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비정규직 파업 선포 “말로만 정규직, 노동조건 후퇴해”

문체부-비정규직 노조 단체교섭, 7개월 간 공전… 문체부 “예산 없다” 반복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처우개선과 차별 철폐를 요구하며 파업에 나선다.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 이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이들은, 기관이 이들을 신규채용으로 전환하는 바람에 노동조건이 악화했다고 말한다. 문체부 산하 15~17개의 기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오는 4일부터 사업장별 릴레이 파업에 나설 계획이다.


‘민주노총 문화체육관광부 교섭노조연대(이하 교섭노조연대)’는 3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예산 확충과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요구했다. 교섭노조연대는 공공운수노조, 공공연대노조, 전국대학노조,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의 4개 노동조합, 1천 여명의 조합원으로 구성돼 문체부와 지난 7개월 간 임금 및 처우개선을 위한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교섭연대노조는 “우리는 스스로를 ‘정규직’이라 생각할 수 없다”라며 “임금과 수당은 옆에서 일하는 ‘정규직’ 노동자인 공무원들과 눈에 띄게 차이나고, 개선의 여지도 보이지 않는다. 고용은 안정됐다지만, 기준도 모르는 평가를 통해 일반해고 할 수 있다고 한다”라고 투쟁에 나서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누구에게나 똑같이 중요한 명절상여금과 가족 수당까지 정규직과 차별적으로 지급받는데 이에 대한 문체부에 이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자 예산이 없어서 수용할 수 없다고 한다”라며 “우리의 사용자라는 문체부 장관에게 어떠한 권한도 없고, 주어진 예산만을 이야기하는 지금의 모습이 ‘원청이 용역비를 충분히 주지 않아 임금은 동결’이라고 이야기하던 용역업체 사장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장의 노동자들은 소속된 기관의 문제를 직접 증언했다.

양홍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한국예술종합학교분회 분회장은 “한예종에서 시설직으로 14년 일했다. 지난해 1월 1일 공무직으로 전환됐지만 노동조건은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라며 “14년 근속은 아무것도 인정받지 못하고 신규채용 형식으로 전환됐다. 연차 역시 신입사원 조건으로 적용돼 15개가 줄었다”라고 토로했다.

신현우 공공연대노조 서경지부 국립중앙박물관지회 지회장은 “기존에 촉탁직으로 미화, 경비 노동자들은 70세까지 일했는데 이른바 ‘정규직 전환’이 되고 나선 미화는 정년 65세까지, 나머지 직종은 60세까지만 일하라고 한다”라며 “공무직으로 전환만 됐을 뿐, 처우개선은 하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체부, 교섭은 뒷전으로 두고 쟁의행위 대응에만 골몰

한편, 교섭연대노조는 문체부와 지난해 10월부터 13차례 임금 및 처우개선을 위한 단체교섭을 진행해왔다. 교섭연대노조는 각종 수당 차별과 신규 채용으로 정규직 전환을 진행하며 연차와 퇴직금 초기화 문제와, ‘평가’를 통해 일반해고를 할 수 있다는 규정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교섭을 진행해 왔지만 문체부는 매번 예산 부족을 이유로 노동조건 개선을 할 수 없다고 말해왔다. 이에 교섭연대노조는 지난 5월 2일 쟁의권을 확보하고 파업에 나서게 됐다.

이 와중에 문체부는 정규직 전환된 노동자들의 차별 시정 대신 노동자들의 쟁의 행위를 통제하려고 해 빈축을 사고 있다. 2019년 5월, 문화체육관광부 운영지원과는 14쪽에 달하는 '공무직노동조합 노동쟁의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했다. 해당 메뉴얼엔 노동쟁의 발생시 문체부의 각 기관 및 부서가 따라야 하는 대응원칙, 대응요령 등이 작성돼 있고, 대책 상황실 운영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이 설명돼 있다.

기본원칙인 ‘무노동 무임금’과 ‘불법행위시 엄정 대응’ ‘업무 차질 최소화’ 등에 맞게 메뉴얼이 짜여있다. 문체부는 이 메뉴얼에서 구체적인 쟁의행위 대응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파업, 태업, 준법투쟁, 피케팅, 직장 점거 등으로 쟁위 유형을 나누고 이를 구체적인 멘트와 보고 방법을 소개한다.

한 예로 직장 점거 시 공식문서로는 ‘안전 등을 위해 퇴거를 요청하오니 업장 밖에서 단체 행동을 하기시 바랍니다. 끝’을 보내고 구두 통보할 경우 ‘기관장의 문서 통보 후 간격을 두고 3회 이상 구두로 통보하고 퇴거하지 않을 경우 경찰서 등에 협조 요청’하게 했다. 구두 통보시 ‘재물손괴 등의 행위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안전을 위해 건물 밖에서 행동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멘트를 주문하고 있는데 이는 부당노동행위를 피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직장폐쇄도 주요 방법으로 소개되고 있는데 합법파업과 불법파업 모두 직장폐쇄가 가능하다고 명시한 뒤 직장폐쇄 신고서를 첨부해 이용하도록 했다.

메뉴얼에 따르면 각급기관은 노동쟁의 발생시 노조 동향, 일정을 파악해 본부 운영지원과에 쟁의 발생을 알리고, 쟁의 참가자, 직종, 인원 등의 현황을 파악해야 한다. 또 노동쟁의가 지속될 것을 대비해 청사 점거에 대비한 방호 태세를 갖추고, 언론보도 대책, 업무공백시 대체 근로 조치 등을 주문했다.

교섭 간사를 맡고 있는 박병연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조직부장은 “지난 5월 2일자로 교섭권을 땄는데 해당 메뉴얼은 그 다음날 나왔다”라며 “지난 7개월의 교섭에서 어떤 안도 가져오지 않고 핑계만 대면서 불성실하게 임했던 문체부가 사후 대응에만 초점을 맞춘 것은 노동자들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박 조직부장은 “게다가 최근 문체부 소속 교섭 위원의 인사 이동으로 새로운 교섭위원이 참여하게 됐는데 지난 교섭 과정을 모른다며 새로 리셋하자고 한다”라며 “이런 식의 교섭해태를 보여주는 문체부에 대해서 강도 높은 투쟁을 할 수 밖에 없다”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