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주 민주노총 전 사무총장 국민참여재판 열려…12일 선고할 듯

‘최루액 물대포’ 위헌, ‘살수 경찰’ 유죄…민중총궐기는?

2015년 민중총궐기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구속된 민주노총 이영주 전 사무총장의 국민참여재판이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렸다.

최근 헌법재판소가 ‘최루액 물대포는 위헌’이라고 판결, 서울지방법원은 물대포를 운용한 경찰에 유죄를 선고하는 등 경찰의 공권력 남용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가운데, 이 전 사무총장에 무죄가 인정될지 주목된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다소 수척한 얼굴로 오후 2시 예정된 재판에 참석했다. 방청으로 참여한 한상균 민주노총 전 위원장 등 조합원들은 이 전 사무총장이 법정에 들어설 때 환호와 격려를 보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이들에게 가벼운 웃음을 보냈다.

신인수 변호인(법무법인 여는)은 재판이 시작되자, 민주노총이 왜 거리에 나설 수밖에 없었는지 시민 배심원에게 설명했다. 변호인은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미르, K스포츠재단을 통해 재벌 총수들로부터 돈을 받고 노동 개악을 밀어붙였던 점을 강조했다. 또한 2015년 한국의 고용안정성은 OECD 최하위, 연간 노동시간 1위, 최저임금 이하 노동자 비율 1위, 파견노동자 비율 1위였다는 실태를 설명하며 민중총궐기가 열린 배경을 전했다.

아울러 변호인은 당시 민중총궐기 집회 상황을 두고 △경찰이 민주노총과 협의 없이 집회를 금지 통고 △집회 시작 전 경찰이 차벽을 집회 현장에 배치 △최루액을 섞은 물대포를 고압 살수해 집회 참여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점을 들며 경찰의 공무집행이 적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법원 판례에 따르면, 집회 금지 통고는 ‘시위 참가자 수 제한, 시위 대상과의 거리 제한 등 조건을 붙여 집회를 허용하는 가능성을 모두 소진한 후에 비로소 고려될 수 있는 최종적인 수단’이다. 변호인은 이 판례를 들며 당시 경찰은 민주노총과 아무런 협의 없이 금지 통고했다고 지적했다. 변호인은 “교통 방해를 이유로 민중총궐기를 금지 통고했지만, 정작 사전 차벽 설치로 교통을 방해한 건 경찰”이라고 꼬집었다.

변호인은 “차벽이 ‘질서유지선’이란 점은 경찰도 인정한 사실”이라며 “집시법상 질서유지선은 ‘집회를 보호하고 시위의 장소나 행진 구간을 일정하게 구획하여 설정한 띠, 방책, 차선 등의 경계 표지’를 말하고, ‘은닉과 이동, 제거가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차벽은 은닉과 이동, 제거가 불가한 ‘질서유지선’이 아닌 ‘건물’이었다. 특히 재판부는 과거 권영국 변호사 등이 ‘유인 질서유지선’을 훼손한 사건을 두고 ‘집회 장소 내 질서유지선 설치는 적법한 공무집행이 아니’라며 1, 2심 무죄판결을 내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변호인은 지난 5월 31일 헌법재판소가 ‘캡사이신을 섞은 물대포 살수’는 위헌이란 판결로 경찰의 과오를 뒷받침했다. 최근 물대포를 운용했던 경찰 4명에 대해서도 유죄 판결이 내려진 점을 강조했다. 변호인은 머리에 물대포를 맞는 사진 여러 장을 배심원에게 보여줬다. 뼈가 부러진 집회 참여자를 후송하는 응급차에도 살수하는 장면도 설명했다. 변호인은 최루액에 ‘노니바마이드(PAVA)’란 물질을 포함, 과량 노출 시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강변했다.

반면, 검찰 측은 민중총궐기 경찰 대응은 적법했다고 주장했다. 차벽은 상황에 따라 설치했으며, 집회 참여자의 폭력성에 따라 물대포를 살수했다는 입장이다. 검찰 측은 백남기 농민을 사망케 한 물대포 남용은 인정하면서도, 당시 경찰 대응 전체가 위법한 것은 아니라고 항변했다. 또, 검찰 측은 민주노총이 2015년 한 해 동안 경찰에 신고한 행진 경로를 이탈한 경력이 있다며 금지 통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재판엔 시민 배심원 7명, 예비 배심원 1명이 참여했다. 재판은 12일 오전 9시 30분부터 재개될 예정이다. 12일 재판에선 이 전 사무총장의 최후진술, 배심원의 평결이 있고, 선고가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민주노총 “사법농단 일으킨 사법부, 민중총궐기에 죄 묻는 건 언어도단”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1시 서울지법 앞에서 이 전 사무총장의 석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노총은 “사법적폐 세력이 아직도 득실대는 사법부에서 오늘(11일) 민주노총 이영주 전 사무총장에 대한 재판이 열린다”며 “헌법유린 사법농단을 제 식구 감싸기로 비호하는 사법부가 공정한 재판을 진행하고 판단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민중총궐기 투쟁에 대해 촛불항쟁의 가치와 정신으로 한 역사적 판결이 사법농단과 적폐를 바로잡는 출발이 될 것”이라며 “특히 촛불 항쟁의 주역이었을 국민참여재판 시민 배심원의 정의에 입각한 용기 있는 판단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 전 사무총장이 속한 전교조의 조창익 위원장은 “이 전 사무총장은 세상을 바꿔낸 저항의 선두에 섰고, 그것이 법정에 서야 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며 “이 전 사무총장은 노동의 가치와 민주노총을 수호하기 위해 싸웠고, 수배 기간 동안 목숨 같은 교단을 빼앗겼다. 교단에서 아이들과 행복해야 할 그가 감옥에 있는 건 역사의 이율배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안드레아 조르제따 국제인권연맹 아시아국장은 “한상균 전 위원장 구속 때도 국제인권연맹은 (한국 정부의) 자의적 구금에 해당한다며 UN에 진정을 낸 바 있다”며 “이영주 전 사무총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이번 재판에 참관해 이영주의 구속이 국제 인권의 관점에서 유엔 자유권 규약에 부합하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