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자회사 비정규직 사망…“2인1조였다면 상황 달라”

작업 중 뇌출혈…실적압박 시달려

SK브로드밴드 홈앤서비스 노동자가 설치 수리 중 뇌출혈로 지난 29일 사망했다. 고인은 민주노총 서울본부 더불어사는희망연대노동조합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 조합원이다.

  사고 현장 [출처: 민주노총 서울본부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

피해 노동자 이 모 씨(38세)는 4월 26일 대전 지역 한 아파트 계단 IDF함에서 층 포트 연결 작업을 하던 중 쓰러졌다. 이날 오후 4시 40분경 아파트 이삿짐센터 직원이 쓰러져 있던 A씨를 발견해 병원으로 후송했다. 하지만 병원 측은 출혈 양이 많아 조치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초동 대응이 늦었다는 것이 노조와 병원의 판단이다. 노조는 A씨가 오후 4시에서 4시 30분 사이에 혼절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2인 1조로 작업하고 있었다면 곧바로 조치해 A씨를 살릴 수 있던 상황이었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노조는 보도자료를 통해 “노조는 지난해부터 SK브로드밴드에 2인1조 작업을 요구했으나, 사측(당시 협력업체, 현재 SK브로드밴드 홈앤서비스)은 이를 묵살해 왔다”며 “또한 사측 관리자가 노동자들이 있는 카카오톡 그룹 채팅방에 실적 점수를 지속적으로 공개하는 등 실적 압박이 사고를 불렀다”고 주장했다.

  홈앤서비스 관리자는 노동자 단체 카카오톡방을 통해 실적을 지속적으로 올렸다. [출처: 민주노총 서울본부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

노조에 따르면, 홈앤서비스는 지난해 7월부터 협력업체 노동자들을 편입(직접고용)한 이후에도 일방적인 평가기준을 만들었다. 홈앤서비스는 실적과 월별 인사평가를 통해 차등 포상하는 한편, 개통 총량 확대 프로모션으로 노동자에게 야간‧초과노동을 사실상 강요했다. 대전서부홈고객센터의 경우 다른 센터에 비해 과도한 업무역량(1시간 당 1건 처리)을 부여하기도 했다.

아울러 홈앤서비스는 지난 17일 산업안전교육 미실시와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미설치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으로부터 과태료 부과와 시정명령을 받은 바 있다.

노조는 “SK가 안전을 하찮게 여기고 실적만 추구해 벌어진 참극”이라며 “회사는 인원 부족과 실적 강요는 사고 위험을 높인다는 노조의 경고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노조는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사측은 지난 30일 “(개인의) 건강 상의 이유로” 노동자가 사망했다는 조의문을 공지해 산업재해 책임 회피 논란도 일고 있다. 고인의 장례식장에서도 사측 관리자가 “안전은 1차적으로 본인 책임”이라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회사가 밝힌 조의문 [출처: 민주노총 서울본부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


노조는 재발방지 대책으로 △2인1조 근무 △실적 강요 금지 △표준 업무 할당 △인원 충원 등을 요구했다. 노조는 2일부터 고인을 추모하고 SK를 규탄하는 행동을 펼쳐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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