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대통령 어디로 갔나” 청와대 간 스쿨미투

청와대 앞 스쿨미투 집회 열려…성폭력 실태 전수조사, 페미니즘 교육 등 요구


“‘학교에 왜 그렇게 창녀처럼 하고 오냐’ ‘못생긴 년들은 토막살해 당해야 한다’ ‘내 무릎에 앉으면 수행평가 만점을 주겠다’ 등의 이야기를 교실에서 직접 들었다. 학교에서 여학생으로 산다는 것은 매일 여성과 소수자 혐오에 기반한 욕설을 듣는 것이고, 성소수자를 배척하는 양성평등 교육, 이성애 위주의 교육을 받는 한편 교복을 비롯한 일상이 섹슈얼적 메타포로 소비되고 욕망의 대상의 되길 요구받는 것이다.” -2월 16일 스쿨미투 집회 발언 중-


스쿨미투에 대한 정부의 책임있는 대응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지난 1년 동안 학생들이 학교의 성차별, 성폭력적 문화와 구조를 지적하며 정부의 책임있는 대책을 요구했음에도, 정부의 미온적 태도로 구조적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그동안 나온 대책으로는 성차별-성폭력적인 교육환경을 바꿀 수 없다며 성폭력 실태 전수조사와 함께 교원에 대한 페미니즘 교육 등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 등 49개 단체가 공동주최로 나선 ‘스쿨미투, 대한민국 정부는 응답하라’ 집회가 16일 오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열렸다. 300여 명의 학생 당사자, 연대자들이 함께 했다.

스쿨미투 고발자들, “고발 이후 바뀐 것 없어”


집회에서 스쿨미투 고발자들은 고발 이후 공론화 과정에서의 문제점 등을 토로했다.

충북여중교내성폭력공론화 소속 A씨는 “성추행한 교사를 교감에게 고발했지만, 주의를 준 것이 전부였다”며 “이후 학교에선 스쿨미투에 대해 불미스러운 일이라고 불렸고, 나는 스쿨미투가 언급되면 모든 사람이 노려보는 듯한 감각에 떨어야 했다”라고 호소했다.

부산 스쿨미투연합 소속 B씨는 “교육청의 지시로 학교에서 성폭력에 대한 실태조사를 했는데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아 너무 불안했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이름을 쓰는 칸이 있었는데 공개적으로 피해자를 특정하는 것은 피해자의 입을 더 막을 뿐이다”라며 교육청 설문조사의 문제점을 이야기했다.

부원여중 졸업생 C씨는 편지를 통해 2차 가해 실태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C씨는 “성희롱, 성추행 사실이 폭로된 교사들은 뉘우치기는커녕 스쿨미투 공론화와 피해자 연대를 위해 붙여진 포스트잇을 떼어오면 벌점을 줄여주겠다고 말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연대 포스트잇을 붙이러 온 사람과 떼러 온 학생의 육탄전으로 이어졌다. 또 2차 가해 분위기가 과열돼 피해 학생들에게 너희 때문에 입시를 망치면 어쩔 거냐, 분위기를 망치니 좋냐’는 등의 폭언이 쏟아졌다”라고 전했다.

유경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 활동가는 “당연하지 않은 일상의 고발이 속출한 지난 1년 무엇이 바뀌었나 정부에 묻고 싶다”라며 지난해 12월 발표된 정부 종합 대책의 부족함을 지적했다. 유경 활동가는 “정부는 양성평등 교육 강화와 표본 조사를 대책으로 내놓으며 우리의 요구를 대폭 줄여 수용하겠다고 하지만 양성평등 교육만으론 일상 속 깊이 뿌리내린 성차별을 해결할 수 없다. 또한 교육부는 학교가 많기 때문에 전수조사가 어렵다고 했지만 그 많은 학교를 관리하기 위해 교육부와 각 시의 교육청이 존재하는 것”이라며 “아직 이야기하지 못한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전수조사와 책임감 있는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학내 성폭력 문화를 부수겠다는 의미를 담은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지난해 모 여중에서 나온 가정통신문이 무대에서 찢었다. 해당 가정통신문은 성폭력 예방 규칙으로 ‘규칙적인 운동과 체력단련을 통해 힘과 자신감을 기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모르는 곳에서 데이트하지 않는다’ 등을 적어놓았다.


성폭력 피해를 여성의 탓으로 돌리는 가정통신문 대신 <스쿨미투가 추방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방법>이 제시됐다. 그동안 스쿨미투 당사자들이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네 가지 요구안이었다. △가해교사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 △교원을 비롯한 모든 학교 구성원에게 페미니즘 교육 실시 △스쿨미투 표본 조사 아닌 전수 조사 실시 △사립학교법 개정이다.

학내 성폭력 근절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조치들

‘스쿨미투, 대한민국 정부는 응답하라’ 선언문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정부에 요구한 네 가지도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교육부는 학내 성폭력 전수조사를 이행하라 △교육부는 (예비)교원에 대한 페미니즘 교육을 의무화하라 △국회는 사립학교법 개정을 통해 사립학교 교원의 징계수위를 국공립 교원과 같게 하라 △검찰과 경찰은 스쿨미투 고발을 적극적으로 수사하고 책임감 있게 대응하라는 요구다.


모 교대 재학 중인 여름 활동가는 “교대에선 여학생과 남학생의 비율이 7:3으로 남학생이 적지만 이들은 여학생들 외모를 평가하고 줄 세우는 문화를 갖고 있고, 성폭력 2차 가해성 댓글을 당당하게 실명으로 개시하고 이를 문제 삼는 글에 되려 명예훼손이라며 협박할 만큼 교대 학생들의 성평등 감수성은 아주 낮다”라며 “이런 사람들이 교사가 된다고 해서 갑자기 성평등한 사람으로 바뀌지 않는다. 학생보다 교사 권력이 우위인 조건이 계속되는 한, 성평등 감수성이 낮은 사람들의 폭력적인 행동과 말은 점점 더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름 활동가는 “가부장적인 한국사회에서 교사들 또한 성평등한 환경을 만나지도 못했고, 교대에서도 성평등 관련 과목 하나 이수하지 못하고 졸업한다”라며 “문제 교사 한 명을 욕할 게 아니라 교사들이 성평등 교육을 이수하게 하고, 이후에도 성평등 교육을 꾸준히 받도록 제도화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쿨미투 비율이 공립학교보다 높고, 교원 징계 권한이 학교 법인에 있어 문제 교사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반복돼 온 사립학교의 문제도 지적됐다. 문지혜 인천페미액션 활동가는 “교사들은 재단에 충성하고, 성 비위 교사에 대해서는 솜방망이 처벌과 은폐가 반복되고 있다”라며 “국회가 법령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해 사립학교 학생들도 스쿨 미투 이후 성평등한 학교를 체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용인외대부고 소속의 D씨는 중학교 3학년 때 학내 성폭력 문제를 고발했다가 조사권한을 가진 학교와 경찰에 외면당한 경험을 털어놨다. D씨는 “당시 경찰과 학교 폭력 담당 선생님으로부터 ‘피해사실이 없던 것으로 하자. 어차피 처벌은 못 할 거야. 니가 예민했던 것 아니니’라는 말을 들었다. 제가 이의를 제기하자 피해자 보호 차원에서 제 이름을 a양으로 바꾸고 사건에서 배제했다”라며 “그 후부터 제 사건에 대한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그들이 처벌은 받았는지, 조사는 진행됐는지 재판은 이뤄졌는지 모른다”라고 했다. 이어 “모든 것을 걸어야만 성폭력을 고발할 수 있는 현실이 지속돼선 안 된다”라며 “대한민국 정부가 학교 성폭력 구조에 책임을 지고 적극적인 전수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학생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듣고 그들의 손을 잡아주길 원한다”라고 밝혔다.

스쿨미투, 지난해 첫 집회 이후 지역으로 번져…UN까지 다녀오다

앞서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은 지난해 11월, UN아동권리위원회에 아동에 대한 성적착취와 성적학대(#스쿨미투)에 관한 NGO보고서를 제출하고 △신속하고 정확한 실태조사 △페미니즘/인권 교육 △사립학교법 개정 △학생인권법 제정 △피해 학생의 진실과 정의 및 배상에 대한 권리 보장 △전문성 있는 상담인력 발굴 등 여섯 가지 권고안을 한국 정부에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

스쿨미투 당사자, 스쿨미투 집회 제안자 등은 지난 4일부터 9일까지 제네바에 머무르며, 국제단체에서 활동하는 여성, 아동인권 전문가를 만나 한국의 스쿨미투 현황을 알리기도 했다. 스쿨미투에 대한 정부의 책임 있는 태도를 촉구하는 ‘스쿨미투 1년, 대한민국 정부는 응답해야 합니다’ 서명운동에는 한 달 만에 3,000여명이 서명해 UN으로 전달됐다.

한편 스쿨미투 집회는 지난해 11월 3일 첫 집회(‘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를 시작으로 대구, 충남, 인천, 부산 등 지역으로 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