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의 출구전략,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뜨겁다

[워커스 이슈①]투기 세력부터 건설 자본, 끝없는 ‘부동산 호황기’

워커스 이슈① 차례

1. 이 집이 내 집이 아닌 이유
2. 3억 원으로 구해줘, 홈즈
3. 자본의 출구 전략,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뜨겁다
4. '핫한 투자 아이템, 쉐어하우스, 청년들은 두 번 운다
5. 독일 '부동산기업 몰수 운동'..."모두를 위한 사회화를!"

2017년 8.2부동산 대책부터 그해 11월 분양가상한제와 주거복지로드맵. 이듬해 종합부동산세 개편안과 9.13대책까지. 지난 2년간 문재인 정부는 주택가격 안정과 투기수요 억제, 실소유자의 ‘내 집 마련 기회’ 확대를 위한 여러 대책들을 쏟아냈다. 정책 효과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9.13대책 이후 주택가격이 하향안정세로 들어섰으며, 투기수요 역시 억제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체감온도는 정부여당의 바람만큼 그리 높지 않다. 문재인 정부 이후, 집값은 끊임없이 올랐고 내 집 마련은 더욱 어려워졌다. 자본과 투기꾼들은 정부의 규제를 우회하는 새로운 탈출구를 찾거나, 정부와 공조해 또 다른 투기 시장을 만들었다. 《워커스》가 ‘투자’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투기시장을 구축하고 있는 이들의 움직임을 짚어봤다.

[출처: 홍진훤 작가]

1. 아파트 투기에는 끝이 없다

지난 4월, 올 들어 처음으로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8억 원 아래로 떨어졌다. 하지만 그리 환호할 만한 수치는 아니었다. 아무리 가격이 떨어졌다 한들, 전년도 12월 매매가에 비하면 여전히 11.3%가 높았다. 문재인 정부 이후에도 아파트 가격은 꾸준히 올랐다. 실제로 2017년 4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5억6774만 원이다. 그리고 2년 뒤인 2018년 4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7억9921만 원을 기록했다. 2년 만에 서울 아파트 가격이 무려 40.77%가 치솟은 셈이다.

서울 25개 지역구 중 오르지 않은 곳은 없었다. 평균 매매가가 가장 낮은 금천구는 2017년 4월 3억1137만 원에서 올해 4월 4억301만 원으로 29.42%가 상승했다. 평균 매매가가 가장 높은 강남구는 11억1661만 원에서 15억8201만 원으로 41.67%가 올랐다. 일반 서민들은 따라잡을 수 없는 가파른 상승 속도였다. 2017년, 전체 노동자 월 평균임금은 288만 원. 2018년에는 3백만 원이었다. 부동산 가격이 치솟을 동안, 노동자 임금은 고작 4.55% 올랐을 뿐이다.

아파트 매매시장이 얼어붙었다지만, 여전히 아파트 투기를 향한 열기는 뜨겁다. 소위 ‘부동산 전문가’들은 한창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지금이 ‘투자의 적기’라며 투기를 부추긴다. ‘갖고 있으면 오른다’라는 불변의 법칙이 깨질 리 만무하다는 것이다. 지난 5월 16일, 서울 코엑스에서 대규모 재테크 박람회인 ‘2019 서울머니쇼’가 열렸다. 총 3일간 이어지는 주식, 창업, 부동산 등의 투자전략 세미나에서, 유독 부동산 관련 세미나만 일찍이 신청을 마감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규제 속에서 찾은 미래 가치! 지금도 사야 할 아파트는 있다’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모두가 망설일 때가 당신이 움직여야 할 타이밍”이라고 강조했다. 10년을 바라보는 장기 투자는 대부분 오를 수밖에 없으며, 5년의 중기 투자는 호재가 실현되면 오른다는 것이다. 실 거주 목적의 수요가 많은 지역에서 준공 10년 미만의 새 아파트는 ‘사도 될 물건’, 서울과 경기 상위 10개 지역의 새 아파트와, 지방 핵심지역에서 제일 비싼 아파트는 ‘무조건 매수해야 할 물건’으로 꼽았다. ‘혐오시설 제거 지역’에 주목하라는 팁도 덧붙였다. 군사보호시설, 철로와 철도 및 차량기지, 발전소, 외국인 집단 거주지 등이 철수하는 지역은 무조건 프리미엄이 붙는다는 것이다.

2. 정부가 준 기회, 부동산신탁회사는 사상 최대 실적

부동산 시장의 침체 속에서도 부동산개발금융 업계는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해, 부동산신탁회사의 영업실적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이들 11개 회사는 5077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고, 각 회사가 모두 200억 원 이상의 흑자를 봤다. 부동산신탁회사는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토지를 신탁 받아, 이를 개발·관리한 후 분양 또는 임대 수입으로 투자비용을 회수하는 회사다. 이들로서는 현재의 개발물량 감소, 주택가격 상승 둔화, 지가상승에 따른 개발비용 증가 등의 시장 상황이 반가울 리 없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은 이들에게 ‘기회요인’이라는 새로운 탈출구를 열어줬다.

지난 5월 16일, 서울 건설회관에서 열린 ‘부동산개발금융 트렌드와 발전방안 세미나’에서 부동산신탁회사들은 정부의 ‘대규모 지역개발사업’을 기회요인으로 꼽았다. 정부가 발표, 추진한 ‘주거복지로드맵’과 ‘도시재생사업’ 등의 사업이 시장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였다. 실제로 이들은 주거복지로드맵에 따라 개발금융의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 내다봤다. 연간 10조 원 규모의 도시재생사업에도 적극 개입해 기회를 확보하겠다는 기대감도 내비쳤다. 도시재생을 포함한 대규모 개발사업이 복합개발 형태(주거+상업용부동산)인 만큼, 지자체와 함께 ‘여의도 파크원’ 같은 대형 복합개발 사업도 활발히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부동산신탁회사는 소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한다. 투자자들이 맡긴 자산을 재투자하며 막대한 부동산 이익을 향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도시개발사업이 이들에게 ‘기회’가 된다는 것은, 막대한 국가 재정이 이들의 ‘부동산 이익’으로 흘러들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3월, 무려 10년 만에 부동산신탁회사 세 곳의 신규 인가를 추진했다. 신규 진입한 세 곳은 모두 막강한 자본력을 가진 증권사를 기반으로 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정부의 도시재생산업 등의 신사업을 선점하기 위한 신탁사들의 무한경쟁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출처: 홍진훤 작가]

3. 임대시장으로 몰려드는 큰 손, 건설사

과거 개발·분양을 중심으로 몸집을 키워왔던 국내 건설자본도 ‘부동산종합서비스’라는 이름을 달고 임대시장에 뛰어들었다. 대규모 개발 사업이 한계치에 다다른 만큼, 부동산 임대 관리 등으로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일종의 ‘출구전략’이었다. 현재 건설자본은 ‘분양, 임대관리, 매도’에 이르는 전 과정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대형건설업체 중에서는 업계 4위인 대우건설이 2015년 처음 부동산종합서비스 시장에 진출했다. 아파트에 부동산종합서비스 ‘D.Answer(디앤서)’를 처음으로 적용해 입주자 모집에 나섰다. 여타의 건설기업들도 후발주자로 속속 합류하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2017년 임대주택 브랜드 ‘COMMON Life(커먼 라이프)’를 만들어 임대 시장에 진출했다. 이외에도 지난해 중순 롯데건설을 비롯해 신영에셋, 신세계건설, 서희그룹, 보성그룹, 한신공영이, 올해 4월에는 HDC현대산업개발이 부동산종합서비스 사업을 시작했다.

부동산종합서비스사업을 물밑에서 지원하고 있는 것은 정부다. 국토교통부는 부동산종합서비스의 혁신을 유도하겠다며 2016년 2월 부동산서비스산업 발전방안을 마련하고 11월부터 ‘네트워크형 부동산종합서비스 인증제’의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지난해 6월에는 부동산서비스산업진흥법안(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 발의)을 시행하면서 지원체계를 정비했다. 국내 기업들의 ‘부동산종합서비스’는 일본 등의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해외서는 이미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부동산종합서비스가 형성 돼 있다. 특히 43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미쓰이부동산이나 독일 Vonovia, DW 등이 대표적이다.

4. 새로운 투기 시장, 쉐어하우스

“부동산 임대업의 블루오션은 쉐어하우스입니다. 이미 일본에선 쉐어하우스 같은 공유주택이 ‘잃어버린 20년’을 해결한 재테크 1등 상품이었습니다. 임차인 8명만 두면 임대수익은 연 8%~12%까지 늘어납니다.” (2019 서울머니쇼, 김민수 스마트하우스 대표의 발언)

수년 전만 해도 쉐어하우스는 청년 주거난을 해결하는 ‘대안 주택’의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의 ‘쉐어하우스’는 부동산 업계에서 가장 눈독을 들이는 ‘올해의 투자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실제로 소자본과 업체들이 몰리면서 쉐어하우스 시장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다. 쉐어하우스 포털 ‘컴앤스테이’에 따르면 쉐어하우스 시장은 2013년부터 5년간 26배가 성장했다. 현재 이곳에 등록된 쉐어하우스 업체만 252개에 달한다. 그 중 상위 17개를 제외한 235개 업체는 10개 이하의 지점을 운영하는 소규모 업체다.

운영방식은 다양하다. 업체가 쉐어하우스를 신축해 운영하기도 하고, 건물을 매수 혹은 임차해 리모델링한 후 운영하기도 한다. 운영 방식에 따라 투자 수익률은 12~25%까지 다양하게 발생한다. 시장이 커지면서 부동산종합서비스 기업인 경성리츠, 주택임대관리 전문업체인 스마트하우스 등도 쉐어하우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달에는 국내 최대의 부동산 플랫폼 업체인 ‘직방’이 우량 쉐어하우스 업체 ‘우주하우스’를 인수하기도 했다.

쉐어하우스가 투기 시장으로 바뀌면서, 쉐어하우스의 ‘저렴한 임대료’도 흔들리고 있다. 유석연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 등에 따르면 수요자가 선호하는 쉐어하우스의 적정 임대료는 20~30만 대, 공급자 선호 임대료는 40~50만 원대였다. 업계에서는 최근 쉐어하우스 임대료가 공급자 요구를 따라가는 추세라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시 쉐어하우스 1인실 평균 임대료는 48만 원으로, 6개월 만에 8천 원이 올랐다. 2인실의 경우 40만6000원으로 1만6천 원이 증가했다. 보증금 또한 상승세다. ‘컴앤스테이’는 보고서를 통해 “최근 중형급 운영사에서 보증금을 1백만 원대 이상으로 올리기 시작했다”며 “이러한 현상이 어디까지 번질 것인지 눈여겨볼 만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워커스 5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