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딴저떼이 씨 아버지, 김용균 씨 어머니 만나…“아들들의 죽음, 진실을 알고 싶다”

어린 노동자들의 죽음...“문재인 대통령은 진실을 밝혀달라”

한국 정부의 단속 중 건설현장에서 8미터 아래의 지하로 떨어져 사망한 미얀마 청년노동자의 아버지가 발전소 석탄 분진 속에서 홀로 일하다 숨진 김용균의 어머니 손을 잡고 한국 정부에 진실을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2일 오후 5시 미얀마 미등록 이주노동자 딴저떼이 씨(26세)의 아버지 깜칫 씨가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 씨(24세)의 시민분향소를 찾았다. 깜칫 씨는 이 자리에서 국화와 라면이 함께 놓인 김용균 씨의 영정에 분향을 하고 어머니 김미숙 씨를 만나 위로와 연대의 마음을 나눴다. 신분은 하청노동자와 미등록 이주노동자, 출신은 미얀마와 한국으로 서로 다른 노동자들의 죽음이지만 그들에게 아들들은 불안한 노동조건에서 힘들게 일하다 억울하게 죽은 똑같은 아들일 뿐이었다. 부모임에도 아들들 죽음의 진상을 알지 못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두 부모는 모두 손수건으로 연신 눈물을 훔치면서도 마주잡은 손을 놓지 못했다.


깜칫 씨는 우선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노동자들의 대통령인 줄 알았는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 죽음의 진실을 밝혀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또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과잉단속하지 말아 달라. 아들이 이렇게 죽어 너무나 비통하다”라고 말했다.

깜칫 씨는 김미숙 씨에게 “이 자리에 서니 너무도 안타깝다. 아들들 죽음의 진실을 알고 싶다. 단속과정에서 사망한 아들의 죽음의 진실을 알고 싶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호소한다”고 말했다.

김미숙 씨도 깜칫 씨에게 “너무 억울하다. 저도 그렇다”라며 “너무 어린 나이에 (아들들이) 목숨을 잃었다. 어서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김미숙 씨는 또 깜칫 씨에게 “우리 아들들 억울한 거 다 풀어줘야 보낼 수 있다. 감사하다”고 말했고 이에 깜칫 씨는 “김용균도 다시는 이런 일을 당하지 않도록 좋은 세상에서 태어나길 기도하겠다”라고 답했다.

딴저떼이 씨는 지난 8월 22일 건설 현장에서 실시된 인천출입국·외국인청의 단속 과정 중 8m 아래의 지하로 추락해 사망했다. 그는 애초 장기기증으로 인해 미담 기사로 화자되기도 했지만 정부의 과잉 단속 문제가 불거지면서 지금까지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는 개인 과실에 사망 원인이 있다고 보지만 대책위는 정부의 과잉단속이 딴저떼이 씨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약 4년 전 한국에서 일하기 시작한 딴저떼이 씨는 고국에 부모님과 형제 1명을 두고 있다. 형제가 병을 앓고 있어 가족을 부양해야 했다. 그는 열악한 노동조건에 사업장 이동을 원했으나 성사되지 못해 미등록 신분으로 일하던 중 정부의 단속 과정에서 추락해 목숨을 잃었다.

부친 깜칫 씨는 그에 대해 “부모와 형제를 돌보느라 일을 해야 했다. 착한 아들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만남은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가 주선했다. 5개월 째 딴저떼이 씨 죽음의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는 양한웅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집행위원장은 “깜칫 씨가 한국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어 비슷한 나이에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청년의 어머니를 만나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딴저떼이 씨 사망원인에 대해 정부는 말을 바꾸고 경찰은 조기에 수사를 종결해 버렸다. 그러나 경찰은 정부 측 목격자 진술도 받지 않았고 딴저떼이 씨 동료인 유일한 목격자 조사도 하지 않았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깜칫 씨는 지난 9월 아들의 장례를 위해 입국한 뒤 돌아갔다가 아들 친구들의 페이스북 등을 통해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특히 지난 겨울 딴저떼이 씨 죽음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이주노동 단체들의 오체투지 행진에 큰 감명을 받아 감사를 표하기 위해 대책위를 찾았다고 했다.

딴저떼이 씨 사망 원인은 대책위의 진정으로 현재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하고 있다. 조사 결과는 1월 중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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