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도 인정한 화물연대, 농협중앙회는 노동탄압 중단해야”

노동법률가 및 단체 성명내고 화물노동자 탄압하는 농협중앙회 규탄

[출처: 공공운수노조]

농협의 먹거리를 운송해 온 화물차 특수고용노동자들의 파업 투쟁이 농협중앙회의 강경 대응으로 더욱 격화되고 있다. 원청인 농협중앙회 회장은 파업 노동자를 두고 ‘불법시위를 하는 사람들은 앞으로 농협물류에 진입을 허용하지 말라’라고 발언하는 등 초강수를 두고 있다.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3권을 부정하는 원청의 행태에 노동법률단체들이 농협중앙회를 규탄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법률원 등 5개 노동법률단체는 26일 농협중앙회를 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농협중앙회와 농협물류는 화물연대 조합원들에 대한 노동탄압을 즉각 중단하고, 화물연대와의 단체교섭에 성실히 임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노동법률단체들은 “농협물류는 배차지시, 운임의 일방적 결정 등을 통해 화물차 노동자들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면서도, 최소한의 인간다운 노동을 위해 단체교섭을 요청한 화물연대 조합원들을 전원 계약해지시켜 버렸다”라며 “농협물류와 같은 실질적 사용자가 (배차) 지시에서부터 계약해지까지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최소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 방안이 노동조합을 가입하는 것이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국가인권위원회와 대법원도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3권을 인정하고 있다”라며 “국제노동기구(ILO)도 2009년 이래 수차례에 걸쳐, 화물연대 조합원을 비롯한 특수고용 노동자는 고용관계의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결사의 자유를 보장받아야 하며, 이들이 실효성있는 단체교섭을 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한국 정부에 요구한 바 있다”라고 덧붙였다.

노동법률단체들은 고용노동부의 역할도 강조했다. 이들은 “고용노동부는 ILO 결사의 자유 협약 비준이라는 국정과제에 맞추어, 농협중앙회와 농협물류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지도, 감독을 즉각 실시해 한다”라고 촉구했다.

농협물류, 노조 탈퇴ㆍ해고 요구ㆍ손배청구 예고

농협물류와 계약을 맺고 일하는 화물노동자들이 화물연대본부에 가입한 것은 지난 2월이다. 이들은 매년 계약서를 갱신하며 심각한 고용불안을 느끼고 있었고 운송료는 10년 동안 동결된 상황이었다. 그 사이 농협물류는 2004년 출범 이후 지난 10여년간 40억 원에서 2,610억 원(2013년 기준)으로 매출액이 급성장했다. 이에 농협안성식품물류센터에서 신선부문 운송을 담당하는 노동자 140여명 중 3월 말까지 71명이 노조에 가입했다. 이들은 농협물류에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도리어 화물연대 탈퇴 확약서를 요구하고 이를 거부하는 화물노동자들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노조 설립 한달 만이었다. 조합원들은 3월 31일부로 파업에 돌입해 운송 저지 투쟁을 전개하며 농협물류에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농협물류는 화물연대 조합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예고하는 한편 방해금지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안성센터를 폐쇄하고 인근의 평택센터를 통해 대체 수송을 진행하며 대체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대체 근로를 반대하고 있는 파업 중인 노동자들과 대체 기사들 사이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는데 농협물류는 조합원을 상대로 업무방해금지 가처분도 신청했다.

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은 지난 16일 농협중앙회의 전국대의원대회에서 화물연대를 두고 ‘어떤 일이 있더라도 용납할 수 없는 단체’라며 ‘불법시위를 하는 사람들은 앞으로 농협물류에 진입을 허용하지 말라.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은 일체 계약을 못하도록 조치를 하고 있다’고 발언해 노동자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같은 날 농협물류는 모든 사업장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감사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농협물류 화물노동자들은 파업에 돌입하며 “배차를 구실로 금품상납과 성접대 강요받고 인격적 모독을 비롯한 온갖 갑질 횡포가 있었다”는 폭로를 제기한 바 있다.

농협물류는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농협중앙회 감사위원회가 주관하는 특별감사를 25일부터 농협물류 전 사업장을 대상으로 실시한다”고 밝히며 “갑질 등의 문제가 적발될 시 특별감사로 전환, 불공정 행위와 위법행위를 원천봉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2,200명 전체 배송기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처우개선과 함께 경영진과의 소통창구를 만들겠다”며 “배차방식 역시 현행 수기배차에서 자동배차방식으로 전환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배차방식을 운영할 것”을 약속했다.

김영빈 화물연대 서울경기지부 사무부장은 “주임, 대리들의 개인일탈로 치부하는 꼬리자르기가 될 수도 있다”라고 우려했다. 김 사무부장은 “지난해부터 자료를 주고 감사를 요청했는데 형사고발 조치했다고 하면서도 실제로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최근에 언론에서 부각되니 부랴부랴 고발했는데 눈 가리고 아웅식의 감사가 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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