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맥도날드 노동자 성폭력 반대 파업...“나는 메뉴가 아니다”

출납원, 요리사 등 수백 명 참가, 업계 최초...성폭력, ‘이제 마감 시간’

“네 버거를 집어. 너의 감자 튀김을 뒤집어. 나의 허벅지에선 손을 떼.” 맥도날드 여성노동자들이 직장 내 성폭력에 반대하며 함께 구호를 외쳤다.

미국 패스트푸드 기업 맥도날드 노동자들이 18일(현지시각) 프랜차이즈 매장에 만연한 성폭력을 뿌리 뽑기 위해 파업에 나섰다. 미국에서 패스트푸드 업계 노동자가 성폭력 근절을 요구하고 파업을 실시하는 것은 처음이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이들은 본사가 있는 시카고를 비롯해 로스앤젤레스, 뉴올리언스 등 주요 10개 도시에서 파업을 실시했다. 이들은 파업을 통해 노동현장에서 발생해온 성희롱을 고발하고 본사에 성희롱 근절을 위한 효과적인 대책을 요구했다.

파업은 점심 1시간 동안 진행됐으며 출납원과 요리사 수백 명이 참가했다. 다른 노조도 연대해 집회에 함께 했다. 참가자들은 맥도날드에선 미투가 멈춰 있다며 입에 테이프를 붙이고 집회를 진행했다.

[출처: fightfor15.org]

이번 파업은 성폭력 피해를 입은 맥도날드 여성노동자 27명이 회사에 낸 항의서가 무시되면서 조직됐다. 맥도날드는 ‘성폭력 없는 매장’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들은 맥도날드 사측이 자신들의 성폭력 제소를 무시했으며 심지어는 조롱하거나 보복이 되돌아왔다고 호소했다.

현지 언론들은 세계적으로 확산된 미투 운동이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이들이 성폭력 피해와 구조적 문제를 말하도록 고무했다고 전했다. 파업 참가자들도 미투 운동을 따라 파업 이름을 ‘맥도날드 미투 운동’이라고 부르고 있다.

성폭력, ‘이제 마감 시간’

파업집회 현장에선 매장에서 성폭력을 당해온 여성노동자들의 증언이 쏟아졌다.

세인트루이스 매장에 일하는 브레아나 모로 씨는 반복적인 성희롱 피해를 입어 회사에 알렸음에도 “상사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시카고 교외의 맥도날드 매장에서 일하는 한 여성노동자는 “우리가 카운터 뒤에, 화장실, 창고에서 겪고 있는 것은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다. 오늘의 행동을 통해 이 문제를 널리 알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발언했다.

26세의 아이샤 메도우스 씨는 2010년부터 3년 간 시카고오헤어국제공항 내 맥도날드 매장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만연한 성폭력 문제를 고발했다. 그는 “매장 내 성희롱이 흔하지만 노동자들은 직장을 잃을까봐 말하지 못 한다”고 전했다. 또 “그들은 단지 테이블을 닦을 뿐”이라며 “가족들을 먹여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지금은 ‘이제 마감 시간’이라고 목소리를 올릴 때”라고 덧붙였다.

캔자스시티의 한 여성노동자는 “우리는 오늘 시위를 한다. 이것은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라며 “우리는 서로를 보호하고 우리가 바라는 정의를 요구할 힘이 있다”고 말했다.

민간 조사 기관에 따르면, 2016년 패스트푸드 업계 여성노동자의 40%가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다.

파업 참가자들은 맥도날드 사에 대해, △관리자 및 노동자를 위한 성희롱 예방 교육 실시 △고발을 접수 시스템 만들기 △전국 프랜차이즈 점포 여성노동자 대표자로 구성된 위원회 설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파업은 미국에서 최저임금 시급 15달러로의 인상과 노조 할 권리를 요구해온 네트워크 ‘15달러를위한투쟁’(The Fight for $15)이 조직했다. 이들은 북미서비스노조(SEIU)와 제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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