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부, 첫 노조 간부 구속…건설 장옥기 위원장 경찰 출두

“어떤 공권력 와도 단결해 건설근로자법 통과시킬 것”

지난 3월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됐던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이 52일 만에 경찰에 자진 출두했다. 장 위원장은 경찰 출석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탄압에는 투쟁으로 돌파할 수밖에 없다”라며 “어떤 고난과 역경이 와도 건설 조합원들은 단결해 반드시 건설근로자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옥기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28일 건설노조 총파업대회 후 행진 과정에서 마포대교 남단을 점거했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 3월 13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장 위원장과 전병선 건설노조 전 조직쟁의실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구속영장 발부 후 이를 거부해 온 장 위원장은 ‘건설근로자법 개정’이 4월 국회에서도 무산되자 경찰에 자진 출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건설노조는 3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건설노조 사무실에서 ‘건설근로자법 개정 투쟁과 장옥기 위원장 거취에 대한 건설노조 입장’을 발표했다.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인 장옥기 위원장

장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19대 국회에서도 회기 종료로 무산되고, 20대 국회에서도 여야 이견이 없어 1번 안건으로 통과될 거라 기대했던 건설근로자법 개정안이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무산됐다. 자본가의 이익을 대변하는 법은 밤을 새워서 통과시키는 국회의원들이 노동자의 최소 권리를 위한 법을 파행시키고 있다. 정말 국민을 위한 국회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라며 “5월 임시국회에서 개정안 통과를 요구하며 감옥에 있더라도 함께 투쟁해서 노동자 주인되는 세상 만드는 데 역할을 하겠다”라고 밝혔다.

건설노조는 “건설노동자들의 총파업 상경투쟁이 교통체증으로만 부각되는 것은 부당하다”라며 “건설노동자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투쟁을 전개함에 있어 책임질 것은 책임지겠지만 집시법, 도로교통법 등 실정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과도하게 ‘중대범죄자’ 취급하고, ‘파렴치범’으로 호도하며 ‘사회적 범죄자’로 낙인 찍어 함부로 다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찰당국에 “‘엄정한 법 집행’을 말하기 이전에 건설현장을 비리 복마전으로 만든 건설 재벌과 기득권 세력들의 배임과 횡령, 각종 전횡과 갑질들을 외면하지 말라. 건설현장 어느 곳이든 보이는 것마다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하고 있으며, 근로기준법을 피해가고 있는데 이를 외면한 채 ‘엄정한 법 집행’은 국가 폭력에 불과하다”고 일갈했다.


이 자리에선 무리한 구속 수사에 대한 규탄도 이어졌다. 윤택근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민주노총 9기 집행부 들어서고 노조 활동으로 구속된 첫 사례가 된다”라며 “건설노동자들이 특혜를 달라는 양 막무가내로 탄압하고 있는 정부를 간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노총은 건설근로자법 개정안 통과와 장옥기 위원장의 석방 투쟁에 온 힘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도 울산에서 올라와 불구속 수사를 촉구했다. 김 의원은 “11월 28일, 마포대교가 막혔다고만 나왔지 국회 담장을 부여잡고 건설근로자법 개정안을 통과시켜달라 울먹이는 건설노동자들은 볼 수 없었다”라며 “정치권과 법원 등은 11월 28일 마포대교 행진에 대해 그 정당성을 분명히 인정해야 하고, 수사하더라도 불구속 수사해야 한다. 그것이 안 되면 민중의 재앙으로 생각하고 저 역시 앞장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건설노조는 건설근로자법 개정을 위한 6월 말-7월 초 총파업 상경 투쟁을 예고했다. 이영철 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은 “200만 건설노동자의 나아진 삶을 위해 6월 말-7월 초 총파업을 결의했다. 건설근로자법이 개정돼 산업재해가 적어지고, 임금체불이 사라지면 청년들이 현장으로 달려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수석부위원장은 “11년 전에도 1년에 600명씩 죽어가고, 지금도 600명씩 죽어간다. 명절이 되면 임금 체불 때문에 고공농성을 하고 점거에 들어갔는데 지금도 그렇다. 10년 전 조합원 평균 나이가 49살이었는데 현재 50살이 넘는다”라며 현장 실태를 설명했다. 건설근로자법 개정안은 △퇴직공제부금 인상 및 건설기계 전면 적용 △퇴직공제부금 전자카드제 시행 △체불근절을 위한 임금 지급 확인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40분간의 기자회견이 끝나고 장 위원장은 오후 2시 50분경 1층으로 내려와 경찰 호송차를 탔다. 수도권에서 모인 건설노조 조합원 100여명은 “위원장님 결의 따라 노동기본권 쟁취하자” “공안탄압 분쇄하고 인간답게 살아보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장 위원장의 자진 출두 현장을 지켜봤다.

한편 건설노조는 지난 10년간 120여 명의 간부와 조합원이 구속돼 ‘공안탄압’의 중심지로 꼽혀왔다. 2016년엔 공갈협박 혐의로 건설노조 15명의 노조 간부 전원이 유죄를 선고받기도 했으며, 경찰청은 ‘건설 현장 불법 행위 특별 단속 기간’을 선포하고 건설 현장의 집회 및 시위 등을 제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