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키우고 기업이 득보는 ‘미세먼지 공포 마케팅’

[워커스 이슈①] 미세먼지 전문가 장재연 아주대 교수 “언론, 정부가 나서 미세먼지 공포 조장”

지난 3월 28일 저녁, 충북자연과학교육원 시청각실에는 미세먼지 강연을 들으러온 청주 시민들로 가득 찼다. 이날 연사는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인 장재연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였다. 장 교수는 30년 이상 미세먼지를 연구해 온 미세먼지 전문가다. 88올림픽 당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서울의 대기오염 대책을 요구했고, 장 교수는 이를 계기로 1985년부터 서울의 대기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장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부가 제대로 된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중국발 미세먼지’ 같은 잘못된 정보를 퍼뜨려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워커스》는 이날 장 교수를 만나 미세먼지 ‘공포마케팅’과 정부 정책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출처: 홍진훤]

미세먼지, 공포 마케팅에 이용되다

일부 기업들에게 미세먼지는 ‘호재’이자 ‘도전’의 기회다. 정부 차원에서 미세먼지 관련 각종 산업이 육성되고, 연구가 진행되고, 지원 예산까지 책정된다. 장재연 교수는 정부의 미세먼지 예산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전기차, 수소차 예산을 “효과는 가장 없으면서 가장 많은 예산을 쓰는 대책”이라고 꼬집었다. 기업들이 해야 할 일을 정부가 나서서 해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자동차 배출가스를 규제해 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여도, 자동차 대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별 효과가 없다. 차량 운행을 줄여야 하는 문제인데, 현재 대중교통 활성화 같은 대책들이 보이지 않는다”며 “버스회사가 적자가 나도 제대로 보조해 주지도 않으면서, 그 돈을 자동차 회사에만 지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마스크, 공기청정기 산업은 에너지를 더 많이 쓰고, 미세먼지를 더 많이 발생시키는 산업”이라며 “정책을 잘못 짜면, 모든 것이 엉망이 된다”고 덧붙였다.

미세먼지 공포마케팅으로 각종 미세먼지 용품 지출이 늘면서, 수혜 기업들은 그야말로 전성기를 맞았다. 장 교수는 “쓰리엠을 비롯한 마스크 회사들이 한국 시장에서 대박이 났다. 예전에는 잘 팔리지 않던 공기청정기가 두 가구당 한 대씩 있다고 한다. 가글이나 미세먼지로부터 피부를 보호한다는 온갖 화장품도 나오고 있다”며 “분명하게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정보 제공자에 대한 신뢰감 부족 때문에 하지 않아도 될 지출이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미세먼지 대응요령으로 ‘마스크 착용’을 강조하는 것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산업용 마스크를 미세먼지 대책으로 제시하는 유일한 국가”라며 “미국 흉부학회와 미국 식약처, 싱가폴, 홍콩 등에서는 마스크 사용의 주의성을 경고한다. 마스크를 착용하면 숨을 더 크게 쉬어야하기 때문에 심장에 무리가 가고, 산소와 이산화탄소가 잘 교대되지 않아 특히 환자와 산모에게 더 좋지 않다는 것”이라며 “숨 쉬는 것을 힘들게 하는 것만큼 나쁜 것은 없다. 정부가 지금 마스크를 써야 하는 근거를 만드는 연구에 들어갔는데, 그런 연구는 마스크 사용을 강조했던 5년 전에 진작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발 미세먼지 영향 연구는 ‘답정너’였다

장 교수는 이날 열린 강연에서 미세먼지의 원인을 ‘중국’으로 돌리는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장 교수는 ‘미세먼지의 75%가 중국 등 외부에서 유인된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국립환경과학원의 주장을 여러 근거를 들어 반박했다.

장 교수는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에서의 모델링 오류를 설명하며 “중국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한국과 중국 두 나라에서 나오는 오염물질 양과 기상상황 등 정확한 정보를 예측값에 넣어야 한다. 하지만 이는 확보하기 어려운 자료”라며 “또한 이들은 기상상황을 ‘서풍’으로 퉁치는데, 바람은 서풍만 불지 않으며 변화무쌍하다. 사실 입력 자료부터 잘못됐다. 중국 영향을 과대하고 집어넣고 기상 상황은 대충 넣는데 그 모델이 맞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서 “당연히 국제적 논문도 나올 수 없다. 연단위로 평가해야 신뢰성이 나오는데, 국립환경과학원은 하루 동안 중국 영향이 75%라는 보도자료를 낸다. 학술 조사로선 만용에 가까운 짓들”이라고 질타했다.

2017년 발표된 한국-NASA 공동 연구 1차 보고서의 결론도 보도된 것과는 다르다고 했다. 당시 이슈가 된 건, ‘한국의 미세먼지 34%가 중국발’이라는 국립환경과학원의 발표였다. 장 교수는 공동 연구 보고서의 핵심이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공동 연구의 결론은 △2차 생성에는 지역 내 오염원이 지배적인 기여를 한다는 것 △국립환경과학원의 오염물질 배출량 통계가 과소평가 됐다는 것 △충남 지역의 화력발전소 등 대규모 점오염원의 영향은 수도권 남쪽 지역에서 가장 강하게 나타난다는 것 △서울이 주변 지역, 아시아 대륙 또는 북반구로부터 유입되는 오염물질 영향을 얼마나 받는지는 기상조건에 따라 매우 급격하게 바뀔 수 있어 예측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조명래 환경부 장관과의 면담 이야기를 들려주며 “환경부 장관이 고백하길 과학적 데이터를 내놓고 싶어도 직원들이 하나도 준비를 못 했다고 한다더라”라며 “몇 백억을 썼는데도 제대로 된 논문조차 없는 점이 이를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미세먼지 원인의 연구 방향, 목적 역시 논란거리다. 정부는 미세먼지 R&D 역량을 집중시키겠다며 3년간 492억 원의 예산을 책정해 2017년 ‘미세먼지 범부처 프로젝트 사업단’을 띄운 바 있다. 장 교수는 “R&D도 오염물질 발생 원인을 찾고 효과적으로 줄이는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가 돼야 하는데 남탓을 하다보니까 전부 모델링하고, 추적하고, 인공위성 쏘고 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정책 방향이 잘못되면 R&D나 산업이나 다 왜곡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짜뉴스 퍼트리는 언론도 공범

정부의 허점투성이 연구를 재가공 해 ‘미세먼지 공포’와 ‘중국 혐오’를 퍼뜨리는 언론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실제로 2014년 2월 JTBC는 이탈리아 국립암센터가 실시했던 실험을 전달하며 미세먼지 수준이 ‘나쁨’일 때 1시간 외출하면 밀폐된 공간에서 담배 한 개비의 연기를 1시간 24분 동안 마시는 것과 같고, 디젤차 매연을 3시간 40분 동안 마시는 것과 같다고 보도했다. 동일한 내용의 보도는 신문사, 방송사 할 것 없이 지난해까지 이어졌다.

장 교수는 “해당 연구는 사실 청소년 금연 교육용으로 제작돼 별로 엄격한 실험도 아니었다. 좁고 밀폐된 공간에서 담배 연기가 디젤차보다 10배 나쁘다는 논문이었는데 뜬금없이 서울 공기를 붙여놔 가짜뉴스가 됐다”라며 “지난 5년간 언론에서 미세먼지 중국발 프레임을 강하게 만들어 제대로 된 대책을 만드는 데 방해했다”라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언론이 많이 인용하는 어스널스쿨의 사진도 실은 그래픽 처리된, 실제 벌어지는 상황이 아닌 ‘예측 그림’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언론에선 이를 ‘인공위성 사진’처럼 쓰는 바람에 미세먼지의 공포를 더욱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워커스 5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