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파괴 뒤에 있던 노동부에 쏟아진 개혁 과제

노동부 행정개혁 과제 모색하는 토론회 열려

지난 7월, 9개월간의 활동을 종료한 노동행정개혁위원회가 내놓은 보고서는 고용노동부의 본래 역할을 의심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노동자의 절박한 요구는 뒤로 밀려났고, 오히려 노동부가 앞장서 부당노동행위의 공범이 된 사례도 다수였다. 노동행정개혁위(개혁위)의 권고 사안에 대해 김영주 전 노동부 장관은 성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 권고사항 이행이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는지 외부에선 파악할 길이 없다.


8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9간담회실에서 열린 ‘노동행정개혁위원회 후속과제와 노조할 권리’ 토론회에선 이 같은 문제 인식들이 공유됐다. 이날 발제는 개혁위 위원으로, ‘불법파견 수사 및 근로감독 실태’ ‘노조무력화 및 부당개입 관련 실태’ 등을 조사한 김상은 새날 법률사무소 변호사가 맡았다.

11개의 사업장을 조사한 김상은 변호사는 노동부가 부당노동행위를 방조하고, 수사를 지연시키는 한편, 오히려 사측과 공조체계를 만들기까지 한 점 등을 지적했다. 특히 삼성, 현대차 등 원청에 대해서 이들을 노조법위반 혐의로 인지수사하거나 송치한 경우가 거의 없었다.

‘2012년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이 2011년 에버랜드 노조설립 시도 방해와 맞물려 있음에도 당시 억지스러웠던 삼성 측의 주장을 전적으로 수용해 이를 강제수사하지 않았다. 또 2013년부터 삼성전자서비스가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노조와해 공작을 벌일 때, 압수수색 등의 수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할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다.

보쉬전장, 유성기업에서 일어난 부당노동행위의 경우, 현대자동차가 개입한 증거를 확보하였음에도 불기소처분했다. 유성기업을 압수해 확보한 메일 자료 등에 따르면 유성기업 사측과 노조파괴 컨설팅업체 창조컨실팅은 현대차에 어용노조 가입 확대전략 등을 보고했다. 이밖에도 창조컨설팅으로부터 받은 자료들이 현대자동차 구동개발실에 공유됐다.

특히 창조컨설팅의 경우, 2010년 이후 금속노조 소속의 노조들을 차례대로 와해시켰는데 노동부가 이를 초기에 인지하고도 대응책을 세우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창조컨실팅 관계자 역시 “청와대의 노동비서관을 통해 사업장에 대한 이야기나 요청이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라고 개혁위 조사에서 진술한 바 있다.

김상은 변호사는 “2011년 노동부가 순천향대병원사건에서 창조컨설팅의 불법적인 자문행위를 인지했지만 창조컨설팅 대표와 노무사를 입건하지 않았다. 당시 노동부가 창조컨실팅 관계자를 입건하고 노무법인을 활용한 노조파괴수법에 대한 대책을 수립했다면 유성기업, 보쉬전장 등에서 진행 중이던 노조파괴가담행위는 중단될 수 있었다”고 노동부의 직무유기를 꼬집었다.

“이후 진상조사 수행할 기구 반드시 필요”

김상은 변호사는 노조무력화 사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 차원의 과제도 제시했다. 김 변호사는 “개혁위는 진상조사만을 권고했으나 그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진상조사를 수행할 기구의 설치가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라며 노조무력화 공작의 실체 규명 및 정부기관-컨설팅업체 등과의 유착 의혹을 조사할 진상조사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부당노동행위는 노사 간의 집단적 자치질서를 침해하는 중대범죄인 만큼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법정형을 상향하는 ‘정부입법안’을 이번 국회 회기 중 제출해야 한다”고도 주문했다. 관련 개정안이 다수 계류 중이지만 정부가 의지를 갖고 입법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부당노동행위에 개입한 노무사, 변호사 등의 전문가들에 대해서도 자격박탈을 포함한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밖에 △부당노동행위 빈발 사업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하청회사 또는 게열사의 부당노동행위 개입이 드러날 때 원청 또는 그룹사에 대한 강제수사 원칙 확립 △신속한 수사를 위한 지침 마련과 적극적 인지수사 강화 △수사 초기 부당노동행위자들에 대한 구속수사 및 핵심증거들에 대한 압수수색이 가능하도록 지침 개정 △근로감독관의 부당노동행위 수사와 근로감독 역량 제고를 위한 교육 및 인사관리 방안 수립 △정기적인 부당노동행위 실태조사 △피해사업장 당사자들과의 정기적 행위 등을 정부 과제로 내놨다.

개혁위 활동에 있어 노동부가 조사를 지연하거나 거부한 사실도 밝혀져 논란이 됐다. 김상은 변호사는 “개혁위는 노동부에 노조파괴, 부당노동행위 사건의 처리 과정과 경과를 알 수 있는 자료를 요구했지만 매우 부실했고 그나마도 자의적인 기준이나 허위의 이유로 제출이 지연되거나 제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KEC, 유성기업, 현대기아차 비정규직지회, 전교조, 기간제교사노조 등은 현장에서 일어나는 노동탄압들이 노동부와 깊은 연관이 있음을 지적하며, 노동부가 국가기관인지 범죄집단인지 모르겠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도성대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지회장은 “지난 8년간 노조파괴를 겪으며 노동부에 고소고발했던 것 대부분이 불기소, 혐의없음, 각하로 처리됐다”라며 “반면 사측의 벌금은 노동부 상대 로비로 10억 원에서 5천만 원으로 줄어들었던 사례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 지회장은 “노동부가 이름만 바꾼 어용노조에 설립교부증을 발급해서 유성기업 사태가 장기화됐다”라며 “개혁위 권고를 적극 반영해 이번에는 제발 변했으면 좋겠다”라고 호소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