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텍 고공농성 323일차 “체중감소 10%, 체력저하 심각…”

파인텍지회 오는 10월 3일, 하루조합원총회 열고 투쟁 재정비

금속노조 충남지부 파인텍지회 고공농성자들의 건강이 심각하다. 75m 높이의 굴뚝에서 지내는 323일 동안 몸무게만 10%가 줄어들었다.


30일 오전 11시 길벗한의사회 오춘상 한의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홍종원 의사, 심리치유공간 와락 하효열 단장이 서울 목동 서울에너지공사 내 굴뚝으로 직접 올라가 홍기탁, 박준호 조합원의 건강, 심리 상태를 진단했다. 올해 초부터 3개월 간격으로 진료를 시작해 이번이 네 번째였다. 의료진들은 3시간에 가까운 진료 끝에 오후 2시 30분 기자회견을 열고 고공농성 중인 노동자들의 건강 상태를 밝혔다.

홍종원 씨는 “어느 때보다 두 분의 건강상태가 우려되는 상황이어서 정기 일정보다 빠르게 올라가게 됐다. 유례없는 추위와 더위를 겪으면서 두 분의 건강이 악화됐다. 특히 체중이 계속 줄면서 근육이 빠지다 보니 추위와 더위를 버틸 수 있는 체력이 빠져나가는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두 조합원은 고공농성 전과 비교해 현재 5, 6kg이 감량된 상태다.

한의사 오춘상 씨는 “올해 1월 14일 처음 올라갔을 때 포옹을 한 것과 오늘 포옹을 한 느낌이 너무 달랐다. 두 사람이 모두 왜소해져서 마음이 아팠다”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오 씨는 “위에 두 사람은 언제나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초기엔 1시간 반이 걸리던 진료와 치료가 오늘은 3시간 가까이 걸렸다”라며 “이들은 단지 버티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오 씨는 “정부와 사측에 부탁드린다. 두 사람이 내려오는 데 장애물은 당신들이 가지고 있고, 제거도 당신들이 할 수 있다”라며 “위에서 두 사람이 점점 아파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하효열 심리치유공간 와락 단장은 “추석을 가족과 못 보낸 것에 대해 가슴 아파하고 있다. 또 밑에서 애쓰는 동지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 그 외에 개인적인 것들은 말씀드리기 곤란하다”라며 짧게 정리했다.

  진료 중인 박준호 조합원 [출처: 파인텍지회]

  진료 중인 박준호 조합원 [출처: 파인텍지회]

  심리 상담 중인 홍기탁 조합원 [출처: 파인텍지회]

10월 3일, 하루조합원 총회로 힘 모을 것

고공농성자들의 건강 악화와 더불어 아래에 남은 조합원 세 명도 소진되고 있다. 위에 있는 두 명을 하루빨리 내려오게 하기 위해 이들은 하루도 쉬지 않고 투쟁과 지원을 하고 있다.

김옥배 금속노조 충남지부 파인텍지회 수석부지회장은 “몸이 힘든 건 문제가 아니다. 위에 올라가 있는 2명에 대한 걱정이 가장 크다. 빨리 내려왔으면 하지만 상황과 조건이 우리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니까. 또 어떤 분들은 현실적으로 문제해결할 수 있느냐 이야기도 하시지만 많은 분이 도와주고 계시고, 이번에도 재정사업, 하루조합원 조직에 힘을 주셨다. 이번 하루조합원 총회에도 500분 이상이 모이길 부탁드린다”라고 밝혔다.

차광호 금속노조 충남지부 파인텍지회 지회장도 “5명밖에 안되는 조합원의 힘이 부족하면 더 많은 조합원과 함께 김세권 스타플렉스 사장과 대한민국 정치적 환경을 바꾸기 위해 함께 투쟁할 것”이라며 “그 투쟁 출발점이 하루 조합원 총회”라고 강조했다.

파인텍지회는 오는 10월 3일 파인텍지회는 스타플렉스 사무실이 있는 서울 목동 CBS 사옥 앞에서 ‘하루조합원’ 총회를 개최한다. 오후 2시 집결해 오후 3시부터 부스 행사 및 조합원 총회를 시작한다. 파인텍지회의 상황을 알리고 집중 실천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공유될 예정이다. 조합원총회가 끝나면 굴뚝 농성장으로 행진한 후, 굴뚝 농성장 문화제를 함께 할 예정이다.

김소연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 운영위원장은 2008년 기륭전자투쟁에서 진행했던 ‘하루조합원’ 모집 경험을 밝히며 “10명의 조합원이 남은 상태에서 투쟁기금도 바닥이 난 상태였다. 당시 하루조합원분들이 조합비까지 걷어주셔서 위기를 함께 넘겼던 기억이 생생하다. 파인텍지회 역시 5명밖에 남지 않았는데 최소 500명 정도가 모여주셔서 조합원이 100배 늘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많은 연대자들의 결합을 기대했다.

한편, 고공농성 1년이 가까워져 오지만 정부나 사용자 모두 역할을 방기하고 있다. 김세권 스타플렉스 사장은 수많은 교섭 요구에도 얼굴 한번 비추지 않고 있고, 관할 부서인 고용노동부 천안지청도 면담 몇 차례로 손을 놓고 있다. 공공기관인 서울에너지공사 역시 고공농성자 2명을 상대로 퇴거가처분신청을 신청해 지난 3월 27일부터 1인당 하루 50만 원씩의 과태료도 쌓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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