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려오는 노동개악 공세에 ‘한광호’를 떠올리다

[한광호 열사 3주기 기고]경총의 입법 요구안은 ‘노동자 살인 법’

얼마 전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이 경사노위에 제출한 입법 요구안이 공개됐습니다. 경사노위 노동시간개선위원회가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 발표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습니다. 경총 요구안은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사용자 부당노동행위 폐지(또는 처벌규정 삭제, 노조의 부당노동행위 신설) △사업장 내 쟁의행위 전면 금지 △쟁의행위 찬반투표 절차 강화 △단체교섭 대상 제한 △직장폐쇄 요건 완화(직장폐쇄 허용)등 한마디로 유성기업이 자행했던 불법적인 노조파괴를 합법화시켜달라는 것이었습니다. 3년 전 유성기업 노조파괴를 견디다 못해 세상과 이별한 유성기업 한광호 열사가 떠올랐습니다. 한광호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노조파괴를, 경총이 ‘사용자 대항권’이라는 이름으로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노조파괴, 불법이 합법으로 둔갑?!

2011년 5월 18일 유성기업 사측은 노동조합의 합법적인 쟁의행위를 빌미로 불법적인 직장폐쇄와 용역깡패를 투입해 노조파괴를 시작했습니다. 노동자들을 모두 공장 밖으로 내쫓았지요. 이 때 노동자들은 현장복귀 선언을 했지만, 유성기업 사측은 이를 거부했습니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3개월이 넘게 비닐하우스에서 생활해야 했고, 사측은 복수노조를 악용한 어용노조 설립으로 민주노조를 무너뜨리려 했습니다. 이 때문에 유성기업 유시영 회장은 1년 2개월의 실형을 살았습니다. 그런데 경총 요구안 대로면 유성노동자들은 공장 안에서 쟁의행위를 한 것 자체가 불법이고, 사측의 직장폐쇄는 합법이 됩니다. 유시영 회장은 감옥 갈 일도 없었겠지요.

2011년 8월 유성기업 사측은 노동자들이 현장에 복귀한 후에도 계속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습니다. 불법적인 몰래카메라 설치, 임금차별, 잔업특근 배제, 어용노조 가입 회유 등 일일이 열거 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노동자들이 항의하면 무더기 고소고발로 노동자들을 입을 막았고, 손발을 묶어버렸습니다. 차별문제도 심각했습니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두고 보고만 있지 않았습니다. 천안 노동부를 찾아간 것만 수 십 번이었습니다. 천안 검찰청 앞에서는 5년이 넘도록 피켓 시위를 벌였습니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있는 법’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현실을 개탄하면서도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를 증명하기 위해 밤낮으로 노동부와 검찰을 쫓아다녀야 했습니다.

끈질긴 싸움 끝에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법원에게 사측의 부당노동행위 판결을 받아냈고, 2019년 1월에는 국가인권위원회부터 차별시정 권고 결정을 이끌어냈습니다. 피눈물을 흘리며 5년 넘게 싸워 받아낸 권고문이었습니다. 그런데 경총이 제출한 요구안 대로면 유성기업 사측은 처벌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법이 있어도 검찰의 부당노동행위 기소율이 9.5%에 불과한데, 이제는 노동자들이 부당노동행위 사실을 입증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됩니다. 벌금 정도 물겠지요. 노조파괴 브로커였던 창조 컨설팅 심종두는 노조파괴 컨설팅을 하면서 ‘23개 기업에서 82억 4,500만원’을 벌어들였습니다. 노조파괴 브로커들에게 수 십 억을 갖다 바친 기업들이 부당노동행위 벌금을 무서워나 하겠습니까!

열사 앞에 고개를 못 들겠습니다.

지난 11월 유성기업 노사 간의 불미스러운 충돌사태가 있었을 때 보수언론이 나서 민주노총을 폭력집단으로 몰아세우면서 일부 보수언론은 노사갈등의 원인으로 ‘단체협약 징계조항’을 지목했습니다. 인사권은 사용자의 고유권한인데 노동조합이 이를 침해해 노동자들을 징계하지 못하도록 막아서 집단행동을 남발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남발한 것은 단체협약을 무시하며 벌어진 징계, 해고였습니다. 한광호 열사도 징계와 고소고발을 당했습니다. 회사 가는 게 죽기보다 싫었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는 사측의 징계, 고소고발 협박이 그를 고통으로 몰아넣었고, 정신적 고통을 이기지 못한 한광호 열사는 동료들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남기고 떠났습니다.

[출처: 미디어충청 자료사진]

이것이 노동자들이 겪는 현실인데 경총은 ‘단체교섭 대상 제한’을 입법 요구안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경총 요구안 대로면 유성기업지회 해고자들은 여전히 공장 밖에 있어야 합니다. 많은 노동자들이 사측의 탄압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져도, 사측은 어떤 책임도 질 필요가 없습니다. 노동조합은 노동3권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조합원들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한 ‘유성기업 노동자 정신건강 실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433명) 중 62%가 일상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특히 금속노조 조합원들의 정신건강 상태는 심각했습니다. 응답자 중 총 91명이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징후를 겪고 있는데 그 중 금속노조 소속 조합원들의 숫자가 우울증 징후 43명,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25명으로 월등히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노조파괴의 본질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저는 경총 요구안이 유성기업에서 벌어졌던 사측의 온갖 불법, 부당행위를 합법화시켜주자는 얘기로 들립니다. 경총의 요구는 노조파괴를 합법화시키는 ‘노조파괴 법’입니다. 노조파괴로 노동자가 죽음으로 내몰렸음에도, 제도 개선은커녕 이를 양성화시키겠다는 자본의 ‘노동자 살인 법’이었습니다. 이를 보고 있자니 한광호 열사 앞에 어찌 서야 할까 부끄럽기 까지 합니다.

열사정신 계승, 노조파괴자 엄정 처벌! 노조파괴 금지법 도입!

3월 17일이면 한광호 열사가 세상을 떠난 지 3년 되는 날입니다. 유성기업지회는 한광호 열사의 영정을 가슴에 품고, 현대자동차 양재동 본사를 지키고 있는 용역들에게 수 없이 두들겨 맞고 내쫓기면서 싸워서 유성기업 유시영 회장을 감옥으로 보냈습니다. 하지만 유성기업 유시영 회장은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다시 노동자탄압을 벌이고 있습니다. ‘유성기업 노조파괴 사태에 종지부를 찍자’는 노동자들의 절규에도 유성기업 사측은 달라진 게 없습니다. 여전히 유성기업은 지옥입니다.

노조파괴 8년, 유시영 회장은 임금체불, 부당노동행위,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가 돼 다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사측은 또 온갖 핑계를 대며 재판일정을 미루겠지요. 경총의 ‘노조파괴 법’요구가 입법화되길 기대하면서 말이죠.

유성노동자들은 그래서 더더욱 이 싸움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유성노동자들은 자본가들의 노조파괴 행위가 얼마나 악질범죄인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유성기업 사측의 노조파괴 행위를 제대로 처벌하고, 노조파괴 금지법을 도입해서 다시는 노동현장에 노조파괴 행위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8년을 싸우고 있는 것입니다.

상여를 매고, 서울을 온 몸으로 기어가며 외쳤던 ‘노조파괴 분쇄, 민주노조 사수’...
절대 잊을 수도 없고, 잊어서도 안 되는 그 이름 ‘한광호’...
몰려오는 노동개악 공세에 주먹을 쥐며 떠올리는 그리운 이름입니다.
민주노조를 지키려는 우리 모두가 기억하고 함께 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