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보잉기 잇단 추락은 ‘기업살인’…“규제완화가 부른 참사”

안전업무 외주화 등 규제 완화…보잉사, 미국 의원 330명 후원

최근 수백 명의 희생자를 낸 보잉사 737 Max8 여객기 추락 사건과 관련해, 미국 정부의 규제완화에 그 원인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업 살인’이라는 항의도 빗발친다.

[출처: DemocracyNow!]

지난달 10일 에티오피아항공 소속 보잉 737 Max8 여객기가, 인도네시아 라이언 에어의 같은 기종 여객기가 추락한 지 5개월 만에 잇따라 추락하면서 이번에도 전원이 사망했다. 두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모두 346명에 달한다. 일각에선 처음부터 이 사고 원인이 기체 결함에 있다고 지적했지만 이 항공기를 제작한 미국 보잉사는 사고 약 1개월 만에야 이를 인정했다. 앞서 에티오피아 당국도 두 사고 모두 유사한 경로를 보이고 있으며 조종사들의 과실은 없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세계 최대 항공기 제작회사인 보잉이 이 같이 치명적인 사고를 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미국 사회에선 규제완화로 인한 기업 살인이라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 비영리기관 ‘퍼블릭 시티즌’ 창립자인 랄프 네이더(Ralph Nader) 변호사는 미국 독립방송 <데모크라시 나우>에 5일(현지시각) 출연해, “이 여객기는 (기체 결함으로 인해) 다시는 운행돼선 안 된다”며 “이 사고는 보잉의 기업살인”이라고 제기했다. 그는 문제의 에티오피아 에어라인 여객기에 탑승했다가 사망한 한 여성의 삼촌이기도 하다.

네이더에 따르면, 보잉 737 Max8 기종은 1960년대 모델을 재설계한 것으로 신형 자동비행 소프트웨어를 장착한 것이다. 보잉사는 2011년 구형인 이 모델을 새 기종으로 교체하려 했다. 그러나 당시 미국 항공사 아메리칸 에어라인이 보잉의 경쟁사인 에어버스에서 새 여객기를 대량 주문을 하면서 새 기종 디자인을 중단하고 구형 737 Max를 개량해 시장에 내놓는다. 보잉은 이때 랜딩 기어를 올리고 연비가 개선된 엔진을 장착했으며 날개를 더 높이고 앞으로 기울였다. 그러나 이러한 개조로 공기 역학이 바뀌면서 비행기 시동이 쉽게 꺼져버리는 결함을 지니게 됐다. 보잉사는 시동 정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동비행 소프트웨어를 고안했지만 이는 단 한 개의 작동 센서와 선택사양인 경고등, 그리고 지시계로 구성돼 있을 만큼 처음부터 허술하게 설계됐다. 하지만 이런 문제에도 미국 연방항공국(FAA)은 보잉사에 판매를 허가했고 이후 여객기는 전 세계로 팔려나갔다. 그리고 결국 이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해당 기종 여객기 2대가 추락한 것이다.

보잉사 내 엔지니어들은 이 문제를 알았기 때문에 우려했지만 경영진은 조종사나 항공사 대부분에도 공지하지 않다. 또 몇 해 동안이나 이 기체를 판매하면서도 결함을 해결하지도, 조종사 훈련이나 상세화 된 비행 매뉴얼 등 안전 비행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안전업무 외주화 등 규제 완화...보잉사, 의원 300명 후원

네이더에 따르면, 이 같은 보잉사의 ‘기업 살인’이 가능했던 이유는 이윤 추구 외엔 관심이 없던 사측과 이를 용인한 미국 정부의 규제완화에 있다. 여객기 안전 여부 등을 점검하는 미국 당국인 FAA는 비용 절감을 이유로 항공기 제조 인증 행정을 외주화하고 ODA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는데, 형식적인 감독으로 비판을 받아왔다. 다니엘 엘웰 FAA 국장만해도 최근 미 의회 청문회에서 “ODA가 없다면, 측정컨데, FAA에는 직원 약 1만 명이 더 필요하고 인증 업무에만 18억 달러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만큼 많은 기능을 단순화해 외주한 것이라는 의미다. 이 때문에 미국 소비자단체들은 제대로 된 심사를 애초 기대하는 게 무리라고 지적해왔다.

보잉사는 이 같은 규제완화를 위해 항공정책에도 적극 간여해왔다. 보잉사는 2015년부터 의회 로비를 위해 7천만 달러(801억5000만 원) 이상을 지출했으며 이외에도 미국 하원 항공분과위원회 의장인 테트 크루즈 상원의원(공화당) 재선 운동에 6만 달러(약 7천만 원) 이상을 지원하는 등 이 위원회 위원들의 선거운동을 후원해 왔다. 보잉사가 선거운동을 후원한 현직 미국 상하원 의원은 330명에 이른다.

보잉사와 정부는 인적으로도 긴밀히 연결돼 있다. FAA 직원 상당수는 항공사 출신인 경우가 많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FAA 국장으로 지명한 스티븐 딕슨도 미국 주요 항공사인 델타항공에서 일했으며 로비스트로 활동했던 인물이다. 이 때문에 미국 사회에선 보잉을 규제해야 하는 기관이 오히려 보잉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아우성이 들린 지 오래다.

결국 이들 주장에 따르면, 보잉사는 에어버스와의 경쟁 속에서 737 기를 빠르게 시장화하고자 기체를 개량했으나 안전에 관한 원칙을 무시했고 미국 정부도 이를 규제하는 데 실패하면서 잇따른 참사가 발생했다는 것인데, 우리 사회에도 낯선 문제는 아니다.

이번 사고로 조카를 잃은 네이더는 “사실 규제 실패는 당장 사람들의 목숨으로 연결된다”며 “우리는 이제 거리의 범죄 보다 기업 범죄가 훨씬 더 심각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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