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나는 사법농단에 다시 주먹 쥐는 KTX 해고승무원들

“13년을 기다렸다. 더 이상 기다리라고 하지 말아달라”

“2006년 파업으로 정리해고를 당했을 때도, 이 부당한 해고가 오래가지 않으리라 믿었습니다. 그런데 2015년 2월 그 춥던 날, 대법원 판결로 우리의 자부심은 짓밟혔고, 부당한 정리해고는 정당화되었습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우리의 친구는 세 살 딸을 남겨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때야 우리는 통탄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우리는 아직도 그 고통 속에 있습니다.” -KTX 해고승무원들이 6월 4일 발표한 대통령에게 보내는 호소문 중-

KTX 해고승무원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재판 거래 및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커짐에 따라 해당 판결의 피해자들이 대통령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이다.

[출처: 김용욱]

KTX열차승무지부와 KTX 해고승무원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4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촛불집회로 상식적인 세상이 될 것이라고 믿었지만, 철도공사는 ‘대법원 판결이 나서 어쩔 수 없다’라며 여전히 우리의 문제에 대해 귀를 막고 입을 닫았다. 다시 절망이 깊어지기 시작할 때, 양승태 대법원장이 판결을 거래했으며 KTX 승무원의 대법판결도 그중 하나라는 소식을 접했다”라며 “그래서 우리는 대법정에서 “우리의 지난 세월 돌려내라”고 외칠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 만난 우리의 고통에 책임을 져야 할 철도공사는 사과도 하지 않고 여전히 우리에게 ‘기다리라’고만 말한다”라고 사법부와 철도공사를 성토했다.

이들은 결국 “대통령께 호소할 수밖에 없었다”라며 “정규직으로 복직해야 한다고 했던 1심과 2심 판결 결과를 철도공사가 수용하고, 다시 KTX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출처: 김용욱]

김승하 KTX열차승무지부 지부장은 “사회 초년생이었던 저희가 어느새 비정규직, 투쟁의 상징이 돼 버렸다. 누구도 이런 인생을 원한 적 없다. 2004년 입사했을 때, 좋은 직장에 취업하게 돼 자랑스러웠고 부모님께서도 기뻐하신 자랑스러운 딸들이었다. 오늘날까지 거리에서 문제 해결을 바라면서 농성하고 있다”라며 “저희의 마지막 희망인 문재인 정부만큼은 더 이상 저희를 배신하지 말아달라.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이야기한 전향적으로 (KTX 해고 승무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그 약속, 꼭 지켜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출처: 김용욱]

같은 날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회,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등 노동법률단체를 비롯한 노동법률단체들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즉각 구속수사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우리 노동법률가단체 구성원들이 최악의 걸림돌로 꼽은 판결들이 결국 박근혜 정부와 거래를 위한 대법원의 야합과 협잡의 결과물이었음을 알고, 위 판결의 당사자 못지않게 가슴으로부터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넘어 수치스럽기까지 하다”라며 “사법부가 ‘최후의 보루’ 역할을 저버린 채 상고법원이라는 자신의 이득을 좇아 국정을 농단해온 박근혜정부를 위하여 서슴지 않고 자행한 극악무도한 반인권적 판결들은 다시 회복돼야 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판결들을 선고한 법관들은 단죄하고 두고두고 본보기로 삼아 역사에 기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TX승무원 판결은 위 노동법률단체들이 2016년 최악의 노동인권 걸림돌 판결로 꼽은 바 있다. 당시 노동법률단체들은 “실질적으로 근로자파견관계 내지 묵시적 근로계약관계를 인정함이 충분함에도 대법원이 ‘만연히 배척’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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