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필수 사익’ 보존하는 ‘필수공익제도’

공공운수노조, 필수유지업무제도 전면 개정 촉구

[출처: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항공운수사업은 2006년 ‘노사정 대타협’이라는 미명 아래 필수공익사업장으로 편입됐다. 이에 따라 운항, 객실, 정비 등 항공운수사업의 대부분 업무가 필수유지업무로 지정됐다. 국제선 80%, 제주노선 70%, 국내선 50%의 운항률이 필수유지율로 결정되며 항공운수 노동자의 파업권이 사실상 사라져 버렸다. 항공운수 현장의 파업은 필수공익사업장 편입 후 10년간 한 번도 벌어지지 못했다.

공공운수노조, 정의당 여영국 국회의원은 11일 오전 11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항공운수사업장의 필수공익사업 포함 후 현재까지 10년 넘게 한국 항공사들은 사익을 추구하면서 필수공익사업장이란 명목으로 노사관계상 엄청난 특혜를 누려왔다. (필수공익사업장 제도는) 또 ‘땅콩 회항’으로 드러난 것처럼 노동인권 유린 사건, 항공안전 후퇴, 조종사 대거 해외 이탈 등 심각한 폐해를 낳고 있다”며 “정부는 ILO(국제노동기구)의 권고대로 필수공익사업, 필수유지업무 제도를 전면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ILO결사자유위원회는 2009년과 2013년 한국 정부에 필수공익사업, 필수유지업무 제도에 따른 파업권 제한이 과도하다며 이에 대한 제도 개선을 반복적으로 권고한 바 있다.

필수공익사업장 제도의 폐해는 항공운수사업에서만 나타난 것이 아니다. 병원의 경우 대체로 응급실·중환자실 100%, 검사 70%, 일반 병동 0~20% 정도로 필수유지율이 유지되고 있다. 이는 지방노동위원회가 결정하는 것으로, 병원마다 필수유지율이 다르게 책정된다. 병원 사용자는 이를 이용해 노조 핵심 조합원을 응급실이나 중환자실로 전환 배치하며 제도를 악용하기도 한다. 또한 단체행동 참여 조합원의 50%까지 대체 인력 투입이 가능하기에 사용자는 이익 감소 없이 파업을 무력화할 수 있다.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장은 “필수유지업무 제도가 병원 파업을 장기적으로 유도하고 있다”며 “최근 병원들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라는 요구에 비정규직은 필수유지업무가 아니라고 했다가, 파업에 나설 시 필수 인력은 남기라는 이율배반적인 요구를 하며 노조를 탄압하기도 한다. 필수유지업무제도는 ILO 권고에 따라 개선되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창진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장은 “필수공익사업장 제도는 공공을 위한다는 허울 좋은 표제 아래 노동자의 기본권과 인권을 탄압하고 있는 아주 나쁜 법”이라고 했고, 박태환 발전노조 위원장 역시 “발전 현장 운전 파트 필수유지율은 100%, 보조 업무도 30~50%에 달한다. 필수유지업무 제도가 단체행동권을 박탈하는 것은 물론 이에 따른 단결권도 해치고 있다”고 전했다.

권두섭 변호사는 “필수유지율은 국가 기관인 노동위원회가 정하는데, 대체로 60~100%대에서 결정된다. 평균 유지율이 80%로 굉장히 높게 지정돼 있는 것이다. 또 100명이 있는 사업장에서 필수유지율이 80%면 20명이 파업에 참여하는데, 이 중 50%, 10명분은 외부 대체인력 투입을 허용하고 있다. 파업권이 사실상 없는 셈이다. 단체행동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서로 밀접한 관련을 가진 노동3권 전체가 침해받는다. 필수유지업무제도는 시급히 폐지하거나 전면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