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원장 ‘부동산 기회비용’까지 보상하라고?

[어린이집 기획연재②] ‘민간어린이집 회계규칙’ 따로 만들어 ‘부동산 기회비용’까지 보상 요구

[편집자주] 비리유치원 명단 공개로 한국 사회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정부도 사립유치원의 비리 척결을 위해 칼을 빼 들었는데요. 이 사태를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며 숨죽이고 있는 이들이 있습니다. 유치원보다 약 2천 억 원의 국고지원금이 더 많이 투입되는 보육시설, 바로 어린이집 원장들입니다. 이들이야말로 지금까지 국고지원금을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마냥 어떤 제약 없이 유용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 유치원 원장들이 ‘국고지원금은 보호자를 거쳐 들어오니 원장의 사유재산’이라며 밀고 있는 판례도 바로 어린이집 원장들 작품입니다. 하지만 심각한 것은, 어린이집 원장들이 그간 정부에 지금보다 더 느슨한 회계규정을 요구해 왔다는 것입니다. 어린이집이라는 ‘사유재산’에 목숨 거는 원장들, 이들을 비호하는 교수와 변호사, 국회의원들. 이들이 끔찍이 싫어하는 것은 바로 ‘보육의 공공성’이 아닐까요.

지난 29일, 보육지부를 포함한 사회서비스 공동사업단을 운영 중인 공공운수노조는 ‘보육의 공공성’을 요구하며 서울시청 앞 농성에 돌입했습니다. 과연 이들은 철옹성 같이 굳건했던 ‘민간 중심의 보육’을 제 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을까요? 이와 관련해 <참세상>은 오승은(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워커스> 편집위원의 ‘어린이집 기획연재’를 4회 연속 게재합니다.

<연재 순서>
① 어린이집 원장의 ‘사유재산 보장’은 ‘세금횡령 보장’
② 어린이집 원장 ‘부동산 기회비용’까지 보상하라고?
③ 어린이집 원장단체의 스피커가 된 교수, 변호사, 국회의원
④ 사회서비스원이 ‘블랙홀’이 될 거라며 막아낸 어린이집 원장단체



‘민간어린이집 회계규칙’ 신설을 위한 법 개정안은 결국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대신 원장단체들은 작년 2월 ‘규칙 개정’을 통해 ‘작은 것’ 하나를 손에 넣었다. ‘적립금’ 과목이 신설된 것이다.

그 전까지 원장단체들은 회계에 적립금 과목이 없어 시설의 감가상각도, 보수공사도 못 한다고 했다. 그래서 ‘사유재산에 대한 권리’가 침해된다고 했다. 보육환경과도 직결되는데 만약 시설유지가 어렵다면 상식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기존의 기타운영비, 시설비, 시설장비 유지비, 예비비, 차입금 등의 과목으로도 시설 감가상각, 보수공사비는 물론 임대료, 융자금 이자도 낼 수 있게 돼 있었다. 다만 보육서비스의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보육료 수입의 일정 범위(5% 등) 이내 지출이 권고됐고, 자산증식이 아닌 운영 목적만 허용됐다. 지자체별로 민간어린이집 시설보수를 위한 별도의 보조사업도 하고 있다.

결국 원장단체들이 원하는 ‘사유재산 보장’은 보수공사 대금처럼 용처와 산출근거가 명확한 비용을 보상하란 것이 아니다. 분명하게도 이들은 설립자의 ‘기회비용’이라는 비현금비용을 보상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기회비용이란 말 그대로 사유시설을 어린이집으로 운영하지 않았을 경우 낼 수 있는 수익, 예컨대 부동산 임대수익이나 가게 오픈이라도 했을 경우의 수익 등을 말한다. 국가가 시설을 강제수용한 것도 아니고 자발적으로 어린이집을 차렸는데도 그 기회비용을, 그것도 국고로 보상하라는 이상한 논리다.

2013년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의안 제1903673호, 양승조 대표발의)에는 “별도의 민간어린이집 재무회계 규칙을 정하도록” 하면서, 그 주요 내용의 첫 번째로 “설립‧운영 시 투자한 자본금 중 자기자본에 대한 기회비용 지급의 인정”이 명시되었다.

그리고 적립금이 이 부동산 ‘기회비용’ 보상에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건 억지 의혹이 아니다. 최근 공개된 ‘사립유치원 비리’ 명단가 그 증거다. ‘사유재산 공적사용료’라는 명목으로 설립자에게 매달 수십~수백만 원씩을 입금한 동일 사례가 무더기로 적발된 것이다.

최근 공개된 사립유치원 가사 적발 내용 중 일부

- 세입‧세출예산 편성 부적정(공적이용료 부당 편성): 2016년도 세입세출예산 편성 시 설립자에게 사유재산 이용에 따른 대가를 지급할 수 있도록 운영비 과목 중 공통운영비목에 ‘사유재산 공적이용료’ 5,000,000원(1,000,000원×5월)을 편성함(집행은 하지 아니함)

- 세입‧세출예산 편성 부적정(공적이용료 부당 편성): 2016년도 세입세출예산 편성 시 설립자에게 사유재산 이용에 따른 대가를 지급할 수 있도록 운영비 과목 중 공통운영비목에 ‘사유재산 공적이용료 24,000,000원(2,000,000원×12월) 편성함

- 2015∼2017학년도 공적이용료(시설사용료, 금24,000,000원)를 편성·집행하여 별도 계좌에 금62,061,299원(이자 61,299원 포함)을 보관하고 있다가 2017.11.27. 특정감사 실시 전 유치원회계 계좌로 보관금액 전액을 반환하였음

- 시설적립금 임의 적립: 시설적립금 명목으로 2016. 5. 2.부터 2016. 11. 감사일 현재까지 설립자 명의로 별도계좌를 개설하여 매월 2,500,000원씩 7회에 걸쳐 총 17,500,000원을 적립함

- 시설적립금 임의 적립: 건물수선적립금 명목으로 2013. 11. 21.부터 2016. 2. 23. 까지 설립자 명의로 별도계좌를 개설하여 매월 7,000,000원씩 29회에 걸쳐 총 203,000,000원을 적립함

만약 건물주가 국가와 정식 임대차 계약을 맺어 유치원‧어린이집이 설치된다면 그 기관은 국공립으로 운영되는 게 맞다. 그런데 이런 형식이 아니다보니 ‘임대료’ 대신 ‘사유재산 공적사용료’라는 법적 근거도 없는 엉터리 명목을 만들어낸 경우로, 모두 불법이자 ‘비리’다.

그리고 이 돈의 대부분은 적립금으로 충당됐다. 민간어린이집 원장단체들은 과연 이 조직적 수법을 몰랐을까? ‘비리 어린이집’ 명단 공개를 두고 볼 일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