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에 꼭 필요한 일, 시는 왜 용역을 사용할까?

[연속기고] 충북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들이 말하는 ‘노동존중’시대⑤ CCTV주정차 및 통합관제센터 노동자들(공공운수노조 충북본부 청주시비정규직지회)

[기획자 말] 비정규직 없는 충북 만들기 운동본부(이하 충북비정규운동본부)는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며 산화해 간 이용석 열사의 뜻을 잇고자 매년 10월마다 ‘비정규직 철폐 투쟁주간’을 선포하고 비정규직 문제를 알려나가고 있습니다.

올해 비정규직철폐 투쟁 주간 동안 충북비정규운동본부가 주목하는 것은 간접고용 문제입니다. 고용형태가 만들어내는 차별은 심각합니다. 같은 일을 해도 차별을 당연하게 간주합니다. 상시적인 업무를 수행해도, 꼭 필요한 일임에도 낮은 가치의 일로 취급합니다. 사용자가 불법을 저질러도 처벌은 깃털처럼 가벼운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심지어 같은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일은 저임금`비정규직인 게 당연한 듯이 인식되는 현실입니다. 이를 바꿔내기 위한 비정규노동자들의 투쟁이 지속되고 있지만 좀처럼 바뀌지 않았습니다.

촛불 항쟁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포하면서 불평등을 해소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각 산별노동조합들도 저임금`비정규노동자들의 노조 할 권리와 차별해소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정작 추진 과정을 보니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둘러싸고 논란이 많습니다. 정규직 전환을 한다면서 간접고용이 유지되는 자회사가 거론되고, 차별을 없앤다면서 간접고용노동자들의 업무 대부분을 저임금에 묶어 두려 합니다.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이런 현실은 어떻게 비춰질까요? 충북비정규운동본부는 병원, 민원 콜 센터, 쓰레기 수거운반, CCTV 관제센터와 주정차 상황실 등 공공부문 간접고용노동자들과 자동차 하청 노동자들을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전해보려고 합니다. 그/녀들이 말하는 ‘노동존중과 비정규직 제로시대’는 어떤 것일까요?


[연속기고 순서]
① 우리도 공공의료 실현을 위해 일하는 병원노동자다! | 김순자(민주노총충북본부 비정규국장)(링크)
② 쓰레기 수거운반, 사회에 꼭 필요한 공공서비스 | 송지영(공공운수노조 충북지역 평등지부)(링크)
③ 서러운 하청 인생, 우리 힘으로 바꿔낼 것 | 임성우(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링크)
④ 나의 친절에 자부심을 가지고 싶습니다 | 조영은(생활교육공동체 공룡)(링크)

[출처: 비정규직 없는 충북 만들기 운동본부]

청주시 업무를 하고 있지만, 청주시 소속 노동자들이 아닌 노동자들. 이들은 모두 여성이고 간접고용 노동자들이다. 청주시 CCTV 관제센터와 주정차 단속 일을 하고 있는 그녀들은 일상적으로 차별과 고용불안을 경험한다.

임금삭감 꼼수에 맞서 노동조합을 만들다

주정차 단속 일을 하고 있는 그녀들은 좁은 사무실에서 카메라 266대, 40개의 모니터를 14명이 나눠보고 있다. 전자파 걱정이 되지만 일이니 어쩔 수 없다. 점심시간 빼고는 쉬는 시간 없이, 쉬는 공간도 없이 일을 한다. 그녀들은 올해 임금 삭감을 시도하는 업체에 맞서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지난 7월에 재계약을 하는데, 업체가 바뀌면서 임금을 낮추려고 쪼개기 근무를 논의했던 것 같아요. 저희는 8시간을 근무하는데, 주정차 단속 특성상 12시부터 14시까지는 단속유예를 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점심시간 이후 13시부터 14시까지가 유예시간인데 그 시간을 휴게시간으로 넣어서 임금삭감을 하는 거죠.”

인상된 최저임금을 안주려고 꼼수를 쓰려 했는데 노동조합을 만들고 투쟁을 시작하니 용역업체가 쪼개기 근무 계획을 철회했다. 업체들은 늘 이렇게 꼼수를 쓰려 한다.

‘안된다, 기다려라, 참아라’

그녀들의 노동환경은 너무나 열악했다. 휴게시간도, 공간도, 심지어 화장실 청소문제까지 그냥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럴 때마다 비정규직이어서 이런 차별을 감내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일을 시키려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기본적인 것인데 그 기본조차 청주시는 ‘안된다, 기다려라, 참아라’고만 한다.

“저희가 임금 줄이면서 휴식시간을 줄 거면 휴게공간을 만들어줘야지, 일하는 자리에서 쉬라고 하면 그게 휴게시간이냐고 물었지요. 그랬더니 알아서 쉬라는 거예요. 정말 상식 이하죠. 너무 속상 했어요.”

“원래 시청 소속이거든요. 그런데 시청에 자리가 없어서 청원구청 6층에 자리를 잡았어요. 처음에 왔는데 화장실 청소를 안 해주는 거예요. 그래서 저희가 물품을 사가지고 화장실 청소를 했어요. 지금 생각해도 속상한 게 많아요. 창문이 없어서 창문을 뚫어달라고 해도 예산이 없어서 안 된다고 기다리고 했지요. 2~3년 동안 계속 싸워서 창문을 뚫었어요. 저희가 정말 필요한 부분만 얘기하거든요. 여름에는 에어컨이 고장 나서 우리가 선풍기 사서 틀었어요.”


그녀들은 불법 주정차 단속을 해서 구청에 자료를 보낸다. 그러면 각 구청이 고지서를 전송한다. 그런데 시청이나 구청에서 민원 전화를 그녀들에게 돌려버린다. 그녀들은 아무런 권한도 없는데 그 민원전화를 받아내야 한다. “아줌마, 너네 용역이지? 아줌마지” 할 때는 정말 인간이하의 대접을 받는 느낌이다. ‘용역이라는 게, 비정규직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싶을 때는 너무 속상하다. 청주시가 보호를 해주면 좋은데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는다.

CCTV관제센터, 세종시보다 노동 강도 5~6배

CCTV 관제센터 노동자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여기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모두 여성이다. 그녀들은 청주시 CCTV를 관제센터에서 모니터링하고 사건이나 사고가 있으면 상주경찰관에게 신고하는 일을 하고 있다. 한명이 보는 카메라가 무려 600대가 넘는다. 일이 너무 힘들이 인원이 더 필요한데도 증원이 되지 않는다. 세종시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거기는 모니터링 개수가 100개가 안된다고 한다. 한 사람이 담당하는 카메라 수가 적을수록 사건 사고를 예방하고 잡아내는 게 더 용이한데 청주시에서는 불가능하다. 세종시보다 노동 강도가 5~6배는 더 세다.

“일이 힘들잖아요. 예전엔 12시간 근무를 하다 보니 졸린 것은 당연한 건데 이를 개선해주지는 않고 일방적으로 근무시간을 바꿔버렸어요. 졸았다고 문책을 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는데 사전 논의도 없이 휴게실에다가 공고문을 붙여 버린 거예요. 근무시간 변경도 너무 기막혀요. 주간 조와 야간 조를 완전히 분리해 버린 것이죠. 야간 조는 계속 피곤하구요. 주간 조는 임금이 30만원이나 깎였어요. 주간은 주간대로, 야간은 야간대로 불만이 심해요. 거기다가 주간 조랑 야간 조랑 업체도 달라요.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인가 싶은 거예요. 이런 식이면 정규직이 된다고 해도 끝까지 일할 사람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청원구청 주차장이 생겼는데 저희는 여기에 차를 못 대요. 계약직이라서요. 여기서 근무하는 계약직들도 많을 텐데 못 들어와요. 들어올 수는 있죠. 퇴근할 때마다 6천 원씩 내야해요. 월급도 많이 깎였는데 매일 6천 원씩 내고 들어올 수 없잖아요. 그래서 밖에 차를 세우는데 주택가라 어쩔 땐 몇 바퀴씩 돌아요. 그럴 때면 참 우울해지죠.”


그녀들은 ‘이게 갑질이구나. 우리가 계약직이어서 그러는 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차별은 다양한 곳에서 일어난다. 주차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분하는 현실, 근무시간도 청주시 맘대로 해도 된다는 인식,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바꿔야 하는 것일까?

시청에 꼭 필요한 일, 시는 왜 용역을 사용할까?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늘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해고라는 표현도 없다. 그냥 계약기간 끝날 때 나오지 말라고 하면 그만이다. 마치 노동자를 일회용품처럼 취급한다.

주정차 단속 일을 하는 그녀들은 재계약을 할 때마다 불안하다. 거기다 최저임금을 못 받을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시는 업체에게 탓을 돌린다.
“재계약은 3개월도 있었고, 9개월도 있었어요. 작년 6월부터 1년 단위로 바뀐 거죠. 계약이 끝나갈 때쯤이면 항상 불안해요. 자동화가 되면서 두 분씩 계속 해고되고 있어요. 사전에 얘기하질 않아요. 계약기간 끝날 때 갑자기 통보해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우리는 최저임금을 못 받은 적도 있죠. 월급을 쪼개서 나눠서 주신 적도 있더라고요. 시에서는 예산 편성이 그만큼 안돼서라고 많이 얘기하시죠. 용역 입찰을 볼 때 우리한테 최저임금을 맞춰 줄 거라고 해놓고 막상 임금을 그렇게 못한다는 업체가 많대요. 용역업체 입찰을 왜 그렇게 보는지 저희도 의아해요. 용역회사에 따로 돈을 들이지 말고 차라리 시가 직접고용하면 더 낫지 않을까 최저임금도 당연히 맞춰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시는 아직 그럴 생각을 갖고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CCTV 관제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시청에서 없어지면 안 되는 꼭 필요한 일을 왜 용역을 주고, 1년마다 재계약을 하는지 의아하다고 말한다.

“세금을 가지고 운영하잖아요. 시청에서 꼭 필요한 일예요. 그런데 왜 비정규직을 쓸까요. 똑같은 일을 하는데 너무 차별을 많이 받잖아요. 우리는 최근에 부당한 일을 많이 겪었어요. 사생활 보호를 위해 통제하는 곳인데 정작 일하는 사람들은 CCTV로 감시당하고 있거든요. 우리는 사생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어요. 반발해서 다른 곳으로 카메라를 돌렸는데 다시 우리를 찍는 걸로 알고 있어요. 회사와 노동자의 관계는 서로 의논하는 관계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서로 합의점을 찾아가는 관계라고 생각했는데, 그 사람들에겐 노동자들의 의견이 필요가 없더라고요. 그야말로 장기판에서 저희는 ‘졸’ 인거죠. 그냥 놓는 곳으로 가면 돼요. 그게 끝이에요.”

노동존중, “고용불안에 떨지 않고 차별당하지 않는 것”

CCTV 관제센터와 주정차 단속 업무는 정규직 전환 대상이다. 정부 지침에 따르면 벌써 끝났어야 하는데 아직 노사간 협의체도 꾸려지지 못했다. 좀 빨리 결정되면 좋을 텐데 시간이 흐를수록 걱정이 앞선다.

“정규직 전환을 추진한다고 했으면 좀 빨리 결정하면 좋겠어요. 우리는 정말 일 잘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흘러도 답이 없으니까 청주시가 정규직 전환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생겨요. 노동존중은 글쎄요…. 고용불안에 떨지 않고 차별당하는 느낌을 받지 않는 것 아닐까요.”

그녀들은 말한다. ‘노동자가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사회’ 그게 노동존중 사회라고. 노동에 대한 정당한 임금을 받고, 노동자들이 스스로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사회가 노동존중 사회라고.

그녀들은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을 위한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지역에서도 많은 관심과 연대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