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인력감축, 대형 사고와 연결…“무자격자가 지하철 운전도”

반복되는 공공기관 안전사고 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 열려

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 사망 사건, KT통신구 화재 사고, 백석역 열수송관 파열 사고, KTX 강릉선 탈선 사고까지 지난해 말 발생한 각종 대형사고는 공공기관의 허술한 안전관리를 나타내는 지표다. 역대 정권에서 정부의 공공기관 안전대책을 꾸준히 내왔지만, 산재를 비롯한 각종 사고들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3월 말 종합적인 안전대책을 내놓는다고 하지만, 공공기관 종사자들은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 한 각종 사고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 경고한다.


15일 오전 국회에선 공공운수노조 등의 주최로 정책토론회 ‘반복되는 공공기관 안전사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해법은 없나’가 열렸다. 이 자리에 6명의 노동자가 나와 직접 현장 사례를 증언했는데, 효율성을 이유로 인력을 감축하는 대책에 노동자, 시민의 안전이 속수무책으로 후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김철 연구실장은 “공공기관 개혁 정책의 추진방식에 차이가 있었을 뿐 지난 20여년간 공공부문 개혁의 핵심은 신공공관리(NPM) 기조에 입각한 공공부문 구조조정 및 경영 효율화였다”라며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낙하산 인사, 코드인사의 투하 등을 통해 발생하는 정책적 비능률성의 문제를 개선하는 데 소홀한 대신 공공기관의 인력감축, 경영효율화에만 관심을 두어 정작 공공기관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방치했다”라고 비판했다.

박찬용 서울교통공사 승무본부 사무국장은 “지하철 현장에서 일하는 모든 분야에 인력이 부족하다”라며 “기관사의 경우 기관사가 부족해 무자격자가 운전하는 일도 있다”라고 말했다. 박 사무국장은 “최근 서울지하철은 승무원을 지도하고 승무원을 관리해야할 관리자들에게 지하철 운전을 맡기고 있다”라며 “이들은 기관사 자격증만 있을 뿐 규정상 필수조건인 실습연습도 하지 않고 투입되는데 심지어 운전을 해 본적이 없는 사람에게도 열차 운전을 시키기 시작했다”고 했다.

역무원의 인력도 부족해 70%가 넘는 역이 사실상 1인 역사이다. 서울지하철 5~8호선 150개 역 중 107개역(전체 역 중 71%)에서 역무원은 2명이 배치돼야 하지만 교육, 휴가 등으로 단 한명의 역무원만 근무하는 날이 빈번하다.

마치 마른 걸레 짜듯, 부족한 인원들은 새로운 노선이 생기면 다시 한번 쪼개진다. 새로 연장된 부산지하철 다대구간은 183명이 필요인력으로 산출됐지만, 신규 채용은 단 4명 뿐이다. 기존 노선의 인력을 축소해 전환 배치하고, 계약직을 채용하는 등의 일이 벌어지고 있는 탓이다. 박 사무장은 “기존 노선에서 인력을 축소해 전환 배치하면서 다대구간도 위험해지고, 나머지 구간에도 인력이 줄어 지하철 안전은 후퇴됐다”라고 꼬집었다.

가스 시설을 검사하는 검사원들의 업무량 과다가 부실 조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구광모 한국가스안전공사노조 위원장은 “지난해 강릉 펜션 유독가스 질식 사고로 한국가스안전공사가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데 해당 검사원 일정을 살펴보니 그날 하루 16건을 수행했다. 지방의 경우 100km, 200km를 달려 이동을 하는 데 안전 관리가 제대로 되는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구 위원장은 기획재정부의 ‘경영평가’를 비판하며 “‘안전관리기관’의 특수성과 사회적 가치를 무시한 일률적인 잣대로 경영 효율성 제고 등 강제적 혁신과 성과 요구로 피로감과 함께 내부 반발이 증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수입(매출액달성률), 업무생산성, 검사처리율 등의 지표는 공공성을 저하시킨다”고도 말했다.

당연히 주 52시간을 넘겨 일하는 불법적인 노동환경이 만들어진다. 인천공항의 환경미화 노동자는 하루 7.5시간 주 6일 일한다. 오순옥 인천공항지역지부 수석부지부장은 “사회적 상식인 주5일제를 요구하는 투쟁을 하고 있다”라며 “상식적 요구를 하는데 누구도 논의하려 하지 않고, (사측 관계자) 누구도 테이블에 나오려 하지 않는다”라고 토로했다.

인천공항은 제2터미널 개항으로 제1터미널 이용객 수가 감소할 것을 고려해 1터미널 인력을 줄였다. 하지만 이러한 예측은 빗나갔다. 2020년이 되어야 이용객이 6천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난 2017년에 이미 6100만명을 넘어섰고, 올해는 7400만 명의 여객이 인천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오 수석부지부장은 “1터미널의 각종 시설유지보수 인력이 감축됐고, 도로가 2만km 연장됐으나 도로관리 현장 인력은 단 1명 증원됐다”라며 “올해, 안전이 사회적으로 이슈되면서, 수하물처리시설 유지보수 업무 역시 2인1조로 작업하라고 공문이 내려왔지만 현재 인력으로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충원 없는 2인 1조 작업 지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종이쪼가리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공허한 2인 1조 작업 지시에 대한 지적은 고 김용균 씨가 속했었던 한국발전기술지부에서도 나왔다. 이준석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기술지부 태안화력지회장은 “2인 1조를 위해 50명이 필요한데 13명만 충원됐다. 공공기관으로의 전환시점에 맞춰 충원한다고 하는데 그때까지는 현장 순회를 줄이라고 했다. 현장 순회가 줄면 화재 위험이 커진다. 발전소 안의 상탄들이 섞이면 쉽게 자연발화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김광석 한국지역난방공사노조 위원장은 “열수송시설관이 20년, 30년 지나 노후화되면 부식과 파손으로 각종 고장이 잦아지는데 검사소와 정비소 양쪽 모두 인력이 안 늘어난다”라며 “기존 인력까지 빼가면서 감독만 강화하려고 하는 게 문제”라고 밝혔다.

안전 사고가 일어나면 개별 공공기관 직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로 거론됐다. 김 위원장은 “고양시 백석역 인근에서 벌어진 열수송관 누수 사고로 직원 9명이 불기소 기소됐다. 그런데 누가 국민에게 피해 끼치면서 일하고 싶겠나. 근원적인 책임은 기재부에 있는 것”이라고 꼬집으며 “3년 단위로 바뀌는 경영자의 목소리를 들을 게 아니라 제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달라. 현장의 목소리가 정부 구조에 반영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은 “이러한 안전인력 부족과 외주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주무부처에서는 해당 공공기관으로 떠넘기면서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라며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인해 노동시간 단축‧교대제 개선이 병행되어야 하나, 땜질식‧기형적 교대제 개편으로 인력충원이 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철 연구실장은 △공공기관 민영화·기능조정 중심의 공공기관 정책 기조 전환 △외주화 중단 및 안전인력 확충 △공공기관 노후시설 및 운영 개선 △경영평가 등 안전 관련 평가‧제도 개선 △안전 관련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의 근절 등을 공공기관 안전관리 개선방안으로 제안했다.

한편 이날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소속 공무원들도 참석해 지적된 문제들에 대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공공기관 안전 실태를 증언한 노동자들은 정부의 안전대책에 그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구조를 요구했지만 시원한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김광석 위원장이 “종합대책 발표 전 노동계라든가 현장 사람들과 사전 협의할 생각이 있냐”고 묻자 황병기 기획재정부 안전정책팀장은 “기회가 되면 한번 검토해보겠다”라는 형식적인 답변을 남겼다. 황 팀장은 이날 지적된 인력 부족 문제에 대해선 “지금 개별 공공기관들부터 자료를 수집하고 있고, 심의 중이다. (노동자들의 요구가) 3월 말까지 충분히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