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많이 좋아졌다고?”…학생 인권 없는 ‘학생의 날’

‘학생다움’ 창살에 갇힌 학생들 “청소년인권법 제정하라”


11월 3일 학생의 날(학생독립운동기념일)을 앞두고 학생과 청소년들이 ‘청소년인권법’ 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2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두발자유, 청소년 참정권, 스쿨미투에 응답하라’ 기자회견을 열었다. 학생들은 기자회견장에 모형 창살을 설치해 학생 인권과 성폭력 실태를 고발하고, 선거연령 하향을 촉구했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11월 3일 학생의 날은 1929년 광주 시내에서 일어난 학생들의 항일독립운동을 기념하고, 동시에 식민지 차별 교육에 맞선 학생 저항을 기억하기 위한 날”이라며 “그러나 2018년인 지금도 많은 학생이 두발 자유조차 누리지 못하고 있으며,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선거연령 만 19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금도 청소년들은 사회의 진정한 주인으로서 선거연령 하향과 학생 인권을 보장하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기자회견 취지를 밝혔다.


특히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가 직접 실시한 ‘학생 생활 규정 모니터링 결과’가 발표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생 인권 침해 1순위는 ‘특정 물품 소지 금지’(91%)로 나타났다. 특정 물품에는 라이터뿐 아니라 화장품, 고데기, 껌, 사탕 등도 포함됐다. 2위는 ‘휴대폰 소지 금지 및 제한(89.5%)’, 3위는 ‘두발 제한(88%)’, 4위는 ‘화장 등 용모 제한(82.5%)’, 5위는 ‘자의적 징계(81.5%)’였다. 모니터링 조사는 올해 6월부터 7월까지, 전국 200여 개 학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고등학생 김다빈 씨는 기자회견에서 “학생은 학교에서 아무런 힘이 없지만 교사는 내 인생을 좌우할 수 있을 정도의 권력을 갖고 있다”며 “학생들은 일상적인 인권 침해를 겪고 있는데 교육감들은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는다. 학생인권법은 학교에서 일어나는 반인권 행위에 브레이크를 가할 수 있는 법이다. 학교에서 상대적 약자가 될 수밖에 없는 학생들에게 자기 권리를 요구할 근거가 되고 학생 인권 침해를 더는 방관하지 않겠다는 국가 차원의 선언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이어 용화여고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 박하은 씨는 “현재 ‘스쿨미투’를 비롯한 미투 운동이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교내 성폭력 및 부조리는 틀림없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적 문제이며 이는 모든 학교의 보편적 현상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단지 한 사람으로 대해달라는 것. 한 사람을 사회적 틀에 규정하고 억압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봄 선거연령 하향을 위해 국회 앞에서 ‘삭발 농성’을 했던 김윤송 씨는 “참정권은 단순히 제도 정치에 참여할 권리 이상으로 우리가 가정, 학교, 일터 등 모든 사회 구성에서 배제되지 않고 살아갈 권리이기도 하다”며 “세상이 많이 좋아졌다고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의 삶은 다를 바 없다. 청소년 참정권 보장, 학생인권법제정이 아직 해결되지 못한 것에 대해 정치권은 반성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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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창익 위원장도 기자회견에 참여해 “나도 이렇게 학생들과 창살에 갇혀 있고, 불평등한 한국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한 기성세대의 반성을 촉구하는 바”라며 “한국의 민주주의에 학생은 많은 희생을 치렀다. 따라서 학생 또한 참정권의 주체로 거듭나야 한다. 전교조 또한 학생을 가둔 쇠창살을 뚫고 해방 세상을 향한 도전에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청소년 참정권을 위한 선거법 및 정당법 개정 △어린이‧청소년인권법(기본법) 제정 △학생인권법 제정(초중등교육법 및 시행령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촛불청소년인권제정연대에는 2018년 10월 1일 기준 전국 373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