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온 팔레스타인 활동가, BDS 강조...“저항으로 연결되자”

팔레스타인평화연대 강연,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을 향한 저항의 노래’

“저 사진 속 여성은 제 친구인데, 어머니와 찍은 마지막 사진이에요. 제가 이스라엘군에 구타당했을 때 가장 큰 도움을 주셨는데 최근 암으로 돌아가셨어요. 그 분의 아들은 이스라엘점령군에 구속됐는데 재심 후 형량이 20년으로 줄어 3년 뒤에 나오게 됐어요.”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지원하는 현지 활동가 아쉬라 프렘 라차나 씨가 영상 속의 사진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가 한 명 씩 지목하며 설명한 지인들은 모두 이스라엘 점령과 이에 맞선 투쟁 속에서 부상을 입거나 투옥됐고 때론 사망했다.

라차나 씨는 오랫동안 팔레스타인에서 이스라엘 점령 종식을 위해 싸워온 대표적인 활동가이다. 그는 14일 저녁 팔레스타인평화연대가 서울 마포구에서 연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을 향한 저항의 노래’ 강연회에서 그러한 자신의 삶을 말하며 이스라엘의 점령이 팔레스타인 민중을 어떻게 탄압을 하고 있는지 증언하고 연대를 호소했다. 그의 강연은 특히 이스라엘점령군이 팔레스타인 저항운동을 어떻게 질식시키고 있는지에 집중됐다.

[출처: 팔레스타인평화연대]

16세 때 처음 구속돼 3번 투옥...구타와 고문도

“16세 때 처음 구금됐어요. 시위를 하다가 이스라엘 군에 잡혀 무릎과 정강이뼈를 맞았죠. 당시 팔레스타인인 척하고 숨어 있는 이스라엘 특수부대에 잡혔는데 한 30분 동안 길거리에서 구타당했습니다. 기절하고 깨고 그랬어요. 그때 처음으로 이스라엘 구금시설에 들어가 군법정에 섰어요. 당일 밤 풀려나기는 했는데, 어린 나이였는데도 혼자 심문 당했고, 변호사나 가족도 만나지 못했죠. 군법정이 예루살렘으로부터 18킬로미터 내에 들어오면 안 된다고 해서 집에도 가지 못했어요.”

라차나 씨는 어렸을 적 음악에 관심이 많았지만 이 경험을 계기로 언론인이 됐다. 두들겨 맞는 동안 촬영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보도는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론인이 돼 피해자들에게 손을 내밀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나 언론 활동을 하면서도 다시 두 번이나 체포를 당했다. 그 중 한 번은 나흘 밤이나 고문을 당했다. 이스라엘이 체포하려는 인물들을 그가 인터뷰해 이스라엘군이 정보를 원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 경험을 통해 이스라엘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고, 고문이나 군의 생리가 과연 어떤 것인지 체험하게 됐다고 한다. 그런 그는 몇 달 뒤에도 다시 체포돼 가택연금 당했는데, 그는 이것이 가족에게 통제의 책임을 전가하는 제도라고 했다.

팔레스타인 정부도 탄압

하지만 라차나 씨를 탄압한 건 이스라엘 측만은 아니었다. 오슬로협정 이후 이스라엘의 묵인 아래 들어선 팔레스타인 정부도 저항운동을 탄압하기는 마찬가지다.

2011년 아랍혁명이 일어났을 때, 그는 팔레스타인 안에서 이집트 정부에 대한 저항을 조직했다. 이집트 해방운동가 아버지의 영향 때문이기도 했지만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을 이집트가 지원해 왔던 이유 때문이기도 했다. 당시 팔레스타인 경찰은 튀니지와 이집트 독재 정부를 비판하는 시위를 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그때부터 그는 팔레스타인 정부와 경찰에 대항하는 조직을 만들어 이스라엘뿐 아니라 팔레스타인 정부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활동을 했다고 한다.

“새롭게 다시 시작하자는 의미로 가자에서 서안지역에 위치한 팔레스타인 하마스 정부청사까지 행진하는 시위를 조직했어요. 매주 수요일마다 집회를 했는데 8개의 마을을 조직했어요. 그런데 언론이 관심을 보이면서 하마스 정부가 부담을 가졌죠. 평화로운 집회였는데도 정보기관까지 나와 집회를 감시를 했죠. 이스라엘 측에서도 그렇고요. 그러면서 이스라엘군은 폭력의 수위를 높여가더니 결국 한 활동가가 살해당했어요. 얼굴에 최루탄을 맞았죠. 매주 수백 명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민간인 상대로 한 이스라엘의 무기 실험

이스라엘군은 시위에 나서는 이들에 다양한 무기를 사용하고 있다. 라차나 씨는 ‘민간인을 상대로 한 무기 실험’이라고 말했다.

“어떤 무기가 가장 적절한지,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최루탄이나 살수차, 다양한 종류의 총탄의 시험대가 되고 있어요. 최루탄은 정말 악마적인 무기입니다. 냄새뿐 아니라 뇌를 손상시키기도 하죠. 최루탄을 맞고 몸이 계속 떨리는 현상을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스컹크 차라는 것도 있죠. 이 차에서 뿌리는 물에 맞으면 동물 사체와 같은 지독한 냄새가 납니다. 스컹크 차가 온다고 하면 사람들이 현장에 좀처럼 나오려 하지 않아요. 냄새 때문에 추적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 물을 밟으면 신발에서도 냄새가 나기 때문에 현장에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일전에는 25년형을 살고 나온 사람이 석방 돼 환영 모임을 계획했는데 스컹크 차가 투입된다는 얘기를 듣고 도착 전 중간에서 일을 벌여 물을 다 써버리도록 한 일도 있었어요.”

다양한 무기를 동원한 이스라엘군의 탄압은 수많은 희생자를 내고 있다. 특히 지난해 ‘가자의 귀환 대행진’(1)이 시작된 뒤에는 작년에만 어린이 약 60명을 포함해 295명이 사망했으며 29,000명이 부상을 당했다.(2) 레바논이나 요르단에서도 행진을 했는데, 그때 국경을 넘어오면서 9명이 살해됐다. 하지만 가자지구에선 하루 전기가 2-4시간밖에 들어오지 않으며 정화 시설도 없어 오염된 물을 마시고 사용하기 때문에 병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제가 처음 맞았던 것도 고무탄이었어요. 실탄 빼고는 다 맞아봤죠. 최루탄, 스펀지로 된 탄. 시위 해산을 위한 이스라엘군의 전술 중 하나입니다. 그들도 우리를 많이 죽이려고 하진 않아요. 하지만 때로는 수많은 이들을 가차 없이 살해합니다. 어린이든, 언론인이든 아무런 상관이 없죠. 언론인으로 활동할 때 방탄조끼를 입고 있었는데도 총에 맞은 적이 있었어요. 이스라엘군은 불타는 타이어 구덩이로 저를 밀어 넣은 적도 있었죠.”

이스라엘이 구금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수감자의 수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2019년 1일 기준 정치적 수감자 5,450명, 행정구금자 495명, 청소년 수감자 215명(16세 미만 43명), 여성 수감자 53명이 이스라엘에 구금돼 있다. 오슬로협정 이전에 수감된 이들은 70명이나 된다. 행정구금된 사람들은 재판 없이 구금돼 있는 것이다. 체포과정에서 손가락이 잘리는 등의 사고가 일어나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다.

이스라엘군 교도소에는 특히 여성과 어린이 수감자를 위한 별도의 지원 프로그램이 전혀 없다. 그래서 그는 여성과 아이들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가 ‘라와 창조적 팔레스타인 커뮤니티 펀드’(Rawa Creative Palestinian Community Fund)에서 일하면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고통 받는 여성과 어린이 수감자의 치료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아쉬라 프렘 라차나 씨가 현지 활동가들이 함께 촬영한 사진이다. 지난해 이스라엘이 점령 중인 팔레스타인 서안지역에서 이스라엘점령군에 체포돼 국제적인 논란이 된 팔레스타인 10대 여성 활동가 아헤드 타미미 씨도 보인다. [출처: 팔레스타인평화연대]

“우리의 삶과 존재 자체가 저항이다”

이스라엘점령군은 시위 현장 탄압뿐 아니라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저항운동의 힘을 뺏고 갈라놓으려고 한다. 마을 남성 모두를 체포하고 한밤중에 무작정 쳐들어와 수색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탄압에 맞서 라차나 씨와 팔레스타인 활동가들은 저항 속에서 서로의 정체성을 연결하며 함께 하는 방법을 찾고자 한다.

“그러한 활동 중 하나가 이스라엘 정착촌이 지어질 불모지에 마을 짓고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는 활동이었습니다. 전국에서 활동가 250명이 모여 마을을 만들었는데 5일 만에 이스라엘군에 해체됐지만 강력하고 아름다운 경험이었어요. 두 번째는 1천명이 모여 식물도 심고 배구장도 만들어 마을을 만들었는데 한밤중에 군인 5천명이 와 모든 것을 불태웠어요. 하지만 오히려 참가자들에게는 ‘전우애’ 같은 것이 생겼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존재하는 것 자체가 저항이라는 것입니다.”

잇따른 구속과 고문, 부상에도 라차나 씨는 집회에 나가면 현재 목소리를 높여 시위를 이끌거나 최루탄피를 주어 다시 던지는 일을 한다. 팔레스타인 소식을 외부에 알리기도 하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매우 어렵다고 한다. 그런 그는 한국 시민들에게도 이스라엘 정부뿐 아니라 사람들도 점점 더 극악무도해지고 있다며 무엇보다 BDS(3) 운동에 나서달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정부가 BDS 운동을 큰돈과 노력을 들여 막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에 지불된 단 1달러라도 팔레스타인 어린이를 죽이는 데 쓰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세계의 이스라엘 BDS 운동은 매우 중요합니다. 팔레스타인에 함께 하고자 하는 이라면 꼭 BDS 운동에 나서주길 바랍니다.”

라차나 씨는 팔레스타인 수감자 지원 활동 외에도 언론인, 연구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팔레스타인평화연대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반대하는 반전운동을 계기로 2003년 결성됐다. 주요 활동으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에 반대하는 각종 행사와 현대중공업 포크레인 판매 중단 운동 등 BDS 등을 진행하고 있다.


[각주]
(1) 뎡야핑, <가자의 귀환 대행진, “너희의 독립은 우리의 나크바다”>, 워커스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103187
(2) https://electronicintifada.net/blogs/maureen-clare-murphy/nearly-300-palestinians-killed-29000-injured-2018
(3) BDS 운동은 이스라엘에 팔레스타인 점령과 대량 학살에 대항해 시민이 참여하는 이스라엘 제품 불매(Boycott), 투자 철수(Divestment), 경제 제재(Sanction)를 촉구하는 세계적인 연대운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