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사건을 둘러싼 사이버성폭력의 흐름

[워커스] 워커스X한사성


최근 한동안은 이곳저곳 뛰어다니면서 버닝썬 게이트에 관해 말하는 일을 하며 보냈다. 두 가지가 중점이었다. 하나는 승리와 정준영 등 남연예인의 단톡방 성폭력은 그들 개개인의 악함이나 연예인이라는 계급성 때문에 일어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공급이 있으니까 수요가 생긴다’며 성산업에 공급되는 여성을 경멸하는 사람들의 인식과는 달리 현실은 수요가 있어 공급이 강제되는 패턴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사이버성폭력에 대응하며 목격한 사례들에 견주면 해당 남연예인들의 범행이 놀라울 정도는 아니었다. 성폭력을 목적으로 하는 단톡방에 들어가면 각 방마다 100~1000명 단위의 남성이 성폭력에 가담하고 있는 모습을 상시 목격할 수 있다. 이미 너무 많은 남성이 메신저로 불법촬영물을 공유하고,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언어폭력을 저지르며 서로의 유대를 돈독히 해온 역사가 있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가지는 특성 때문에 특수강간 등의 성폭력을 더 쉽게 저지를 수도 있었겠지만, 수많은 사이버성폭력 가해 남성 중 남연예인의 위치가 있는 것이지 남연예인이기 때문에 사이버성폭력 가해자가 됐던 것은 아니다.

또, 버닝썬을 포함한 일부 메이저 클럽의 영업방식은 ‘여자 장사’라는 속된 표현으로 수렴할 수 있다. 이들이 판매하는 것은 결국 ‘여성과의 성관계 가능성’이 내재된 ‘물 좋은 공간’이다. 이들은 미디어를 통한 이미지 메이킹 및 ‘입뺀’(1) 등과 같은 장치로 여성 스스로가 자신의 상품화에 기여하도록 만든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여성이 클럽에 가는 이유는 ‘따먹히기 위함’이 아니기 때문에 남성 고객이 요구하는 여성은 대부분의 경우 늘 부족한 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클럽 측에서는 직접 성매매 여성을 동원하거나 심신미약 상태가 된 여성을 제공해 공급량을 수요에 맞추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억지로 여성의 ‘동의’를 만들고, 그렇게 해도 공급량을 맞추지 못하는 경우 명목상의 동의도 받지 않은 채 약물강간 등의 형태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아예 소거해 판매하는 성산업 구조는 사이버 성폭력의 영역에서도 쉽게 포착할 수 있다. 스튜디오 촬영회처럼 오프라인에서 여성에게 직접적인 폭력을 가해 동의를 강요하거나 그루밍, 여성 상품화 문화 등을 통해 좀 더 간접적인 접근으로 ‘동의’를 얻어내고 촬영물을 생산한 후 유포하는 것, 여성을 동의 없이 찍어 유포하는 것이 같은 선상에서 연결돼 있다.

강연과 인터뷰 자리에서 이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의 표정과 언론 보도 양상, 잽싸게 은퇴하는 남연예인들의 모습, 그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우리 사회가 어디까지 왔는지를 가늠하는 지표가 된다. 버닝썬 게이트는 ‘불편한 용기’의 시위에서 이어지는 사회 전반의 불법촬영 관련 문제의식을 굳히는 역할을 했다. 세상은 전과 달라졌다. ‘불법촬영은 범죄’라는 부착물이 점점 더 많아지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공공장소에서 불법촬영은 범죄’라는 안내방송이 더 자주 들린다.

그러나 ‘일반인’은 불법촬영 하면 안 된다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사용이 금지된’ 여성 범주가 따로 나타나게 됐을 때, 사이버성폭력은 근절될 수 있는가?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사용에 동의한’ 여성을 통해 남성들에게 기능적으로 불법촬영물과 다르지 않은 상품을 제공하기 시작한 것은 문제의 해결을 의미하는가? 버닝썬을 기점으로 사이버성폭력에 대한 담론의 흐름은 이와 같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요즘은 여성을 도구로 여긴다는 점에서 같은 근원을 가지는 사이버성폭력과 성매매가 일종의 스펙트럼으로 설명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가장 좌측에는 골뱅이 라는 키워드로 유통되는 불법촬영물이 위치한다. 그 다음이 강간장면 불법촬영물 유포, 성적 촬영물 비동의 유포, 스튜디오 촬영물 유포 순이다. 우측으로 갈수록 여성의 ‘동의’를 얻은 유형이 위치한다. 합법이거나 불법 이지만 합법처럼 포장한 것들로, 여성 bj, 벗방 bj, 자위 영상 촬영 당사자의 촬영물 판매, 기획물(성매매 촬영) 유통 순이다.

  왼쪽으로 갈수록 더 철저하게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이 박탈됨

이제 국내법의 영향을 받는 사이버성폭력 산업은 이 스펙트럼의 우측으로 옮겨 가고 있다. ‘국노’(2) 유통이 안 된다면 불법촬영물처럼 보이는 기획물과 중국 피해 촬영물을 유통하고, 그것으로도 수요 충족이 되지 않으니 ‘국노’의 패러다임을 BJ 방송을 통해 전환하고자 하는 웹하드의 행태를 지켜보며, 이것이 ‘동의 없이 여성을 촬영 해 유포하는 것은 범죄’라는 사실을 납득시키는 것보다 더 복잡하고 어려운 영역이 되고 있음을 실감한다.

무엇부터 풀어내야 할까. 여성 개인의 동의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의 부조리함이 있다는 것을, 개인이 그것을 벗어날 수 없지만 그렇다고 그 개인의 선택을 부정해서도 안 된다는 것을 어떻게 대중에게 더 잘 전달할 수 있을까. 동시에 온라인 공간에서 여성의 신체 이미지가 표현되는 방식, 그것이 사고 팔리는 과정과 결과가 어떻게 여성 전반과 관계 맺는지를 탁월하게 설명할 수 있는 언어를 고민하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두 번째 고민이 조금 더 쉬운 일처럼 느껴진다. 오프라인의 사건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휘발돼 다시 똑같이 재현할 수 없지만, 온라인에 업로드된 것들은 기록으로 남아 제 3자가 끝없이 열람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이 특성은 기본적으로 사이버성폭력 피해경험자들에게 큰 악영향을 끼친다. 피해와 가해의 구도를 1대 다수로 만들고, 촬영물 속 여성에 대한 강력한 낙인으로 작용하며 오프라인 성폭력 피해경험자보다 순결한 피해자 프레임의 적용을 더 강하게 받도록 만든다. 클릭 한 번에 피해를 경험하는 일이 계속 반복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는 그로 인한 폭력을 문제시하고 고발할 때도 이것을 역으로 활용할 수 있다. 기록된 문제 상황은 영구히 폭력의 증거로 남고, 그에 대한 인터넷 유저 개개인의 대항 언어 또한 기록돼 집적된다.

‘메갈’이 과잉대표 돼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나. 이곳에서는 여성의 신체 이미지가 표현 되는 방식, 그것이 사고 팔리는 과정과 결과 또한 모두 증거로 남는다. 우리에게는 온 나라가 ‘혐오’ ‘표현’ ‘발언’ ‘발화’에 대해 얘기하고, 그것의 효과에 대해 논쟁하던 2015년이라는 기반이 있다. 이 증거를 목격하고 그 의미를 알아챌 인적 자원이 육성돼 있다.

현재 전체 웹하드의 73%가 라이브 카테고리를 만들어 BJ 방송을 송출하고 있다. 웹하드 사용자는 웹하드에서 결제한 포인트로 별풍선 및 하트 등의 사이버머니를 BJ에게 전송할 수 있는데, 화면에는 메뉴판처럼 구성된 가격표가 존재한다. 그 표에 적힌대로 특정 개수의 사이버머니를 보내면 BJ는 그 개수에 지정된 행동을 수행한다. 식당에서 메뉴를 주문하듯이, 200개의 별풍선을 보내면 BJ가 젖꼭지를 보여주는 식이다. 이는 그 BJ 여성 개인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특정한 효과를 가지며, ‘혐오표현’의 전문가인 메갈들은 그 방송 화면이 재생산하는 이데올로기를 바로 길어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워커스 54호]

(1) 입장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속어 ‘입장 뺀찌’의 준말.
(2) ‘국산 노출’의 준말. 모자이크가 되어있지 않은 국내 성범죄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