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교사 절반 성폭력 경험…가해자 74%가 교장 등 관리자

“고용불안으로 문제 제기도 못 해”

기간제교사 절반 이상이 학교에서 젠더폭력을 경험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전국기간제교사노조, 기간제교사 정규직화를 지지하는 공동대책위원회가 3월 15일부터 23일까지 전국 기간제교사를 상대로 성폭력, 성희롱 피해 실태조사를 했다.

조사결과, 기간제교사 54.8%가 성폭력이나 성희롱을 당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기간제교사 14.3%는 본인의 의사에 반한 성관계, 또는 심각한 수준의 성추행을 당했다. 또한, 40.2%는 ‘직위를 이용한 성적 언동 등으로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요구에 대한 불응으로 고용상 불이익을 당했다’고 답했다. 주위 기간제교사에 대한 젠더폭력을 목격한 적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40.2%에 달했다.


아울러 가해를 저지른 주체의 73.6%가 교장, 부장교사 등 관리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관리자 중에서도 ‘교장 등 관리자’가 48.3%로 가장 많았고, 부장교사가 25.3%로 그다음이었다. 기간제교사들은 설문을 통해 “교장이 회식 자리에서 성적 농담, 입맞춤, 포옹을 일삼았다”, “사립학교 교원채용 과정에서 교장이 여성 교사 지원자에게 단둘이 저녁 식사를 하자고 했다”, “부장교사가 회식 때 노래방에서 엉덩이를 만졌다. 이를 알렸더니 가해자가 업무상으로 제재를 가했다”고 증언했다.

한편, 응답자의 61%가 젠더폭력을 당한 경우 ‘재계약 상 불이익을 이유로 참고 넘어갔다’고 답했다. 17.4%는 ‘주변 시선이 두려워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응답자의 55.4%는 해당 학교 내부 성폭력 고충처리실이 실효성이 없다고 답했다. 피해호소인이 성폭력 문제를 제기하면 학교 내부에서 심의위원회가 꾸려지는데, 이 심의위원회의 장을 교장 혹은 교감이 맡기 때문이다. 기간제교사노조는 학교에서 독립된 성폭력신고센터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기간제교사노조는 “기간제교사에게 일어나는 성폭력은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구조적인 차별 속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이처럼 학교 현장에서 기간제교사들이 빈번하게 성폭력을 당하고 있음에도 그동안 정부는 대책 마련은커녕, 실태조사를 한 적도 없다”고 지적했다.

박혜성 기간제교사노조 위원장은 “학교 관리자들이 6개월 또는 1년짜리 계약직인 기간제교사의 신분을 이용해 성폭력을 저지른다”며 “기간제교사는 성폭력을 당해도 고용불안을 이유로 맞서 싸우기 힘들다.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간제교사 정규직 전환 배제를 즉각 철회하고 정규직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7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서 기간제교사를 전환 대상에서 제외한 바 있다.

민주노총 봉혜영 부위원장(민주노총 여성위원회 위원장)은 “기간제교사의 성희롱, 성폭력 문제는 비정규직이라는 구조적 모순 속에서 발생했다”며 “여성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현장을 만들려면 고용안정이 먼저 이뤄져야 하고, 이 점에서 기간제교사노조의 정규직화 요구는 당연하다”고 말했다.

기간제교사노조는 △기간제교원 임용권은 학교장이 아닌 교육감이 행사할 것 △기간제교사의 정규직화 △제대로 된 성폭력 신고센터 조성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 보호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온라인을 통해 이뤄졌으며, 기간제교사 112명이 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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