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로 퉁치자는 서울대병원, 직접고용으로 전환해야”

3개 산별 연맹 국립대병원 노조 대표자들 모여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 위한 공동투쟁 결의

서울대병원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대신 ‘자회사’ 설립을 통한 고용을 고집하며 다른 국립대 병원들의 정규직 전환 과정 또한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국립대병원 노조들은 서울대병원을 상대로 노동탄압 중단, 온전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공동 투쟁을 결의했다.


전국공공운수노조,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연맹 등은 28일 서울대병원 시계탑 앞에서 ‘3개 산별 연맹 국립대병원 노조 대표자 결의대회’를 열고 “서울대병원이 앞장서서 국립대병원의 정규직화를 진행해 나가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홍수정 보건의료노조 전북대병원 지부장은 정규직 전환에 관한 서울대병원의 역할을 촉구했다. 홍 지부장은 “공공병원이자 교육기관인 국립대병원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전환이라는 정부 정책을 모범적으로 실행해야 함에도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며 “특히 서울대병원의 탄압은 대단해서, 천막 농성장을 그늘막 설치로 가리거나, 전기를 끊어 투쟁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대병원은 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비정규직에 대한 정규직 전환이 이뤄지면 현재 직원들에게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등 노노갈등을 부추기는 불법행위도 서슴지 않고 있다”라며 “국립대병원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정규직 전환 요구에 대한 악의적인 선전활동이 아니라 70년 세월 힘들게 살아온 파견 용역직 노동자의 아픔을 위로하고, 정규직 전환을 위해 성의를 보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병일 민주일반연맹 분당 서울대병원 분회장은 정규직 전환 투쟁에 노동자들이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분회장은 “매년하는 임금인상 투쟁은 올해 조금 올렸으면 내년에 더 열심히 단결투쟁해서 올리면 되지만 정규직 전환 문제는 덜 받고, 봐주고 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지금처럼 차별과 서러움 속에서 계속 간접고용 노동자로 살아갈 것이냐, 병원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현장의 주인으로 일어설 것이냐의 문제로, 반드시 직접 고용을 쟁취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기영 공공운수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적폐청산이 화두였던 2년 전, 대통령을 끌어내린 힘이 박근혜의 주치의를 맡으며 온갖 나쁜 짓을 했던 서울대병원장도 끌어내릴 줄 알았지만 그러지 못했다”라며 “조선총독부의원이라는 서울대병원의 친일 뿌리가 여전히 잔존하고 있는 건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진 수석부위원장은 “국립대병원 중 모범을 보여야 할 서울대병원에 제대로 된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것은 노동자로서 정당한 권리”라며 “노동자 투쟁 과정에 동참하지 못할망정 정당한 투쟁을 방해하는 행위는 친일부역자 못지않은 행위로 공공운수노조 차원에서 강력하게 저항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대병원, 거짓 정보 흘리며 노노갈등 부추겨

한편, 서울대병원이 노노갈등을 조장하는 방식으로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고립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지난 16일 서울대병원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할 시 기존 노동자들의 임금인상률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며, 자회사만으로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는 내용의 메일을 정규직 직원들에게 발송했다.

서울대병원 행정처는 해당 메일에서 “직접고용 방식은 인건비 등 비용이 대폭 증가하여 병원의 재정 압박 요인으로 작용합니다”라며 “본원은 기타공공기관으로서 정부의 총인건비 인상률 지침(2019년의 경우 1.8%)을 준용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 직원들의 임금 인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또 ‘공평성’과 ‘형평성’을 거론하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를 지나친 것으로 묘사했다. 서울대병원 행정처는 “병원 직원은 정해진 입사 절차에 따라 치열한 경쟁을 뚫고 현재 근무 중인데 노동조합 요구대로 파견·용역업체 직원들이 그대로 본원 직원으로 전환된다면 기존 직원 입장에서는 불공평하다고 느낄 수 있다”라며 “파견ㆍ용역업체의 정년을 70세 등으로 보장하여 본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경우, 본원 직원보다 정년이 길어지게 되므로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우려했다.

이에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28일 보도자료에서 “정부는 정규직 전환인원을 정원에 반영하도록 하고 있고, 이는 총인건비 또한 증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 직원들의 임금인상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라며 “거짓 내용으로 직원들에게 겁을 주는 서울대병원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 홍보팀은 노조의 주장에 대해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따르면서 정규직 전환을 검토 중이고, 병원 규모와 조직 특성에 비추어 볼 때, 자회사 형태의 전환이 바람직하다고 분석이 되서 그런 방향으로 검토 중에 있다는 것을 설명한 것 뿐”이라고 일축했다.

또 서울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서울대병원이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지난 7일부터 시작한 천막 농성을 방해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은 천막농성장의 전기를 차단하고 현수막을 떼갔다. 또 천막 농성장 앞에 그늘막을 설치해 천막농성장을 가리기도 했다.

김진경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지부장은 “국립대병원들은 2017년부터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관련해 노조와 직접고용을 두고 교섭 중이었는데 서울대병원이 지난해 11월 돌연 ‘자회사 방안’을 이야기하며 모든 논의들이 멈췄다. 직접고용 전환을 모델로 임금테이블까지 마련한 곳도 있는데 서울대병원이 이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다른 국립대병원 원장들 입에서 ‘서울대병원을 무시하고 갈 수 없다’ ‘서울대병원이 직접고용을 결정하면, 우리는 바로 직접고용이 가능하다’ 등의 이야기가 나온다”라고 토로했다.

김 지부장은 “국립대병원 중 대통령이 병원장을 임명하는 곳은 서울대병원뿐이고 다른 국립대병원의 병원장은 교육부장관이 임명한다. 차관급인 서울대병원장은 국립대병원 중의 맏형 격으로, 다른 국립대병원의 정책에 각별한 영향을 미친다. 결국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서울대병원의 천막농성을 의료연대본부 차원의 투쟁으로 전환했다. 의료연대본부는 오는 6월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새로운 서울대병원장을 상대로 정규직 전환 투쟁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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