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올림 1천일, 문송면·원진 30년…삼성 포위 나선다

황상기 “문재인·김영주·이재용, 약속 안 지켜”

7월 2일은 15세 소년 노동자 문송면 군이 수은중독으로 사망한 지 30년,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를 해결하라며 시작한 반올림의 농성투쟁 1000일이 되는 날이다.

이에 따라 ‘문송면‧원진 노동자 산재사망 30주기 추모조직위원회(추모위)’,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은 오는 4일 ‘삼성 포위의 날’을 연다.


2017년 기준 한국의 산업재해 사망률은 OECD 1위. OECD 평균의 3배 수준이다. 매년 2400여 명이 산재로 사망한다. 기업 이윤만을 위해 노동자를 ‘재해 지옥’으로 밀어 넣은 한국 사회다.

앞서 1988년 7월 2일 문송면 군이 수은중독으로 사망, 같은 해 원진레이온 노동자 915명이 이황화탄소 중독으로 산재가 인정됐다. 이 중독으로 현재까지 230명이 산재 사망했다. 고 황유미 씨는 2007년 23세 나이에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반올림에 제보된 직업병 피해자 320명 중 118명이 사망했다. 이후 2016년 삼성과 LG 스마트폰 하청 공장에서 불법으로 파견된 노동자 7명이 실명했고, 같은 해 구의역에서 홀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열차에 치여 사망, 2017년 특성화고 이민호 군이 현장실습 중 기계 협착으로 숨졌다.

문송면추모위, 반올림은 2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까지 이어지는 산재 사망사고는 재벌 대기업과 정부가 합작해 만든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30년 전 문송면, 원진레이온 산재사망이 오늘날 하청, 파견 노동자의 산재사망으로 이어지도록 만든 핵심 주범은 재벌 대기업”이라며 “삼성은 반도체 직업병뿐 아니라 지난해엔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로, 2013년 울산 물탱크 폭발사고로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 그러면서 노조의 결성엔 하청업체를 진두지휘하며 철저히 파괴했다. 이어 정경유착, 불법 경영세습, 분식회계 등 끝없이 드러나는 삼성의 범죄는 재벌 체제를 해체하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전했다.

고 황유미 씨의 부친인 황상기 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삼성 반도체 직업병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서명한 데 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도 반올림과 대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2년이 지나도록 어떤 것도 지키지 않고 있다”며 “문제를 해결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기업 편만 드는 사이 노동자들은 죽어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도 “문송면 군, 원진 노동자들이 사망하고 30년이 흐른 지금, 삼성, LG와 같은 글로벌기업이 생기며 곳곳에 그룹의 깃발이 펄럭이고 있지만, 죽음으로 착취당하는 노동자의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며 “삼성은 지금도 ‘영업상 비밀’ 운운하며 노동자의 죽음을 은폐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와 국회는 죽음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사망에 이르게 한 기업을 처벌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생명안전권의 헌법 명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화학물질 알 권리 완전 보장 △청소년 노동자의 건강권 △위험의 외주화 금지 등을 요구했다.

‘삼성 포위의 날’은 4일 삼성 서초사옥 앞에서 진행된다. 오후 6시부터 추모식을 하고, 오후 7시 30분부터 ‘인간 띠 잇기’로 삼성 사옥을 포위하는 행동을 벌인다. ‘삼성 포위의 날’은 추모위, 반올림, 민중공동행동이 주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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