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해요, 난민들”...500여 명, 정부에 공정한 난민 심사 촉구

난민과 함께하는 행동의 날...“문제는 난민이 아니라 난민혐오”

쏟아지는 빗발에도 ‘난민 환영’이란 피켓 수백 개가 광장을 메웠다. 난민 반대 집회도 동시에 진행됐지만 참가자 규모는 훨씬 적었다.

16일 오후 2시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경기이주공대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난민인권센터, 사회변혁노동자당, 노동당 등 36개 단체가 “문제는 난민이 아니라 난민혐오다”라는 슬로건으로 ‘난민과 함께하는 행동의 날’을 진행했다.


이들 단체는 “한국에서 난민들이 입국, 난민신청, 난민인정에 이르기까지 지난하고 고통스러운 과정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학생, 노동자, 시민, 차별을 받는 모든 이들이 함께 어우러져 혐오와 배척이 아니라 환영과 연대의 장을 만들고자” 이 행사를 진행했다.

현장에는 인권, 노동, 정치 등 다양한 사회단체 소속 참가자 500여 명이 공정한 난민 심사를 촉구해온 난민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연대를 약속했다.


봉혜영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정부는 권력과 자본에 대한 불만을 사회적 소수자에게 돌리는 세력 뒤에서 침묵하고 있지만 난민은 규제와 탄압의 대상이 아니”라며 “정부는 더 이상 침묵하지 말고 난민협약 가입국 답게 국제인권 기준에 맞춰 올바른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또 “난민 반대는 사회적 소수자로서 투쟁하는 노동자에 대한 반대와 다름 없다”며 “난민 반대에 맞서 투쟁하는 노동자의 이름으로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에서 활동하는 김민영 씨는 “국제 인권법 기준에서 여론의 압박은 난민 반대의 기준이 될 수 없다”며 “난민 지위는 시혜가 아니라 같은 인류로서의 책임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난민협약을 이행하고 난민을 보호하겠다는 공약을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최대 28일 간 단식농성을 해온 이집트 출신 난민 4명은 집회 참가자들에게 편지로 감사의 뜻을 밝히고 연대를 부탁하는 편지를 전했다. 이들은 “난민들의 투쟁을 지지해준 한국의 시민사회단체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며 “우리의 투쟁은 단지 우리 자신만이 아니라 모든 난민들의 아우성”이라며 “이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 보다 나은 삶을 위한 투쟁의 시작이기를 기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13일 농성 공간을 방문한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의 부탁을 받아들여 단식을 중단했다. 최영애 위원장은 이날 난민들에게 단식 중단을 부탁하며 “앞으로 국내 난민들의 고통을 종식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하고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한 자신의 노력을 신뢰해줄 것을 당부”했었다.

독일 출신의 한 시민도 집회에 참여해 독일에서의 난민들의 여건에 대해 설명했다. 뮌헨 출신의 에보 씨는 “2015-16년 난민이 대규모로 유입되면서, 독일 정부는 한 해 85만 명이 넘는 난민을 수용했다”며 “독일 정부는 예기치 못한 난민의 유입을 관리하기 위해 노력했고 결과적으로 좋은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또 “독일에서 난민 반대 여론은 소수이며 대다수는 난민들을 환영하고 이들이 새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난민이 연루된 일부 불행한 사건도 있었지만 독일인이 난민을 대상으로 저지른 수많은 범죄사건과 비교했을 때 그 수는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집회에는 문화노동자 연영석 씨도 참가해 광주민주화운동에서 자신의 경험을 말하며 난민들에 대한 연대를 호소했다.

주최 측은 난민 혐오 세력의 공격을 우려해 안전 담당 활동가를 배치하는 등 난민들의 안전에 만반의 준비를 다했다. 현장에선 난민 혐오 세력이 집회장에 들어와 난민에게 ‘여기 왜 왔냐’는 질문을 하거나 외곽에서 일부 소란을 피웠으나 그 외에는 특별한 마찰이 없었다.

반대편에서 열린 난민 반대 집회는 참가자 80여 명으로 초라하게 끝났다. 이들은 오후 4시 경 집회 후 거리를 행진하며 ‘난민과 함께하는 행동의 날’ 집회 참가자들에게 야유를 했다. 그러나 집회 참가자들은 이 야유에 더 큰 함성으로 ‘난민을 환영한다’ ‘혐오에 반대한다’는 등의 구호를 전달했다. 경찰 수백 명이 난민 혐오 세력의 거리 행진을 통제했다.



‘난민과 함께하는 행동의 날’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4시 반 경 보신각에서 청와대 앞 효자치안센터로 행진하고 이날 행사를 마무리했다.



이집트 출신 난민들은 단식투쟁을 통해 한국정부가 △모든 난민신청자에 대해 인정심사절차를 ‘전문적이고 공정하게’ 신속히 하고, 지난 2년 넘게 결정이 지체되고 있는 자신들의 난민신청에 즉각 답하며 △대다수의 진실된 난민신청을 조직적으로 왜곡한 법무부에 대해 심도 있는 조사를 실시해야 하며 △모든 난민에 대한 모욕과 멸시를 멈추고 인간답게 대우할 것 그리고 그 동안 자신들에게 가한 학대에 대해 사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