돌입한다. 이들은 주로 여성으로 이뤄진 대학, 병원 시설관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3.8 여성의 날, 싸움을 택할 수밖에 없는 여성비정규직의 현실은 계속되고 있다.


연세대, 노조에 후퇴안 제시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역공공서비스지부(서경지부)는 8일 연세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조조정 철회를 촉구했다. 연세대는 올해 시설관리 정년퇴직자 31명의 자리를 충원하지 않고, 인력 감축을 강행하고 있다. 연세대가 결원 자리에 아르바이트노동자를 대체하자 사회적 비난 여론도 일었다. 연세대 측은 설 연휴 직전 서경지부와의 교섭에서 알바 투입을 철회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노조에 따르면, 산학협동관, GS칼텍스관에는 아르바이트노동자 4명이 아직 청소 업무를 대신하고 있다. 지난 11일 노조는 연세대 측에 8명 신규채용안을 전달했지만, 연세대 측은 건물 철거, 리모델링을 이유로 7명 채용을 고수했다. 지난 25일 연세대 측은 정년퇴직자가 아닌 구조조정 대상자 5명도 전일제 2명으로 전환하는 퇴보한 안을 꺼내기도 했다.

서경지부는 8일 연세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8일)은 세계 여성의 날 110주년이다. 여성들은 110년 동안 여성 권리를 위해 싸워왔지만, 한국 사회의 여성 노동자들은 여전히 살 만하지 못하다”며 “지난해 연세대는 청소노동자들이 최저임금보다 890원을 더 받았는데, 이 비용이 많다며 구조조정을 강행했다. 3시간짜리 알바를 투입해 나쁜 일자리를 양산하고 기존 노동자의 업무를 가중하고 있다. 연세대 김용학 총장이 진정으로 여성을 대우하는 사회학자라면 사과와 함께 인원감축을 철회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경자 연세대분회장은 “10년 전 연대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기 전까지만 해도 관리자들의 성희롱, 성추행은 심각했다”며 “관리자들에게 곰국까지 끓여 대접해줘야 했던 부조리함을 노조를 통해 근절시켰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 연대는 비용절감 들먹이며 가장 밑바닥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 먼저 학교 밖으로 내쫓았다. 오늘 아침에도 김용학 총장을 만나기 위해 조찬기도회까지 쫓아갔지만, 총장은 경비의 보호를 받으며 도망갔다”고 비판했다.

  여성 청소노동자가 '저임금'이라고 적힌 풍선을 터뜨리고 있다.

삭발 택한 동국대 여성 청소노동자

동국대학교 청소노동자 18명은 8일 오후 5시 삭발식을 연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동국대분회는 “청소노동자들의 눈물이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해 18명이 삭발에 나선다”며 “이제는 단순히 청소노동자 인원 충원을 넘어 전체 청소 노동자들의 노동인권 개선의 문제로 끝까지 공동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국대 청소노동자 47명은 구조조정에 맞서 총장실 앞에서 39일째 농성 중이다.

[출처: 민주일반연맹 서울일반노조]

동국대 역시 연세대와 마찬가지로 인건비 인상을 이유로 정년퇴직자 8명의 일자리를 감축하겠다고 노조에 통보했다. 이 자리에는 단체협약상 노조추천권으로 채용 면접이 예정돼 있던 8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학교는 채용을 시도조차 하지 않고 ‘학생 알바’를 투입했다. 아르바이트는 ‘근로장학생’ 명목이었고, 시급 15,000원 하루 2시간짜리 초단기 고용 형태였다.

동국대는 ‘민주노조 탄압 전문 용역업체’도 불러들였다. 동국대는 복수노조 사업장인데, 민주노총 조합원이 90%를 차지하는 구역에 태가비엠 업체가 맡도록 했다. 반면 민주노총 조합원이 적은 구역은 경비 용역을 주로 맡던 그린씨엔에스라는 회사가 맡았다. 업체 선정에는 ‘파업 조치 계획 등 노무관리’라는 심사 항목도 있었다. 업체들이 제시한 근로계약서는 최저임금에 맞춰졌다. 민주노총 동국대분회는 수년간 임금협약을 통해 최저임금보다 나은 임금을 받았던 노동자들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반발했다.


세브란스 청소노동자 “사람답게 살려고 민주노조 만들었는데…”

같은 날 오후 1시 서경지부 세브란스병원분회 청소노동자들도 세브란스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태가비엠 용역 퇴출 투쟁 선포를 알렸다. 동국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태가비엠을 ‘노조 탄압 전문 업체’라고 불리는 데는 태가비엠이 세브란스병원에서 보인 행위들 때문이다.

노조에 따르면, 태가비엠은 2016년 6월 세브란스병원 용역으로 들어와 지속해서 민주노총 탈퇴 공작을 벌였다. 신규채용 면접에 한국노총 가입서를 쓰게 하는 한편, “수당 올려줄 테니 민주노총 탈퇴하라” “민주노총에 있으면 재계약할 수 없다”고 직접 회유하기도 했다. 태가비엠의 부당노동행위는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다.

여성 노동자들은 “탈퇴 협박만이 아니었다. 출근 후 청소 준비를 마치고 청소도구함 공간에서 커피를 마셨다고 경위서를 강요했고, 관리자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노동자 휴게실 문을 벌컥벌컥 열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업체가 현재까지 업무 공간 전환 배치로 여성 청소노동자를 괴롭히고 있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사람답게 살고 싶어 만든 민주노조를 파괴하려는 용역업체 때문에 세브란스병원 청소노동자들의 지난 2년은 지옥 같았다”며 “병을 고친다는 병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오히려 병드는 현실을 그대로 둘 수 없다. 세브란스병원뿐 아니라 고려대안암병원, 동국대학교 등에서도 이름난 태가비엠이다. ‘악질 용역업체’ 퇴출을 위한 세브란스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광화문 광장에서 3.8 전국여성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여성노동자대회엔 노동자, 시민 등 약 1천 명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