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참의원선거로 급부상한 ‘레이와신센구미’

레이와는 일본 정치를 바꿀 수 있을까

7월 21일 일본에서 참의원선거가 치러졌다. 참의원은 3년에 1번, 정수(245석)의 절반을 교체하며, 이번 선거 의석수는 124석였다.

이번 선거의 관전 포인트는 아베가 주도하는 ‘개헌세력’이 개헌 발의 조건인 의석 정수의 3분의 2(164석)를 넘기 위한 85석을 얻을 수 있을지 여부였다.

결과적으로 개헌세력은 85석을 얻을 수 없었다. 10월에 예정된 소비세(부가가치세) 인상에 대한 반발이 주된 이유였지만, 시대착오적인 아베 정치에 대한 끈질긴 비판도 상당했다.

그럼에도, 역시 예상대로 개헌세력은 의석의 과반수를 얻었다. 아베 정부는 2020년에 개정헌법, 즉 전쟁헌법을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아베 정치에 대항하는 일본 진보세력은 그 동안 파행을 되풀이해 왔다.

일본 사회의 전반적인 우경화로 진보세력은 약화됐고, 특히 사회민주당은 소멸의 위기에 놓여있다. 정당 요건인 득표율 2%를 겨우 넘어 소멸은 피할 수 있었지만, 존재감은 거의 없다. 한때 여당이었던 민주당은 입헌민주당과 국민민주당으로 분열 돼 세력이 많이 줄었다. 공산당은 여론에 영합해 천황제를 긍정하고, 현행 자위대도 인정한다고 표명했다. 이것이 일본 진보정치의 현주소다.

급부상하는 ‘레이와’

한편에선 방황하는 기존의 진보세력 내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세력이 있는데, 바로 ‘레이와신센구미(이하 레이와)’다.

전 코메디언이며 반원전활동가였던 야마모토 타로는 6년 전 참의원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야마모토 타로가 만든 정당이 ‘레이와’이다. 유럽에서 대두하는 포퓰리즘 정당과 비슷한 성격을 가진 ‘레이와’는 이번 선거로 비례대표로 2석을 확보했다.

지금 일본에서는 여당도 야당도 “당신의 인생이 어렵다면 더욱 노력해야 된다” “소비세로 복지를 확충해야 한다” “법인감세를 통해 경기를 회복하자” “대학교 등록금은 대출받을 수 있지만, 나중에 이자를 붙여 갚아야 한다” “최저 임금을 지나치게 올리면 기업의 활력이 꺾인다” “공무원 수를 줄여서 낭비를 없애자”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다 그런거지”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야마모토 타로는 이러한 ‘상식’을 완전히 뒤집어버렸다. “당신의 인생이 어려운 것은 당신이 나쁘기 때문이 아니다” “소비세를 제로로 해야 한다” “부자, 대기업에서 세금을 거두자” “등록금 빚을 탕감해야 한다” “최저임금 1500엔” “정규직공무원 수를 늘려서 공공 서비스를 확충한다” 등을 말한다. 월간지 《워커스》의 ‘사회주의탐구영역’에 나올 법한 말이지만, 야마모토 타로는 사회주의자가 아니다. 그는 천황을 경애하고, 이주노동자에 위기감을 느끼는 인물이다. 일본에서 ‘레이와’를 ‘좌파포퓰리즘정당’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그에 대한 좌파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레이와’는 ‘우파포퓰리즘정당’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좌파를 포함해 ‘레이와’가 주목 받는 이유는 그가 오랫동안 계속된 낡은 정치풍토의 문제들을 날카롭게 지적하기 때문이다.

일본 선거는 큰 지지조직과 충분한 선거자금이 필요하고, 이름이 알려진 정치 엘리트들이 의석을 다투는 이벤트다. 그러나 ‘레이와’의 선거는 이와는 전혀 달랐다. ‘레이와’에게는 지지조직이 없다. 노동조합도, 시민단체도, 어떤 조직도 ‘레이와’ 지지를 표명하지 않았다. 선거자금도 인터넷으로 소액기부를 모으며 조달했다. 3개월 만에 4억 엔이 모였다.

야마모토 타로가 모은 10명의 후보자들은, ALS환자, 중도장애인, 빈곤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여성가장(그는 우리 <레이버넷 일본> 운영 위원이기도 하다), 본사의 ‘갑질’에 시달리는 편의점 주인 등 소위 ‘사회적 약자’로 여겨지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무명의 당사자들이다.

게다가 선거기간에 주류언론들은 그런 ‘레이와’의 활동을 거의 전하지 않았다. 하지만 야마모토 타로는 오히려 “언론들이 우리의 목소리를 전하지 않는다”라고 외치면서 그의 지지자들에게 YouTube나 SNS을 통해 우리 목소리를 전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우선적으로 당선할 수 있는 ‘특정틀’에 ALS환자나 중도장애인 후보를 넣고, 배수진을 깔았다. 결국 ‘레이와’는 4.8%의 득표율로 2석을 얻어 정식 원내정당이 됐다. 그러나 야마모토 타로 자신은 낙선했다. 야마모토 타로의 낙선은 어느 정도 예상돼 있던 것이었다. 야마모토 타로는 다음 중의원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참의원의원이던 6년 동안, 야마모토 타로는 국회의 ‘이단자’이었다. 짬짜미 같은 심의에 전신으로 이의를 제기하며, 전문정치인들의 거짓말이나 꼼수를 독특한 화술을 구사하며 날카롭게 추궁했다. 정치평론가들은 그의 언동을 ‘퍼포먼스에 불과’하다고 말하거나, 그의 주장을 “실현 가능성이 없는 이상이론”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야마모토 타로를 지지한 유권자들은, 그의 언행 속에서 폐쇄적인 일본사회를 바꾸는 힘을 봤다. 그리고 아베 정치에 대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기존 야당에 실망하고 있었던 많은 유권자들은 ‘레이와’에 투표했다.

‘레이와’는 일본 정치를 바꿀까

선거에서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과반수를 확보하면서 아베는 개헌과 증세를 추진할 것이다. 10월에 예정된 대로 소비증세가 통과되면, 아베 정부가 “나름대로 안정적인 경제운영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던 대다수의 일본유권자는 아베 정부를 배반할 가능성도 높다. 특히 2020년 도쿄올림픽 후 ‘올림픽 특수’의 반동으로 일본경제의 감속도 예상된다. 빠르면 올해 말, 늦어도 2021년 후반에 실시될 중의원선거는 아베와 그 후계자들에게 지극히 엄격한 선거가 될지도 모른다. 아베가 개헌을 서두르는 이유다.

기존 야당에 실망했던 진보지향 유권자들은 전쟁개헌의 흐름에 제동을 걸기 위해 ‘레이와’에 강한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야마모토 타로의 과거 언동이나 사고방식의 위태로움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많다.

견고한 조직이나 강령이 없고, 천차만별인 사고방식을 가진 ‘당사자들’이 모여 있는 것이 특징의 ‘레이와’는 조직에 얽매이는 기존 정당 정치에 절망한 사람들에 있어서 매력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견고한 정당조직을 가지지 않는 ‘레이와’가 원내에서 그들의 주장을 관철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현재는 야마모토 타로의 특이한 퍼스낼리티가 구심이 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당세를 확대하기에는 한계도 있다.

진보세력에 있어서는 원내 정치뿐 아니라, 원외에서의 투쟁도 중요하다. 일본 진보정치가 쇠퇴한 것은 원내에 틀어박혀 대중투쟁을 경시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레이와’에 스페인 ‘포데모스’와 같이 도시를 삼키는 대중투쟁을 조직하고, 나아가게 하는 힘이 있을까? ‘레이와’가 일본 정치에 던진 파문이 어디까지 퍼질지, ‘레이와’가 의미 있는 활동을 할 수 있는지, 지금으로서는 예상할 수 없다.

일본 진보세력은 ‘레이와’만을 기대하지는 않아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번 선거로 ‘레이와’가 보여준 무명인 수많은 당사자들의 힘을 모으고, ‘레이와’를 비롯한 정당과 함께 국회에 압력을 가할 수 있는 대중투쟁을 조직해가는 노력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