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보육’ 빠뜨린 사회서비스원 계획 미리 수립

공공운수노조 “서울시 기본계획, 사용자 목소리만 반영된 기만적 형태”

서울시가 사회서비스원 설립 추진 과정에서 핵심사업인 ‘보육’을 배제한 계획안을 수립한 것이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와 사회서비스원 관련 협의를 진행했던 공공운수노조 등은 그동안 노조를 들러리 세운 것이 확인됐다며 현재까지 나온 기본계획안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전국공공운수노조 사회서비스 공동사업단은 12일 오전 10시,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서비스원 설립 기본계획안을 사회서비스 노동자의 요구와 이용자인 시민의 편의를 중심으로 재설계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서울시 사회서비스혁신추진반이 작성한 ‘서울 사회서비스원 설립 기본계획(가칭)’을 증거로 서울시가 ‘아직 연구용역이 마무리되지 않았고, 아무 것도 결정된 바 없다’는 말과는 다르게 이미 기본계획안을 수립했다고 폭로했다. 또 이 기본계획안에 애초 핵심사업인 ‘보육(국공립 어린이집)’이 빠져있고, 사회복지관과 요양시설이 제외돼 애초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강화라는 목적 자체를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서울시 계획안에 통째로 빠져있는 보육의 경우, 박원순 시장과 문재인 대통령의 필수 사업이었지만 어린이집 사용자 단체의 반대가 심해 공약이 후퇴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었다. 이에 노조는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강화’라는 애초 취지에 맞게 보육을 필수 사업으로 지정할 것과 어린이집 직접 운영, 교사 직접고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우리 노조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은 이용자의 권리와 욕구를 중심으로 시행될 수 있는 사회서비스를 제시했고, 실제 노동자들이 숙련을 쌓아가며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왔다”라며 “이미 기본계획(안)이라는 정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서울시와 성실하게 대화했던 노조를 무시하고 들러리 세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조에 따르면 그간 서울시는 연구용역 사업을 진행하며 노조와 수차례 면담했지만 그 내용은 계획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현장 목소리를 듣겠다며 진행한 포커스그룹인터뷰(FGI) 역시 사용자 13명에 단 2명의 노동자만을 한자리에 놓고 인터뷰를 진행해 불합리하다는 비판을 낳았다. 특히 서울시는 그간 노조 측에 ‘아직 연구용역이 마무리되지 않았고,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다’고 말해왔지만, 최근 기본계획(안)을 확정한 내용이 밝혀지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진숙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요양과 보육을 핵심으로 하는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은 문재인 대통령과 박원순 시장의 공약이었다. 하지만 서울시의 기본계획에 보육은 빠져 있다. 모든 것을 원점으로 되돌리려 하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았다. 나랏돈 100%를 쏟아 부어 민간시장에만 맡기려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뿐만 아니라 서울시의 기본계획(안)에 따르면, 사회서비스원에 사회복지관, 시설요양 역시 배제됐다.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등 사회서비스원 노동자의 임금 체계도 마련돼 있지 않으며, 안정적 임금 수준 및 지급 계획도 포함돼 있지 않다. 이건복 의료연대본부 재가요양지부장은 “서울시는 사회서비스 종류를 모아 규모를 대폭 축소시키고, 이미 시장에서 10년째 운영되고 있는 모델을 사회서비스원에서 통합재가센터라는 이름을 추진하고 있다”며 “돈 안들이고 소규모로 만들어 생색내기식의 사업을 하려 한다면 잘못된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사회서비스원은 수 십 년간 민간 시장에 방치해온 보육, 재가요양, 시설요양, 장애인활동지원, 사회복지 영역을 공공에서 운영하는 첫 시도”라며 “보육을 필수사업으로 반드시 사회서비스원으로 설립하고 운영해야 한다. 현재 분절적 재가요양 서비스와 다를 바 없는 기본사업 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불안정 일자리인 파트타임이 아닌 전원 풀타임 정규직을 통해 이용자 맞춤형 통합적 재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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