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연대, 성폭력 피해 강제로 사건화하고 괴롭혀”

[운동사회 미투] 피해자 J씨, 노동자연대로부터 성폭력 2차 피해 사실 밝혀와

국내 좌파정치단체 노동자연대가 성폭력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입혀 고통을 받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를 <참세상>에 제보한 J씨는 2년 전 한 토론회에서 ‘15년 전 운동사회에서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가 노동자연대로부터 강제로 성폭력 피해가 사건화 됐고, 괴롭힘을 당하고 중상모략이라는 비난을 받았다고 밝혔다.

자신의 피해경험을 언급한 J씨

J씨가 참석한 토론회는 2016년 2월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성폭력 사건의 공동체적 해결 - 성인지적 객관성은 가능한가’라는 자리였다. 여성억압과 성폭력 문제 해결을 모색하기 위해 열린 이 토론회는 좌파정치단체 다른세상을향한연대(당시 변혁재장전) 등의 단체가 공동 주최했다. J씨는 이 자리에서 ‘노동자연대·대학문화성폭력 사건’ 피해자를 처음 보게 됐고 연대를 나타내고자 자신의 피해 경험을 언급했다. 당시 J씨가 토론회에서 발언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운동사회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저 스스로 보고 느꼈던 경험들이 있습니다. 이런 경험을 하면서 엄청난 혼란과 배신을 느꼈습니다. 이 경험이 특히나 고약했던 건, 운동 신입이고 소위 조무래기에 불과한 저 자신과, 상대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는 아주 중요하고 소중한 동지, 이런 구도 속에서 제 경험을 말하는 것 자체가 그 동지를 잃는 것, 괜히 조직을 흠집 내고 공동체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분란을 일으키는 행위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스스로 들었고, 결국은 말하지 못했고 자책했습니다. (...) 이 토론회도 이들의 용기가 이뤄낸 성과와 진일보 위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운동사회는 이렇게 용기 있게 문제제기하는 분들의 기여와 그 용기에 큰 빚을 졌고 이것을 갚아나가야 할 과제를 우리 모두가 함께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J씨는 발언에서 가해자의 이름이나 소속 단체, 구체적인 피해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 당시 발언에 대해 J씨는 ‘자신의 피해 경험과 상황을 떠올리며 운동사회 성폭력 피해자들이 얼마나 힘들었을 지에 대한 공감 속에서 지지의 마음을 드러내고자 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토론회 이후, 노동자연대는 해당 사건이 노동자연대에서 일어난 사건처럼 들릴 수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J씨는 2000년대 초 노동자연대에 가입했다가 2014년에 탈퇴하고 다른세상을향한연대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이와 함께 **정당, **환경단체 등 여러 운동단체에서도 활동한 바 있다.

  노동자연대 규율과분쟁조정조정위원회가 J씨에게 보낸 메일 일부

“신뢰하는 사람에게만 조사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토론회 며칠 뒤, 노동자연대는 공동주최 단체에 “J가 겪은 일이 노동자연대에서 일어난 것처럼 들릴 수 있으니 속기록에서 삭제하거나, 미확인 사실이라는 각주를 달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공동주최 단체는 J씨의 발언이 개인이나 단체를 특정했다고 판단할 수 없다고 간주해 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노동자연대는 J씨에게 ‘면담요청서’를 보냈다. 2016년 3월 5일 노동자연대는 ‘규율과분쟁조정위원회’의 명의로 J씨에게 이메일을 보내 “*** 씨는 노동자연대 회원일 때 단체의 주요한 활동가에게 성적으로 부당한 일을 당했음을 암시하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 (...) 변혁재장전 준비위원 전** 씨 역시 3월 4일 오후 4시 43분경 자신의 SNS에 *** 씨의 2월 29일 토론회 발언을 인용하여 또다시 노동자연대 단체 내에서 어떤 부적절한 일이 벌어졌음을 암시했다. 이에 노동자연대 분쟁위원회는 사건의 진실을 조사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성적 가해행위가 실제 존재했음이 밝혀진다면 해당 회원을 징계하고자 하오니 면담에 응해주시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3일 뒤 J씨는 노동자연대 측에 “제가 이 요구에 응해야 할 이유도 신뢰도 전혀 없다. 이런 전화나 메일은 제발 다시 받고 싶지 않다”는 메일을 보내 거절의 뜻을 밝혔다. 그럼에도 노동자연대는 J씨에게 문자와 전화로 재차 같은 내용을 요구했다. J씨는 “전화가 왔을 때는 통화할 이유가 없다고 바로 끊었고, 문자가 5번에 걸쳐 왔으나 모두 무시했다”고 설명했다.

이후에도 노동자연대 규율과분쟁조정위원회는 3월 10일 “*** 씨의 얘기를 다 들어 드릴 테니 면담에 응해 달라. 여성 동지들이 면담을 진행할 것이다. ‘신뢰가 없다’고 말씀했지만, 이 문제가 신뢰의 문제는 아니다. 언제나 신뢰하는 사람에게만 조사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메일을 보냈다. 12일과 14일에도 면담을 요구하며 가해자의 이름만이라도 알려달라는 메일을 발송했다. J씨는 “마지막 메일 이후 노동자연대로부터 더는 연락이 없어, 더는 괴롭히지 않을 것이고 문제가 일단락됐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J씨 사건을 이용해 “노동자연대를 넌지시 중상하는 것은 아닌지”

하지만 일단락 된 줄 알았던 사건은 1년여 뒤 또 다시 소환됐다. 지난해 여름, 노동자연대 소속 활동가가 쓴 <성폭력 2차가해와 피해자 중심주의 논쟁>(책갈피)이 논란이 되면서다. 당시 노동당 여성위원회, 불꽃페미액션 등 43개 단체와 927명의 개인은, 해당 책이 ‘노동자연대·대학문화성폭력 사건’ 피해자를 비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책 폐기를 요구하는 연서명에 나섰다. 당시 민주노총 여성위원회는 노동자연대 측에 성평등/반성폭력/여성노동권 관련 사업에 대한 연대 중단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이 같은 과정에서 노동자연대는 J씨의 사건을 거론하고 나섰다. J씨의 사건이 ‘중상모략’이라는 주장이었다. 박 모 노동자연대 운영위원은 그해 9월 14일, ‘노동자연대 비방 주도자 전**은 누구이며 왜 비방에 열심인가?’라는 글을 발행했다. 그는 글을 통해 J씨와 같은 단체에서 활동하는 전 모 씨가 J씨 사건을 이용해 “노동자연대를 넌지시 중상하는 것은 아닌지 합리적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박 운영위원은 “한때 노동자연대 회원이었던 이 여성(본 글의 J씨를 말함)은 2013년 말 전** 분파에 가담해 노동자연대 지도부를 비난하는 데 앞장선 인물 중 한 명”이라며 J가 “단체명을 특정해서 말하지는 않았지만, 앞뒤 맥락상 그 일이 노동자연대 내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이해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J는 ‘동영상 사건’과 관련한 노동자연대 비난 주장을 하는 맥락에서 자신도 같은 단체 내에서 피해를 당한 듯 암시했기에 더욱 그랬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J씨에 대해) 분쟁위는 먼저 단체 내부를 조사했다. 그런데 내부 조사 결과, J가 단체 내에서 성적 피해를 당했다는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고도 덧붙였다.

피해자가 원치 않은 강제적 사건화

J씨는 자신의 동의도 없이 노동자연대 기사에 피해 사례가 왜곡 돼 거론됐을 뿐 아니라 사적인 관계까지 다뤄진 것이 참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성폭력 피해 경험을 어렵게 꺼내놨는데 ‘조사에 응하지 않았으니 거짓말’이라는 비난을 받게 된 것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이후 J씨는 기사 삭제와 사과를 요구하며 노동자연대측에 여러 경로로 항의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우선 J씨는 지난해 9월 24일, 필자인 박 운영위원에게 전화를 걸어 문제를 제기했지만, 글을 내리거나 사과할 뜻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틀 뒤 박 운영위원은 문서를 통해 “신뢰 있는 기관을 통해 진실을 밝히자”며 10월 2일까지 답변해달라고 밝혔다. 하지만 J씨는 사건 자체를 공론화 할 의사가 없었다. 15년 전 사건을 공론화했을 경우 증거 부족을 이유로 자신에게 더 큰 피해가 돌아올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J씨는 “그동안 봐 왔던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노동자연대의 집요한 공격도 마음에 걸렸다”면서 “그럼에도 사건을 강제화하고 왜곡하는 글은 내려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때문에 J씨는 9월 30일 ‘강제적 성폭력 공론화와 잔인한 괴롭힘을 당장 중단하라’는 글을 게재하고, 노동자연대에 “당장 글을 내리고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기사는 삭제되지 않은 상태다. 올 2월에는 활동 현장에서 만난 노동자연대 여성문제 담당 활동가에게 단체 홈페이지 대문에 개제된 글에 대해 문제제기 하기도 했다. J씨는 “(담당 활동가는) ‘나는 모르는 일이다. 나한테 이러지 말라’며 외면하거나 무시로 일관했다. 3월에도 같은 활동가에게 다시 문제제기를 전달했지만 반응은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J씨는 “여전히 게시돼 있는 기사를 보면서 모멸감을 느꼈다”며 “올 초 미투운동이 시작되면서 더 이상 참을 수 없고 나도 미투에 나서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참세상>은 3일, J씨의 주장에 대한 사실관계 및 입장을 확인하고자 노동자연대에 전화 인터뷰를 요청했다. 이에 노동자연대는 대면인터뷰를 제안했고, <참세상>사무실에서 약 1시간 30분 가량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노동자연대는 기사 전문에 대한 사전 확인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므로 답변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참세상>이 J씨를 인터뷰한 내용이다.

- 2016년 2월 29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성폭력 사건의 공동체적 해결 - 성인지적 객관성은 가능한가’라는 토론회에서 성폭력 피해 경험을 밝혔다. 그 동기는 무엇인가?

이 자리에는 노동자연대·대학문화 성폭력 사건 피해자가 참석했다. 나는 그 피해자를 여기서 처음 보았다. 그래서 운동사회에서 겪은 나의 피해 경험을 말하며 미안함과 연대의 마음을 드러내고 싶었다. 물론 그조차 구체적이지 않았고 매우 간단하고 추상적 언급에 불과했다. 사건화할 용기와 자신감이 부족해 의식적으로 그랬던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와 청중들은 나의 발언에 공감의 박수를 보내줬다. 나도 큰 위안을 얻었다. 아무도 나의 발언 내용에 따져 묻거나 더 이상 궁금해 하지 않았던 점도 위로가 됐다.

그런데 노동자연대가 내 발언을 문제 삼았다. 그들은 또 내게 면담, 사실상 소환조사에 응하라고 요구했다. 내가 “은근히 노동자연대를 비방”했으니 “면담에 응하지 않으시면 (...) 주장의 진실성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 노동자연대가 자기 단체를 ‘은근히 비방’했다는 근거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모르겠다. 나는 2000년대 초에 노동자연대(당시 다함께)에 가입했다가 2014년에 탈퇴했다. 그러나 노동자연대 뿐 아니라 **정당, **환경단체 등 여러 운동단체에서 활동했었다. 그런데도 노동자연대는 ‘운동 초기에 그런 일을 겪었다니 노동자연대 회원일 때 그런 일을 당했음을 암시하는 것 아니냐’면서 소환 조사를 요구했다. 이것은 사건화할 각오가 없으면 성폭력 경험에 대해서 어디가서 입도 뻥끗하지 말하는 입막음이기도 하다고 느껴졌다.

- 노동자연대가 J씨가 신뢰하는 단체와 공동조사를 받게 하겠다고 한 제안은 왜 거절했는가?

거듭 밝히지만, 나는 이것을 사건화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서울대 토론회에서 내 발언의 요지 자체가 나는 사건화할 용기가 없지만, 다른 피해자들에겐 연대하겠다는 것이었다. 노동자연대는 나의 이 같은 의사를 거슬러서 토론회 공동주최 단체에 연락해 이 문제를 공동 조사할 것을 먼저 제안했다. 더구나 노동자연대가 그 동안 성폭력 사건을 제기한 다른 피해자를 어떻게 괴롭히고 고통을 주는지 봐 왔기에 조사에 응할 아무 이유가 없었다.

- 노동자연대는 J씨의 발언을 두고 ‘또 다른 중상모략’이라고 밝혔는데 왜 이런 입장을 가졌다고 생각하는가?

단지 자신들의 일방적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나를 거짓말쟁이로 몬다는 사실에 분노스럽다. 피해를 겪었다는 사람에 대한 공감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발언이 혹시라도 우리 조직에 흠집을 낼 것을 걱정하는 전형적인 조직 보위주의라고 생각한다. 이미 7년 동안 노동자연대·대학문화성폭력 사건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잘못을 계속 키우다 보니, 만약 우리 조직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면 뭐가 문제일까하는 성찰이 불가능해진 것 같다. 그리고 ‘우리 조직을 탈퇴한 사람이나 시기하는 사람이나 잘못된 입장을 가진 사람들의 복수나 음해’라는 프레임으로 모든 것을 보는 것 같다.

- 사건이 벌어진 것은 2016년인데 이 문제를 공론화하기로 결심한 것은 최근이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미투 운동이 터져나오는 걸 보면서, 이런 분위기라면 최소한 노동자연대가 이 글을 내리거나 수정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기사는 홈페이지 메인에 계속 게재돼 있었고 이를 도저히 참기 어려웠다. 미투운동은 여성들이 용기 있게 발언하면서 시작됐는데 노동자연대의 이 게시물은 입을 막기 위한 시도였고 그래서 더욱 견디기가 어려웠다. 미투운동을 지지한다며 기사를 쓰는 노동자연대가 더욱 위선적이라고 생각됐다. 운동사회 내에서 피해를 당한 경우에는 여성들이 훨씬 더 큰 배신감과 좌절감을 겪는다. 어디에서도 해결되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피해 여성들은 많은 경우 환멸을 느끼며 운동을 떠난다. 그러나 과연 이런 상황이 피해 여성 자신과 해당조직과 운동사회 모두에 옳은 일인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한번 더 문제제기를 하게 됐다.

- 성폭력 가해자도 접촉해보았는가?

15년 전 일이지만, 그때 일이 생생하다. 당시 가해자는 만취한 나를 택시에 태워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했다. 혹시 인정하고 사과할지 모른다고 생각해 연락해봤다. 처음엔 ‘기억나지 않지만 미안하다’고 하더니, 다시 전화를 걸어와 “녹음하겠다”고 밝히고 나서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을 힘주어 반복했다.
그리고 ‘떳떳하면 조사하자’ 운운했다. 법적 대응할 뜻을 비추며 위협했다. 짐작했던 대로지만, 큰 분노와 절망을 느껴 불면증을 겪고 악몽을 꾸고 있다. 성폭력관련 기관에도 의뢰해봤지만, 공소시효도 지난 너무 오래된 일이라 지금 사건화 했을 때 나에게 유리할지에 대해 답을 못했다.
서울대 토론회에서 내가 했던 발언처럼 운동사회에서 성폭력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는 걸 본적이 별로 없다. 피해를 호소한 여성이 결국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봐왔다. 일상이 완전히 무너지고 신상이 까발려지고, 되레 법정투쟁으로 돈과 시간을 낭비하며 보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 노동자연대에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노동자연대는 우선 나를 비난하는 해당 기사부터 당장 내려야 한다. 그리고 내가 원치 않았는데도 강제적으로 사건화하고 괴롭혔던 그 동안의 과정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더불어 오랫동안 고통받아 온 노동자연대·대학문화성폭력 사건 피해자에게도 사과하고 반성한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미투에서 드러나듯이 성폭력 사건은 어디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성찰하고 고치는 것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 진정한 용기이고 명예를 회복하는 길이라고 본다.


『노동자연대, 성폭력 피해 강제로 사건화하고 괴롭혀』 기사와 『노동자연대, 피해자 비난하며 가해지목인 해임』 기사에 대한 반론보도문

<참세상>의 위 두 기사는 실체적 진실과 다르며 동일 시점의 동일 사안에 대한 두 보도의 일관성도 결여되어 있다. 노동자연대 분쟁위(이하 분쟁위)는 2016년 초, 전前 회원 J의 공개적 피해 주장을 인지하고, ‘가해자가 회원이라면 징계하겠다’며 비공개로 J에게 진상조사 협조를 요청했다. 그때 J는 진상조사 협조를 거부했다. 그 후 2017년 9월 말 J는 A 당시 노동자연대 운영위원에게 전화해 A가 가해자라고 지목했다. 그러나 그 직후 다시 J는 1년여 전의 진상조사 협조 요청을 비판하며 사건화를 중단하라는 입장을 공개 표명했다. 이 때문에 분쟁위는 J에게 진상조사 협조 요청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참세상>의 첫 번째 기사는 이 중요한 사실, 즉 이미 2017년 9월 24일에 J가 가해자를 지목(특정)했다는 사실을 빠뜨렸다. 대신 첫 번째 기사는 J가 이때 박모씨에게 전화해 (그를 가해자로 지목한 게 아니라) 그가 쓴 글의 삭제를 요구했다고 사실과 다르게 보도했다. 그래서 해당 기사 발표 시점까지 J가 가해자를 특정하지 않았었는데도 마치 노동자연대가 “강제로 사건화”해 “성폭력 2차피해”를 입힌 듯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한 노동자연대가 운영위원회 입장 발표를 통해 관련 사실을 바로잡자 <참세상>측은 아무런 정정도 없이 후속 기사를 통해 이번에는 정반대 방향의 보도를 했다. J가 노동자연대 회원 한 명을 이미 가해자로 지목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이제는 (“피해자에게 함구” 운운하며) 분쟁위의 자체 조사를 문제 삼고 있다. 그러나 회원이 가해자로 지목된 이상, 분쟁위는 J가 조사에 협조하지 않더라도 마땅히 자체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 이것을 문제 삼는다면, 우리더러 사건을 묻으라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따라서 <참세상>의 보도가 도대체 사건 해결을 바라는 것인지 아니면 노동자연대 비판이 목적인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올해 초 분쟁위는 “증거 불충분에 의한 무혐의”, “추후 새로운 증거가 나올 시 재조사” 평결을 내렸다. <참세상> 기사도 노동자연대 운영위 문건 내용을 토대로 이 사실을 보도했다. “지난해 말부터 A 위원을 조사해 올 초 ‘증거 불충분에 의한 무혐의’로 판단했고, J의 진술을 뒷받침할 추가 증거가 나온다면 이 사건을 재조사할 수 있다는 평결을 내렸다고도 알렸다.” 그러나 노동자연대 한 운영위원이 <참세상>과의 인터뷰에서 이것이 무죄 평결이 아님을 누차 설명하며 강조했는데도, <참세상>은 이 부분은 쏙 빼고 편집해 마치 노동자연대가 무죄 평결을 내렸던 양하는 인상을 풍겼다.

J는 최근 <참세상>에 피해 사실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그러므로 분쟁위는 이를 새로운 증거로 보아 재조사하고 있다. 이번에는 노동자연대 운영위원회 자체가 가해지목인을 제소했다. 따라서 공정성과 투명성, 일관성을 위해 피제소인을 운영위원 보직에서 해임했다. 이를 “꼬리 자르기”라고 보도한 건 아무 근거 없이 곡해한 것이다.

<참세상>은 J가 올해 초 한 포럼에서 노동자연대 여성문제 담당자에게 (사건 처리) 진행상황을 질문했다고 보도했다. 이것도 허위사실이다. <참세상>은 J의 말을 이렇게 인용해 보도했다. “공개된 가판대에서 사람들이 다 듣도록 소리친 게 아니다. 포럼 시작 전 어수선한 가운데, 맨 뒷좌석에 앉아 있던 담당자에게 한 말이다.” 그러나 진실은 이와 다르다. 그 동안 분쟁위의 공식 요청을 거부해 왔던 J는 이때 사정을 모르는 평회원(여성문제 담당자 아님)에게 다가와 이렇게 크게 말했다. “박00[실명]에게 성폭행 당했다.” 이것은 공공장소의 불특정 다수 앞에서, 또한 J와 박00을 아는 개인들과 집단에게 이 사건과 가해 지목인 실명을 공개한 행위였다. 분쟁위가 비공개로 다룬 사건을 노동자연대 평회원들에게 알려지도록 한 것은 바로 J 자신인 것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사건화하지 말라”던 J가 실제로는 정반대로 행동한 모순을 노동자연대 한 운영위원이 인터뷰에서 지적한 것이다. 기사에서는 <참세상>측의 편견에 의해 그 진의가 곡해됐다. 노동자연대에 대한 부정확한 취재와 보도를 중단하기를 바란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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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어쩌면 세간에서는 관심 없는 사안인데, 참세상이 밝은 빛을 비추고 있네요. 썩은 곳을 정화시켜주시는데, 그만큼 이른바 진보 진영이 고유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운동권과 그 운동을 붙잡고 있는 이들. 참세상은 아직 그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하는 게 전달됩니다.

  • 보라

    피해자의 용기와 생존을 지지합니다

  • 익익

    노동자연대에서 J씨를 취조하려 했다는 건가요 아니면 해당 글을 보고 사건을 인지하고 일종의 참고인으로 증언해달라고 요청받은 것인가요. 제가 노연이라면 성폭력 가해자를 바로 회원에서 제명시켰을 겁니다. J씨 가해자가 누군지 밝혀서 운동판에 발을 못 붙이게 해야합니다.

  • 익명

    혼란스럽네요. 노동자연대에서 공개적으로 사건화한 적이 있었나요? 기사 내용만 보면 성추행 회원을 징계하려는 차원에서 증언 요청을 하신 것 같은데 오히려 이 기사가 사건화하는 기사가 아닐런지요. 물론 피해자께서 직접 나서셨으니 경우가 다르긴 합니다만.

  • 익명

    기사에 인용된 노동자연대 글 읽어보니 글 하단부에 j씨 사건 이야기가 있네요. 전xx씨가 떠들고 다니지 않았다면 그런 사건이 있었는지조차 모를 사건인데 전xx에 대해서도 취재해 주셨으면 합니다.

  • 좋은말로타이르기

    분명히 J씨는 노동자연대 내에서 성폭력이 있었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한데도 이미 탈퇴하여 회원도 아닌 J씨한테 몇차례나 소명을 하라면서 자신들 내부에서는 사건이 없었다고 하면서 J씨를 폄하하고 매도하고 괴롭히는 등의 2차 가해를 저지르는 노동자연대의 행태가 없었다면 J씨의 고발도 없었을 겁니다.

  • 좋은말로타이르기

    그리고 전XX씨가 떠들고 다니지 아녔다면? 어이 거기 당신, 익명에서 나오시죠? 문체 보아하니 대학문화,다함께 성폭력 사건 당시 당신들이 익명으로 각 운동단체,연구소 게시판과 성폭력대책위게시판에 도배질과 분탕질을 치면서 피해자를 폄훼하는 2차가해를 저지른거 그때 당시에 운동에 있었던 사람들 전부다 알고있는 사실입니다. 당시 민주노총 집행부 선거 당시에 2번 한상균 후보에 대해서 당신들도 지지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른 운동단체들도 이에 침묵했었다지만 이번에는 절대로 피해갈 수 없습니다. 양심이 있다면 피해자에게 그동안 당신들이 저질렀던 2차 가해에 대해서 제대로 사과하고 제대로 된 페미니즘 교육부터 받고 페미니즘이 제대로 반영이 된 강령부터 세우세요, 더이상 비겁해지지 말고요

  • [펌]

    〔정은희 <참세상> 편집장의 왜곡 보도에 대한 노동자연대 운영위원회의 입장〕
    진상조사 협조 요청이 성폭력 2차피해를 입힌 것인가?
    https://wspaper.org/article/20441

  • 전지윤

    위에 익명이라는 분이 ‘전xx씨가 떠들고 다니지 않았다면 그런 사건이 있었는지조차 모를 사건’이라고 하셨네요. 그건 노연의 주장일뿐이지 전혀 사실도 아니고 아무 근거도 없는데 아주 무책임하시네요. 노연 분들이 저에 대해서 아무 근거없이 비난하고 모독하고 막말하고 이러는 게 워낙 일상적이다보니, 이제는 다른 사람도 아무렇게나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그래도 제가 노연처럼 상대방을 고소하거나 언중위로 가거나 그러지 않고, 묵묵히 참고 듣고만 있을 것이니 무슨 문제냐 싶으신가요? 익명의 댓글이라고 이렇게 함부로 말해도 되는 건가요? 그동안 나온 피해자의 글이나 참세상의 기사만 정확히 봐도 님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게 명백합니다.
    피해자는 토론회에서 ‘내가 용기가 없어서 공론화는 못하지만 나도 운동초기에 성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말한게 전부입니다. 그러자 노연이 ‘그게 우리 단체에서 벌어진 것처럼 사람들이 짐작할 듯하다’며 피해자가 거부하는데도 4~5차례나 전화, 메일, 문자를 통해 괴롭힌 것이고, 그리고 1년반 후에는 가해자가 직접 피해자를 ‘중상모략하는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는 글을 써서 공론화한 것입니다. 그리고 노연도 그 글의 필자가 바로 가해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게 최근 밝혀진 것이구요.
    만약 노연과 가해자가 그런 식의 행동을 하고 글을 쓰지 않았다면 이 사건은 전혀 공론화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런데도 노연이 강제사건화를 한 게 아닌가요? 사실도 아닌 주장으로 저의 명예를 훼손하고 모독하며, 피해자를 더욱 고통스럽게 하고 싶으시면 실명을 밝히고 책임있게 하는게 맞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