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교사노조 설립 신고 반려…“노동기본권 보장 시급”

[토론회] 정부, 기간제교사의 불안정 노동 구조 외면


5만 기간제교사들의 노동기본권이 위협받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의 노조 설립 신고를 반려했다. 지난해에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에서 기간제교사를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했다. 기간제교사들은 노동기본권 보장은커녕, 정부에 의해 탄압받는 상황이다. 기간제교사노조, ‘기간제교사 정규직화를 지지하는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등이 6일 국회에서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정부가 양산한 기간제교사…차별 방치

2017년 정부 통계에 따르면 기간제교사의 수는 4만7천여 명에 달한다. 이는 전체 교원의 10.7%에 해당한다. 기간제교사 없이 학교 수업이 진행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노조 설문조사에 응답한 기간제교사 중 60%는 경력이 5년을 넘는다. 10년 이상 근속한 기간제교사도 16%에 달한다. 이는 임용고시 준비 차 기간제교사를 거치는 것이 아닌, 기간제교사 제도가 고착하며 전업 일자리로 굳어진 것을 반증한다. 정부가 제도로 기간제교사를 양산한 셈이다.

이들은 학교 현장에서 온갖 차별을 겪는다. 노조에 따르면 설문조사 응답자 중 40%가 성희롱을 당했고, 14.3%가 성폭력을 겪었다고 답했다. 가해자 대부분은 학교 관리자, 재단 관계자다. 기간제교사들은 학기마다 평가를 거쳐 계약을 갱신하는데, 평가 주체가 부장 교사 등 관리자다. 고용 불안과 구조적 차별 속에서 교사들은 상급자 위력 행사로부터 보호받지 못한다.

호봉, 성과급 차별도 마찬가지다. 정규 교사의 성과급 기준 호봉은 26호봉, 기간제교사는 15호봉이다. 대법원은 지난 6월 기간제교사에도 정교사 1급 자격증을 발급할 수 있다고 판결했는데, 기간제교사는 호봉이 고정급으로 묶여 있어 오르지 않는다. 정부가 1월과 7월 공무원에게 지급하는 정근수당도 기간제교사가 이 시기에 학교를 옮기면 받지 못한다.

박혜성 기간제교사노조 위원장은 “노조는 이런 명백한 차별에 항의하고 교육부와 교육청에 차별 시정을 요구했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도 넣었다”며 “그러나 교육청은 교육부 소관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으며, 교육부는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않는다”고 말했다.

설립 신고 반려의 부당성

고용노동부는 기간제교사노조에 교원이 아닌 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고 있고, 위원장 또한 현직 교원이 아니라는 이유에서 설립 신고서를 반려했다. 노동부가 근거로 든 법률은 노동조합법과 교원노조법. 노조법은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고, 교원노조법은 조합원을 재직 교원으로 제한한다.

하지만 기간제교사는 ‘쪼개기 계약’으로 학기 중인 3~7월, 9월~12월까지만 교원으로 인정된다. 노동부 판단에 따른다면, 방학 중 기간제교사는 노동자가 아니다. 방학에 접어들면 기간제교사노조는 ‘법외노조’가 되는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진다. 계약 만료로 구직 중인 기간제교사, 중도 계약 해지로 해고된 교사들은 노조 할 권리를 완전히 박탈당하는 것이다.

신인섭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기간제교사는 비록 기간에 제한이 있으나 교육공무원법에 따라 임용되는 교원에 해당함이 명백하다”며 “따라서 정규 교원에 적용되는 법령은 기간제교사에도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 기간제교사의 특수성과 단결권 보장과는 상관이 없다. 오히려 기간제교사는 보수와 근로기간 등 열악한 근로조건을 감내하고 있으므로 정규 교원보다 단결권을 더욱 보장할 필요가 있다. 이 점에서 정규교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기간제교사노조 설립신고서를 반려한 것은 위법하다”고 설명했다.

신 원장은 해직, 구직 중 기간제교사의 조합원 자격을 두고 “산별노조는 일정한 사용자와의 종속관계를 조합원 자격요건으로 하지 않는다”며 “실제 언론노조, 금속노조, 공공운수노조 등 대표적 산별노조는 모두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고 있으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 따라서 교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재직자만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것은 헌법상 ‘사회적 신분에 의한 차별’로 평등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박혜성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 위원장

노조 설립 신고주의? 실상은 ‘허가주의’

현행법상 노조 설립은 ‘신고주의’다. 노동자들이 노조를 설립하는 데 신고만 하면 된다. 정부는 신고에 따라 필증을 교부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기간제교사노조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 ‘허가주의’다.

다만 노동부는 노조 설립 신고에 따른 형식적 심사를 진행하는데,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노동조합이 자주성과 민주성을 갖춘 조직으로 존속할 수 있도록 노동조합을 보호‧육성”하기 위해, 헌법재판소 판례에 따르면 “노동조합이 어용조합이 되거나 조합 내부 민주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고 근로자들이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단결권 등을 행사하도록” 하기 위해 진행하는 절차다.

그러나 취지와 달리 실제 행정 관청이 노조 설립 신고를 반려한 노조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등 대표적 민주노조다. 정권이 입맛에 맞춰 노조 설립을 선택적으로 허가한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는 “노동부는 노조에 관한 자기만의 틀을 만들고, 이에 노조를 포함할지 말지 결정한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제도적으로 노조 할 권리를 박탈당하는 구조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정규직 노동자 개인이 차별 시정을 요구하면 다음 재계약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지만, 노조를 통한 집단 진정에서는 관철할 수 있다. 노조 할 권리는 비정규직의 다른 권리를 보장하는 받침대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간제교사 노동권 보장 돌파구, ‘사회적 연대’로

한편 기간제교사노조에 상담하는 기간제교사는 늘고 있다. 그러나 차별에 저항하기에는 재계약, 불이익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노조 설립을 통해 조직적 움직임이 필요한 때다. 기간제교사노조와 공대위는 사회적 연대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혜진 활동가는 “기간제교사 노동기본권은 당사자는 물론 노동‧시민사회의 강력한 요구로 쟁취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결국 기간제교사들의 직접 행동,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권을 요구하는 시민‧사회단체의 연대행동이 필요하다. 전교조, 공무원의 노동권 쟁취를 위한 시민사회단체의 연대행동에서 기간제교사 문제도 함께 논의될 수 있도록 하고, 하반기 노동권 쟁취를 위한 비정규직 투쟁에서도 기간제교사노조 설립 신고 반려 문제가 논의돼야 한다”고 전했다.

박혜성 위원장은 “기간제교사 노동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동조합이 꼭 필요하다”며 “억울해도 참고, 부당해도 참고, 과로도 참으며 기간제교사가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기 어렵다. 이는 학생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교사가 행복해야 행복한 교육을 실현할 수 있다. 기간제교사 노동권 보장은 더 나은 교육을 위한 요구”라고 말했다.

이 토론회에는 기간제교사노조, 정의당 노동이당당한나라본부, 노동당, 녹색당, 사회변혁노동자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등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