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한 투자 아이템’ 쉐어하우스, 청년들은 두 번 운다

[워커스 이슈①] 청년 쉐어하우스 입주 분투기

워커스 이슈① 차례

1. 이 집이 내 집이 아닌 이유
2. 3억 원으로 구해줘, 홈즈
3. 자본의 출구 전략,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뜨겁다
4. '핫한 투자 아이템, 쉐어하우스, 청년들은 두 번 운다
5. 독일 '부동산기업 몰수 운동'..."모두를 위한 사회화를!"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겠다며 호기롭게 집을 나온 지 수년. 서른을 앞둔 나이에도 여전히 월세, 지인의 집 등을 전전하고 있다. 무주택자가 독립하니 민폐만 끼치는 것 같아 마음이 영 좋지 않다. 청년 주거난에 내몰린 이들은 대부분 비슷한 생활을 하며 비슷한 위기감을 느낀다. 지난해 청년 최저주거기준 미달 비율은 9.4%. 10명 중 한 명은 ‘집 같지 않은 집’에서 살고 있고, 소득의 20% 이상을 주거비에 쏟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도 청년 주거 환경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여전히 전세비용은 높고, 식비를 줄여야 월세를 부담할 수 있다. 청년들을 위한 조금 더 저렴하고 안정적인 주거형태는 없는 걸까? 고민을 거듭하는 와중에 새로운 주거의 세계를 발견했다. 이른바 ‘쉐어하우스’. 공유 경제에 힘입어 등장한 ‘공유 주택’이라고 한다. 월세는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고, 보증금도 두 달 치 월세 수준이다. 솔깃했다. 드디어 살 집을 찾은 것만 같았다.

‘투자개발 주식회사’가 운영하는 쉐어하우스

서울 도심을 중심으로 쉐어하우스를 구하러 나섰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강남 한복판에 위치한 A쉐어하우스. 투자개발 주식회사에서 운영하는 곳이다. 이 회사는 쉐어하우스뿐 아니라 쉐어오피스, 쉐어팩토리 등 공유공간을 기획, 개발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마스터리스(업체가 건물 전체를 임대하고 이를 다시 재임대해 관리하는 방식), 위탁 관리 서비스를 비롯해, 부동산 개발펀드 조성, 공공기금 활용을 통한 파이낸싱 전략 컨설팅 등 부동산 투자 및 개발에 관한 전반적인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회사가 보장하는 운영수익은 5.6%. 이들에게 쉐어하우스 등 공유주택 사업은 나름 핫한 ‘투자 아이템’이다.

이 회사는 2016년 노후 건물을 리모델링해 건물 2개 층에 A쉐어하우스를 열었다. 방을 보고 싶다고 하니 회사 직원이 직접 나와 안내했다. 직원과 함께 최신식 지문인식 장치를 지나 안으로 들어섰다. 한 층당 약 52평 규모로, 8개의 1인실 방으로 구성돼 있다. 8명이 한 집을 공유하는 셈이다. 화장실과 샤워실은 각각 3개. 세 명이 화장실 한 곳을 공유해야 한다. 방 면적은 3.6평가량. 방도 좁지 않았고, 깨끗했고, 무엇보다 조용했다. 가격을 물었다. 보증금 200만 원에 월세 52만 원이라고 했다. 공과금은 ‘하메’(하우스메이트)끼리 N분의 1로 나눈다. 한 달에 약 4만 원 꼴이다. 관리비 또한 별도로 6만 원을 내야 한다. 이를 합하면 월 지출은 월 62만 원을 상회한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강남구 원룸 평균 월세는 57만 원이다. 원룸보다 비싼 쉐어하우스였다.

월세가 조금 더 저렴한 마포구의 B쉐어하우스로 향했다. 이곳을 운영하는 회사는 서울에 38개의 쉐어하우스를 갖고 있는 일명 ‘쉐어하우스 브랜드’ 업체다. B쉐어하우스는 마포에 있는 아파트 한 호를 활용한 곳이다. 방 4개짜리 50평형 공간이다. 4인실과 2인실 각 한 개, 1인실 두 개가 있다. 총 9명이 한 집을 공유하는 셈이다. 현재 2인실이 공실로 나와 있다. 침대 두 개에 조그만 책상 두 개가 들어갈 정도의 공간. 이곳 2인실의 임대료는 보증금 74만 원에 월세 37만 원. 1인 실의 경우 보증금 100만 원에 월세 50만 원이다. 관리비와 공과금은 월 8만 원 대로 높은 편이다. 8만 원 중 3만 원이 쉐어하우스 업체가 가져가는 몫이란다. 입주 시 업체에 사무 수수료 5만 원을 복비 개념으로 지불해야 한다. 2인실 기준, 월 지출 예산은 40만 원을 상회한다.

A쉐어하우스 한 층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대략 월 420~450만 원 선. B쉐어하우스의 아파트 한 호에서 발생하는 수익 또한 약 400만 원에 달한다. 건물 소유주와 업체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고정 수익이 발생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수익 분배 구조는 어떠할까. 우선 계약 형태에 따라 다르다. 건물 소유주가 쉐어하우스 업체에 운영을 위탁할 경우, 업체는 수익의 약 20%를 가져간다. 쉐어하우스가 건물주로부터 공간을 임대받아 입주민들에게 재 임대하는 식으로 운영 사업을 벌일 경우, 업체는 건물주에게 일정 계약금만 주고 나머지 수익을 모두 가져가게 된다. 과거에는 단순히 집주인-세입자 간에 임대차 계약이 이뤄졌다면, 이제는 전문 부동산 공유업체를 매개로 다층적, 다단계 계약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찾았다, 서울 초특가 쉐어하우스

아무래도 중간 업체가 낀 다단계 계약은 비쌀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국내 최대 부동산 직거래 카페 ‘피터팬의 좋은 방 구하기’에 접속했다. 서울지역 쉐어하우스 게시판에 하루 약 200개(중복 포함)의 글이 올라왔다. 개인이 소유한 쉐어하우스에 직접 입주민을 구한다는 글이 많았다. 이곳에서 꽤 구미가 당기는 C쉐어하우스를 찾았다. 보증금과 월세가 각 23만원, 게다가 관리비도 없는, 서울에서 가장 저렴한 쉐어하우스다.

위치는 서울역에서 5분 거리. 화려한 빌딩에 가려진 용산구 동자동의 쪽방 밀집 지역이다. C쉐어하우스는 언덕배기에 있었다. 교회에 딸린 건물을 개조해 만든 것이었다. 입구엔 오래된 ‘선교원’ 간판이 달려있다. 수십 년 된 건물 같았다. C쉐어하우스는 총 3개 층으로 이뤄져 있었다. 각 층 마다 6개의 개인실이 있어, 6명이 한 층을 공유하는 구조다. 서울역 앞에 위치한 까닭에 대부분의 입주자가 20대~30대 직장인이라고 한다.

개인 방 면적은 약 2평이었다. 비교적 큰 창문이 있었지만 높은 담벼락이 있어 햇빛은 들어오지 않았다. 건물이 밀집된 지역이다 보니 다른 방들도 햇빛이 들어올 틈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거실 전체가 어둡고 공기는 눅눅했다. C쉐어하우스 관리인은 이곳을 ‘고시원의 확장판’으로 보면 된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도심에 출장을 와 1~3개월씩 짧게 머물다 가는 사람도 있고, 2~3년씩 사는 입주자도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최소 계약기간을 두지 않는다고 했다. 도심 한가운데라는 최적의 위치 조건으로 공실이 잘 나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C쉐어하우스에 거주하는 사람은 약 18명. 이들이 월세 23만 원씩만 내도 414만 원이다. 업체도 끼지 않았으니 모두 건물주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허름한 건물에도 건물주는 확실한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공공 쉐어하우스. 가물에 콩 나듯…

곰팡이와 눅눅함은 피하고 싶었다. 정부와 지자체가 공급하는 쉐어하우스로 눈을 돌려봤다. 공공임대라면 시설과 가격 모두 합리적이지 않을까. 마침 국토교통부는 2022년까지 쉐어하우스 5만실(건설형 3만실, 매입형 1만실, 임차형 1만실)을 공급하겠다고 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 사항이기도 했다. 서울시도 청년을 대상으로 한 쉐어하우스 공급에 힘을 쏟고 있다. 현재 서울시는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리모델링형 사회주택을 시세 80%로 공급하고 있다. 이번에야말로 공공 쉐어하우스로 ‘내 방’을 찾겠다고 다짐했다.

도봉구 창동에 있는 D쉐어하우스를 찾았다. 이곳은 LH가 매입한 신축 건물을 모 사단법인이 쉐어하우스로 활용해 임대·운영하는 공공형 쉐어하우스다. 해당 사단법인에 D쉐어하우스를 보고 싶다고 하니 입주민을 연결해줬다. 입주민이 직접 공실로 안내했다. 이곳은 15.8평 공간을 3명이 공유하는 구조였다. 방은 모두 2~3평 남짓한 1인실이다. 사회초년생과 대학원생 총 2명이 지난 3월부터 입주해 살고 있다. 약 3평짜리 방은 보증금 300만 원, 월세 30만 원이다. LH 관리비와 공과금은 약 3만 원. 역시 입주민끼리 1/N로 나눈다. 기업이 운영하는 쉐어하우스보다 확실히 저렴했다. 2평짜리 방은 월세가 15~20만 원 수준으로 더욱 저렴하다. 방을 안내한 입주민은 2평짜리 방을 사용하고 있는데, 너무 비좁아 대부분의 시간을 거실에서 보낸다고 말했다.

계약기간은 6년이다. 임대료는 LH에서 2년마다 다시 책정한다. 계약 절차는 꽤 복잡하다. 입주 희망자가 임대 운영 주체인 사단법인에 서류를 제출하면, 사단법인은 다시 주거복지재단에 이를 전달하고, 주거복지재단은 LH에 심사를 요청하는 식이다. 최종적으로 LH가 입주적격 심사를 거쳐 예비입주자 선정을 통보한다. 절차상 소요되는 시간만 3개월이다.

절차가 복잡하다는 것만 제외하면, 가격과 조건 등에서 민간보다 월등했다. 그렇다면 현재 서울엔 얼마나 많은 공공 쉐어하우스가 있을까. 일단 서울시가 운영하는 ‘사회주택 플랫폼’에서 확인할 수 있는 공공 쉐어하우스는 40여 개다. 턱없이 부족한 물량이다. 심지어 대부분이 서울 도심에서 비교적 떨어진 곳에 있다. 은평구 6곳, 강북구 5곳, 관악구 5곳, 성북구 4곳 등 평균 주택가격이 낮은 지역을 중심으로 공공 쉐어하우스가 분포돼 있었다.

뿐만 아니라 공공 쉐어하우스조차 민간 위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정부나 공기업이 민간 업체에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하거나, 쉐어하우스를 짓도록 공공 소유지를 임대하는 방식이다. 청년 주거비를 둘러싼 다단계 임대 운영을 사실상 정부가 지원하는 셈이다. 현재 부동산 업계에서 쉐어하우스는 ‘고수익을 보장하는 떠오르는 투자 아이템’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부동산 시장이 ‘투자 아이템’으로 눈을 돌린 그 곳에는, 주거난과 저임금에 시달리는 청년들이 있다.[워커스 5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