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C 역외탈세…회장 가족이 거머쥔 소유구조

12일 항소심…노조, 검찰 수사 촉구

KEC 역외탈세 사건에 대한 항소심이 오는 1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KEC는 2010년부터 정리해고, 직장폐쇄, 노조 탈퇴 유도 등 노조파괴를 진행, 지난 5월 부당노동행위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기업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한국전자홀딩스(KEC의 대주주)가 페이퍼컴퍼니로 추정되는 홍콩 및 대만 법인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었는데도 이를 신고하지 않았다는 혐의(국제조세조정에관한법률 위반)로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한국전자홀딩스와 해외법인들이 서로 독립적인 법인격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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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법인들을 KEC그룹 곽정소 회장 일가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역외탈세 정황은 여지없이 드러난다. 핵심은 홍콩 법인 말리바(MALEEVA)다. 말리바는 곽정소 회장의 아들인 곽정우, 곽 회장의 배우자인 오시로 사치코, 그 친인척으로 추정되는 오시로 사오리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말리바는 또 TSD와 TS-Japan 지분의 100%를, TSP 지분의 62%를 보유하고 있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TSD와 TSP의 인사권은 곽 회장이 행사하고 있다. 이들 해외 법인은 KEC에 부품 및 원재료를 공급하거나 생산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KEC 일가 소유의 말리바가 자회사를 통해 다시 KEC와 내부 거래를 펼치는 식이다.

국세청은 2013년 TSD와 TSP가 KEC와 거래하는데 부당이득이 발생한 점을 확인하고 조세 포탈로 12억 원을 추징한 바 있다. 특히 노조는 KEC와 TS-Japan이 직접 거래하는 가운데 TSD가 중간 유통 과정으로 들어간 점도 의심하고 있다. 노조는 의도적으로 실적을 몰아주려 한 것이 아니면 납득하기 힘든 중간 유통 구조라고 설명했다.

홍콩 법인등록서류에 따르면 말리바에는 1명의 직원이 상주하고 있으며, 연매출은 450억 원으로 추산된다. 노조는 직원 1명이 생산할 수도, 영업할 수도 없다는 점에서 말리바를 페이퍼컴퍼니로 보고 있다. 말리바가 TSD, TSP, TS-Japan을 통해 그룹 자금을 빼돌리고 있다는 노조의 지적이다. 따라서 노조는 말리바를 둘러싼 KEC의 자금 흐름이 당국의 수사로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금속노조는 10일 성명을 통해 “2015년 당시 홍콩과 대만에 있는 해외법인 계좌 잔액이 68억9천만 원에 달했는데 (KEC그룹은) 납세지에 신고하지 않아 법을 위반”했다며 “금속노조와 KEC지회는 KEC그룹 대주주 일가가 홍콩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자금을 역외유출한 정황을 확인하고 줄곧 당국의 수사를 촉구했다. KEC그룹이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실타래를 풀기 위해선 말리바의 실체와 자금 흐름부터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1월 한국전자홀딩스의 분식회계를 적발해 대표이사 해임을 권고, 증권 발행 6개월 중단 등 제재를 가한 바 있다. 한국전자홀딩스는 반도체 기업 KEC의 지주회사로서 2006년 인적분할을 통해 설립됐다. 분할 당시 신설법인 KEC에 대부분 부채를 떠넘기고, KEC 영업부를 분사해 해외 영업법인으로 둔갑했는데, 이번 사건에 연루된 법인이 당시 만들어진 법인의 일부다. 현재 KEC는 한국전자홀딩스의 매출 90%를 담당하고 있다.

  홍콩 해외 법인 말리바의 지분 구조. [출처: 금속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