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매각, 또 재벌 퍼주기를 할 것인가?

[99%의 경제]낙하산과 재벌 논란 속에서 국유기업 찾기


“살려는 드릴게?”

아시아나항공이 10년 만에 다시 매물로 나왔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회장이 10조 원이 넘는 자금을 동원해 2006년과 2008년 당시 국유기업인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각각 인수하면서 그룹 전체 재무구조가 취약해졌다. 게다가 2008년 세계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사업이 악화됐고 재무구조는 더 위태해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결국 2009년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하면서, 박삼구 회장은 경영악화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고 지주회사격인 금호산업을 비롯해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산업은행은 박삼구 전 회장이 그룹의 몸집을 키우는데 소위 ‘뒷배’ 역할을 했다. 대우건설 인수에 6조4000억 원이 들었는데, 당시 박삼구 회장은 어디서 현찰을 유통했을까?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가 소유한 정부 지분 인수를 위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박삼구 회장에게 돈을 빌려줬다. 4조 1000억 원을 들인 대한통운 인수도 비슷하다. 대한통운 인수 자금을 대우건설에서 끌어다 썼으니 돈을 돌려막기 한 셈이다. 결국 물건을 살 사람이 돈이 없어 파는 사람에게 돈을 빌린 꼴이다. 그렇게 금호그룹이 위기에 처하자 다시 2009년에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이 매물로 나오게 됐는데, 대우건설은 산업은행에서 재인수했다. 캠코에서 산업은행으로, 오른쪽 주머니에서 왼쪽 주머니로 정부 지분이 옮겨간 셈이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재인수에만 3조 2000억 원가량 들였다, 애초 6조4000억 원을 받고 팔아 3조2,000억 원에 다시 샀으니 그만큼 이득을 본 게 아니냐 싶지만 그것도 아니다. 금호그룹의 대우건설 인수 대금 6조 4000억 원 중 4조 원가량을 산업은행 등이 빌려줬기 때문에 서로 적자만 떠안은 것이다.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을 되사주면서 박삼구의 빚 일부를 갚아 준 꼴이 됐다.

박삼구는 그룹 전체를 위기에 빠뜨린 책임으로 물러났지만 2010년에 전문경영인으로 경영에 복귀한다. 그룹을 망쳐 놓은 장본인을 다시 전문경영인 자리에 앉히다니 실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채권단이 박삼구에게 약간의 사재출연으로 우선매수권까지 줘, 2015년 말 박삼구는 7,228억 원에 그룹의 지주회사인 금호산업을 다시 인수하게 된다. 비극은 이 때 다시 시작됐다. 그룹을 되찾기 위해 혈안이 된 박삼구는 금호타이어까지 인수하려 무리하게 자금을 끌어다 썼고, 아시아나항공에서 문제가 터져 나왔다. 박삼구는 또다시 회장직을 내려놓고 산업은행이 주축인 채권단과 아시아나항공을 매물로 내놓기로 협의했다. 산업은행의 마지막 말이 “살려는 드릴게”일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산업은행의 딜레마

산업은행은 기업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면서 구조조정 기업을 대상으로 유동성 지원이나 부채비율 조정 등 구조조정에 재무적으로 관여해 왔다. 이것은 이제 산업은행에 독이 됐다. 산업은행은 현재 구조조정과 관련해 두 가지 딜레마에 빠져 있다. 우선 재무적 구조조정에 치우치다 보니 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통제나 관리가 전혀 되지 않는다. 그저 재무제표만 좋으면 실질적인 경영은 관심도 없고 관여할 수도 없었다. 대우조선의 사례에서 보듯 국유기업 사장들은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해 분식회계를 일삼았고 산업은행 퇴직 관료와 정관계 인사들의 낙하산으로 인사가 오용돼 왔다. 오죽했으면 지난해 국회에선 이동걸 산업은행장을 향해 낙하산 자리를 만들기 위해 일부러 (국유기업) 매각을 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또 다른 문제는, 이제 아시아나항공과 같은 부실 대기업이 매물로 나올 때 이를 살 수 있는 기업이 뻔하다는 점이다. 인수 가격이 높게는 수조 원 단위이기 때문에 해외의 큰 손들이나 국내의 또 다른 재벌들이 매입하는 수밖에 없다. 특히 조선, 기계, 항공 등 기간산업의 경우 국부유출 우려 등의 문제로 해외매각이 국민적 저항을 받게 되므로 대부분 국내 매각을 선호한다. 엄연히 주인이 있는 국유기업을 ‘주인 찾기’라는 명목으로 다시 다른 재벌이 사가는 식이다. 재벌의 독점과 경제력 집중이 이뤄지는 과정이기도 하다. 결국 산업은행이 구조조정에서 하는 일은 재벌 대기업이 부실에 빠져 매물로 나오면 목돈 들여서 매입해 부실을 털어주고 적당한 기회에 그 재벌 혹은 다른 재벌에 싼 가격에 되파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박삼구 전 회장과 금호그룹에 대해 벌인 일이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정부는 12조8000억 원을 들인 국유기업 대우조선의 경영권을 2조7000억 원에 현대중공업과 총수일가에 모두 넘기려고 한다. 사실상 한국의 조선산업을 현대중공업 총수일가에 몰아주는 것이 바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이다.

그렇다고 이렇게 팔린 기업들이 잘 유지되는 것도 아니다. 특히 생산 과잉인 시장에서는 기업을 죽이기 위해 인수합병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민간기업의 인수합병에는 반드시 인력 구조조정이 따르며, 손발을 다 자른 후에는 필요한 부분만 취한다. 인수 과정에서의 쟁점은 부실을 누가 얼마만큼 떠안을 것인가이다. 결국 합의에 이르면, 은행은 기존 부실의 상당수를 감당하고 이는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으로 남게 된다. 재벌은 이렇게 부실을 털고, 사람을 자르고 줄인 핵심만을 인수하기 때문에 국민경제 차원에서 볼 때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만 재벌의 경제 집중만 더 커질 뿐이다.

감독받는 국유기업 돼야

기획재정부가 지정한 모든 공기업은 정부의 감독을 받는다. 그 감독에 따라 공기업 임원의 인사비리가 밝혀지기도 하고 분식회계 등으로 실적을 부풀리거나 숨겨온 부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공기업 비리 문제는 끊이지 않는 뉴스의 원천이다. 또 정부의 성격에 따라 공기업의 운영을 공익과 공적 생산이 아닌, 영리를 목적으로 하기도 하고, 수익이나 인원 및 비용 삭감 등을 공기업 사장의 수행 평가 수익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공기업은 이처럼 드러나는 문제가 많다. 하지만 다르게 보면 공기업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밝혀지는 것이 가능하다. 사기업은 문제가 덜해서 드러나는 것이 없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재벌 총수일가와 관련된 회사에 조직적인 일감 몰아주기, 자녀들의 초고속 승진은 물론이고 개인 착복과 횡령, 폭력 등으로 구속돼 감옥살이를 하고 나와도 다시 회장 자리를 꿰 찬다. 사기업 내부의 위계적인 구조와, 공개될 경우 발생할 경제적 불이익으로 인해 많은 문제들이 은폐된다. 공기업은 오히려 일상적으로 감독받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이 밖으로 드러나 사회 문제가 되고 또 고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

산업은행 등이 소유한 국유기업이 더는 낙하산의 먹잇감이라는 오명을 쓰지 않기 위해서는 기획재정부가 정하는 공기업으로 전환하고, 그에 준하는 감사와 감독을 실시해야 한다. 현재처럼 수익형 국유기업으로 분류돼 아무런 감독도 받지 않고 그저 회계장부상으로만 평가받는 국유기업은 사기업과 다름없다. 재무제표만 들여다보고 평가하는 산업은행의 통제 방식으로는 국유기업은 그저 돈 있고 백 있는 자들의 검은 쌈짓돈에 지나지 않는다.

대한항공까지 인수해 항공산업 국유화해야

가지고 있으면 낙하산 지키기가 되고, 매도를 하면 재벌 특혜가 되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답은 실질적인 국유화에 있다. 국유기업으로서 정부의 관리와 감독을 받고 공적 생산의 목적에 따라 사회적, 국가적 소유가 될 때 위와 같은 딜레마는 사라진다. 또한 개별 기업의 소유구조만이 아니라 산업 전체를 국가계획 속에서 풀어나가야 할 때이기 때문에 핵심적인 기업의 국유화는 더욱 절실하다. 저가항공사 중심으로 공급이 수요를 능가하고, 유가에 민감한 항공업의 특성상 영업이익률이 급락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작년 영업이익은 6,402억 원으로 전년보다 31% 감소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영업이익도 전년보다 88.5% 급감한 282억 원이다. 8개 국적항공사 설립으로 이미 시장은 과잉경쟁 상태인데, 여기에 재벌 리스크까지 확대되고 있다. 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각종 갑질 논란과 범죄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룹 차원의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산업정책의 일환으로 국유기업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 특히 관광객 수송 같은 소매업으로 눌러 앉힐게 아니라면 정부의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재벌 총수의 갑질 논란과 무능, 부패로 양대 국적기의 위기가 확대 재생산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조현민이 대한항공을 상속 받더라도 역시 갑질에 경영능력조차 확인되지 않은 재벌 총수일가의 일원일 뿐이다. 어떻게 이들에게 항공산업의 미래를 맡길 수 있다는 말인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총수일가의 개인 소유물이 아니며 항공산업을 이끌어 가는 사회적 임무를 갖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을 국유화할 수 있을까? 그냥 두면 된다. 특혜나 다름없는 채권단의 1조 원 지원방안을 철회하고 가만히 두기만 해도 아시아나항공은 다시 산업은행이 인수하게 된다. 채권단의 실물적 지원 없이 인수할 수 있는 기업이 없기 때문이다. 대한항공도 총수 일가의 취약한 지분구조와 상속 문제로 언제든 정부가 의지만 갖추면 전체 항공산업을 6개월 내에 국유화할 수 있다.

국유화가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적어도 사회 자산으로 재벌을 지원하는 모순을 해결할 수 있다. 나아가 더욱 투명한 운영과 거시적 산업정책과의 조화 속에서 민간 기업은 감히 엄두를 낼 수 없는 투자와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다. 자본주의의 구조적인 불황 속에서도 에너지 국유기업 중심으로 경제를 운영하고 있는 노르웨이나 중앙정부의 거대 국유기업인 양치 중심의 중국을 보아도 이들 여건은 다른 자본주의 국가들보다 다소 유리하다. 여기에 각 산업의 특성과 과정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노동자들의 집단적 통제야말로 21세기가 요구하는 집단지성의 사회를 만들어내는 과정과도 같다. 노동자들은 총수 일가의 전횡과 갑질의 최대 피해자이지만 또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주체다. 이들이 나서면서 문제가 해결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산업은행은 이제 뒤로 물러나고, 양대 국적기 회사를 국유화하고 실질적으로 통제해 항공산업 발전의 초석을 놓을 절호의 기회다.(워커스 5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