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유성기업 부당해고 인정...‘지체된 판결로 8년 고통’

해고자 11명 승소 판결 후 기자회견 열어 “8년 노조파괴 아직도 진행 중”

노조파괴 공작을 이어가고 있는 유성기업에서 해고됐던 노동자 11명이 대법원에서 부당해고를 인정받았다.


4일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이정훈 전 전국금속노조 유성기업 영동지회장 등 11명이 유성기업을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단체협약상 쟁의기간 중 징계 등 인사조치를 할 수 없음에도 회사가 이 규정을 위반했다고 지적하며 해고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또 당시 노동자들의 쟁의는 입금협상을 위한 것이었고 절차적 요건도 적법하게 갖추었다고 정당성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당시 노조 측 징계위원의 참석 없이 징계의결이 이뤄진 것도 위법하다"며 "근로자들이 당초 쟁의행위를 개시하게 된 동기와 경위, 회사의 위법한 직장폐쇄 조치 및 일련의 부당노동행위, 1차 해고처분 취소 경위 및 재차 이뤄진 해고 사유와 내용 등에 비춰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회사의 조치들이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의 자문을 받은 노조파괴 전략이었다는 점도 명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유시영 등)가 유성기업지회의 일괄복귀를 거부한 조치는 창조컨설팅의 자문에 따라 직장폐쇄 후 선별적, 단계적 업무복귀를 통해 제2노조의 조합원을 확보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으로 보인다”라며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을 불이익하게 대우하거나 관리직 직원을 통한 밀착 관찰, 녹음, 녹화 등 통제적 조치를 취했다”라고 설명했다.

유성기업은 지난 2011년 유성기업 아산, 영동지회 조합원들이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을 요구하며 파업하자, 직장폐쇄를 감행하고 파업과 공장점거를 이유로 지회 간부와 조합원 27명을 해고했다. 이후 해고자들은 회사를 상대로 해고무효 확인 소송을 냈고, 2012년 1심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후 회사는 항소심이 진행 중이던 지난 2013년 5월 해고를 취소하고 27명 전원을 복직시켰다.

하지만 회사는 그해 10월 쟁의행위 등을 이유로 또다시 징계절차를 진행해 이 전 지회장 등 11명을 재차 해고했다. 이에 이들은 "같은 사유로 해고를 단행한 것은 그 자체로 무효이며 단체협약상 쟁의기간 중 징계 등 인사조치를 할 수 없다고 돼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노조의 쟁의행위가 그 개시일로부터 1년 이상 계속돼 단협이 예정하고 있는 정당한 쟁의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며 이들이 불법파업을 기획·주도하거나 적극 가담해 해고처분은 정당하다고 회사 측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1심을 파기하고 사측의 해고는 징계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존재한다며 무효라고 판결했다.

해고무효 판결에도 마냥 기쁠 수 만은 없는 사람들

대법원 선고 직후 금속노조는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해고자 11명이 모두 참석해 기쁨을 나누는 한편, 현재까지 계속되는 유성기업 내 노조파괴 행위들을 규탄했다.

  발언 중인 도성대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지회장

도성대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지회장은 “오늘 대법원 판결로 8년간 이어진 우리의 투쟁이 정당하다는 것을 인정받아 위로가 되지만 다시 해고된 8명을 놔두고 복직 해야하는, 마냥 기뻐할 수 없는 현실이 처절하다”라며 “오늘 재판에 참석한 회사 관계자는 지금도 1분 단위로 임금을 삭감하고, 조합원의 조퇴를 거부하는 등 계속 징계를 남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부, 법원 등 관계기관 단 한군데만 제대로 됐더라도 여기까지 오진 않았을 것”이라며 “공장에 돌아가 열심히 일하고 싸우면서 우리의 주장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5년 산화한 한광호 열사에 대한 안타까운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문용민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본부장은 “MB정권부터 같은 노동자였던 사람들이 어용으로 돌아서고, 민주노조 파괴 위해 온갖 공작을 벌였던 지난 세월들을 기억한다. 그 과정에서 사측이 대법원에 항고한지 3년이 되서야 판결이 나왔다. 유시영이 진작 처벌받았다면 여기까지 안 와도 됐고 한광호 열사도 살 수 있었을 것”이라며 “유성기업, 현대차, 법원, 청와대까지 나서 했던 노조파괴 공작들을 사과하고 원상회복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해고자이자 한광호 열사의 형인 국석호 조합원은 “이번 판결이 마냥 좋지는 않다. 동생과 이런 과정을 함께 봤으면 좋았을텐데 지난 세월이 너무나 힘들었다”라며 “어머니께도 이번 판결에 대해 말씀드렸는데 딱히 좋다고 말씀하진 못하셨다. 남은 소송과 해결할 과제들이 남아있는 만큼 현장에 들어가서 대응할 방법들을 고민해야 겠다”라고 말했다.

“징계 남발 불러일으킨 1심 재판부, 대가치러야”

금속노조는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에 대한 처벌 역시 요구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대법 판결 승소 후 낸 성명을 통해 “천안지원은 정당한 쟁의행위 기간일지라도 징계(해고)가 가능하다는 황당한 논리로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무장해제시킨 1심 판결 당시 천안지법 심준보 판사를 비롯한 제1민사부 법관들은 응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성지회 역시 “1심 판결은 유성기업의 무차별적인 징계의 주요한 근거로 작동했고, 결국 조합원 한광호의 죽음을 초래했다”고 천안지원 제1민사부 판사들에 대한 징계를 촉구했다.

한편, 검찰은 유시영 유성기업 대표이사, 이기봉 유성기업 부사장 겸 아산공장 공장장, 유성기업 주식회사에 대해 추가 기소에 나섰다. 지난 1일 대전지검 천안지청은 유시영 대표이사 등을 노조 지배 개입에 따른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공소 시효 만료 20일을 앞둔 시점이었다.

검찰은 "피고인들은 공모해 11명을 징계해고함으로써 단체협약의 징계 및 해고의 사유와 절차에 관한 사항을 위반했다"며 "해고자들이 지회 활동을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징계해고함으로써 노조 운영에 지배·개입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