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무죄 판결에 규탄 시위...“사법부, 또 다른 안희정의 변호인”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항의 행동 열려...‘성폭력성차별 끝장집회’ 18일로 앞당겨져

“사법정의는 죽었다” “안희정은 유죄다” “안희정이 무죄라면 사법부는 유죄다” “가해자는 감옥으로, 피해자는 일상으로”

성난 여성과 시민들이 안희정 무죄 판결에 서울서부지방법원을 둘러쌌다. 안희정 무죄 판결이 난 지 수 시간 만에 주최 단위가 따로 없는 긴급행동으로 온라인에서 항의 행동 배너가 퍼져 나갔고 저녁 7시께 모인 100여 명은 금새 400여 명으로 불어났다.



14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400여 명이 ‘안희정 무죄 선고한 사법부 유죄’라는 구호를 외치며 사법부를 규탄했다. 많은 이들이 검은 옷에 검은 미투 손자보를 들고 사법부가 죽었다고 선언했다. 안희정 무죄 판결을 보고 분노한 여성들은 계속해서 마이크를 쥐고 법원의 편파 판결을 규탄했다.

한 참가자는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성적 자기결정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않은 것을 탓하고 피해자를 의심하고 피해자다움을 강요하고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을 협소화했다”며 “이 재판 자체가 피해자에게 위력이었다”고 규탄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사법부는 권력의 장이 어떻게 움직이고, 미시적인 위력 행사와 현실에 대해 들여다보고 사회에 경종을 줄 기회를 걷어차 버렸다”며 “국민들의 일상은 그들의 이상한 판결문과는 훨씬 다르다. 성폭력에 대한 인식은 달라졌다. 사법부에 내부 비판, 내부 갱신이 나와야 한다. 우리는 그렇게 후진 나라에서 살고 있지 않다”고 외쳤다.

  여성학자 권김현영 씨가 발언 중이다.

여성학자 권김현영 씨는 “이번 판결문은 7월 27일 결심 공판에서 안희정 변호인 측의 변호 논리 구조를 덧붙인 것에 불과하다. 나는 그들이 구조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확신한다. 그들은 검찰이 구형한 4년형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대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권김현영 씨는 또 “성적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하며 이를 문제로 삼은 것은 한국 여성들에게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고 싶으면 어떤 종류의 직업이든, 어떤 종류의 갈등이든 다 포기하라는, 모든 직업적 커리어를 포기하라는 말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사법부는 남성의 성적자기결정권만을 독점적으로 이해하고 있고 논리도, 의지도, 사명감도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안희정의 또 하나의 안희정 변호인단 같았다. 사법부가 죽었다”고 선언했다.

자신을 ‘당당한 꽃뱀 여성’이라고 밝힌 한 시민은 “피해자는 사회적 생존이 중요하니까 저항하지 못한 것이다”라며 “여기에 성적자기결정권을 왜 행사하지 않았는가라고 묻는 것은 여성에겐 정조가 제일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그는 또 “성차별, 성폭력 안 당해본 여성이 어디 있는가? 그들은 안 당해 봤으니까 이렇게 판결한 것이다”라고 발언했다.



성평등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한 여성은 “우리 학생들은 이 판결을 보고 사법부의 도움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언제까지 저항 여부를 중심으로 성적자기결정권에 대해 가르쳐야 하는가? 우리 사회가 앞서서 성폭력 가해자를 기르고 있지 않는가”라고 사법부에 물었다.

마포구 시민 김은주 씨는 “피해자는 ‘나는 살아낼 것이고, 투쟁할 것이며 함께 연대해달라고 했다’”며 “피해자와 함께 이 판결을 뒤집자고 약속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 끝까지 함께 싸우자”라고 제안했다.

참가자들은 이날 자유발언과 함께 안희정과 재판부의 이미지를 찢는 퍼포먼스를 하고 시위를 마무리했다.

시위 후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애초 25일로 예정된 ‘성폭력성차별 끝장집회’를 18일로 앞당겨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날 집회는 오후 5시 서울역사박물관 앞 도로에서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 못살겠다 박살내자”라는 슬로건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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