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1호 직장 내 괴롭힘 고발…공황장애가 근무태만?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 한국철도공사장 및 안산승무사업소장 고발

한국철도공사 안산승무사업소가 한 기관사의 공황장애를 사실상 근무태만으로 조치하고 업무에서도 배제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노조는 이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보고 고용노동부 안산지청에 고발했다.

  특별직무교육이 이뤄지는 소장실 앞 기관사 김 모 씨. [출처: 공공운수노조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

이 같은 논란은 철도공사 안산승무사업소 소속 김 모 기관사가 지난 4월 공황장애를 겪고 치료 후 두달여 만에 복귀했지만 다시 60일이 넘도록 '골방(소장실)'에서 지낸 사실이 밝혀지면서 시작됐다. 김 기관사는 지난 4월 27일 승무 중 호흡곤란을 일으켜 인하대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이후 5월 2일 김 씨는 코레일 인재개발원 심리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았지만 그래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병가를 신청했다. 이때 사업소 측은 5월 3일 하루만 병가를 승인하고 7일 소장실에서 특별적성검사 및 특별직무교육을 받으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이하 노조)에 따르면, 사업소 측은 김 모 기관사의 공황장애를 사실상 근무태만으로 다루고 결국 업무까지 배제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우선, 노조는 사업소 측이 김 기관사에게 ‘소장실’에서 특별적성검사와 특별직무교육을 받게 한 것이 적합하지 않은 조처라고 보고 있다. 사업소 측은 이에 대해 “김 씨가 견습 업무 중 잠을 자고 다니고, 운행 중 속도위반, 과도한 출무 지연 등 전례를 비춰 보아 특별직무교육 장소를 별도로 지정하지 않으면 교육기간 중 또다시 근무태만의 여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노조는 특별직무교육은 공황장애 의심 증상을 겪는 노동자가 심리적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견습 중 잠을 잠’, ‘출무 지연’ 등을 이유로 소장실에서 교육을 받으라고 한 것은 당사자 ‘괴롭히기’와 다르지 않다고 제기하고 있다.

  철도공사 안산승무사업소 측은 김 씨를 감시한 내용을 사업소 내 복도에 게시했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


  철도공사 안산승무사업소 측은 김 씨의 개인정보와 병적 사항을 사업소 내에 게시했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

노조는 김 씨가 받은 특별직무교육 또한 괴롭히기의 한 방식이었을 뿐이라고 본다. 공황장애를 앓은 노동자에게 도움이 되는 교육 프로그램은 없었기 때문이다. 김 씨가 받은 교육은 작업 내규나 사고 사례를 필사하는 것이었다. 김 씨는 교육 시간 대부분을 소장실에서 혼자 보냈다. 사업소 측은 이런 김씨의 일상을 감시하기도 했다. 또 7월 6일에는 “(김 씨가) 팔짱을 끼거나 머리 뒤로 깍지를 끼고 정면 응시 혹은 눈감고 시간을 보냄”, “턱을 괴거나 눈 감고 사색에 잠김”이라는 내용이 적힌 게시물을 사업소 내 복도에 붙이기도 했다.

  김 씨가 받은 의사소견서. [출처: 공공운수노조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


  김 씨가 받은 업무적합성평가 결과 [출처: 공공운수노조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

사업소 측은 최근 김 씨의 증상이 호전됐는데도 ‘소장실 특별직무교육’을 일방적으로 연장해 사실상 업무에서 배제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김 씨는 6월 17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게 “(공황장애) 경과 매우 호전돼 업무 복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나, 증상이 업무 시에 발생한 것으로 미루어 복귀 초반에는 2인 1조 등 협업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는 소견을 받았다. 더구나 지난달 10일에는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도 업무적합성평가를 통해 ‘단계적 업무 복귀가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사업소는 특별직무교육 기간을 6월 27일~7월 4일(1차)에 이어 8월 31일까지 4차례 연장하면서 김 씨를 업무에서 계속 배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업소 측은 ‘소견서에 완치 내용이 없다’, ‘업무 복귀를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이유를 들고 있다. 그러나 노조는 사업소 측이 전문의 소견을 무시하고 김 씨를 업무에서 배제하며 괴롭히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사업소는 이러한 김 씨를 그 동안 직원들에게 공공연하게 비난한 것으로도 드러나고 있다. 실제로 <참세상>이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해당 사업소장은 5월 14~15일 산업안전보건교육 당시 참가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김 씨가) 공황장애인지 내가 속단하기 어렵지만 분노 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건지”, “김 씨가 (조합 전임자에서 기관사로 돌아온) 1월 달에 내게 1년 동안 조용히 있겠다고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등의 비방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5월 5일에도 사업소 측은 노동자들이 모여 있는 밴드를 통해 “공황장애를 이유로 119 구급대가 출동하고 열차 운휴 소동이 있었다”며 “(김 씨가) 특별직무교육(지상근무)과 특별적성검사를 기피하기 위한 것으로 예상 및 추측되는 행동들을 보이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에 노조는 5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위반으로 사업소 책임자들을 고발했다. 노조는 고용노동부 안산지청 앞에서 고발 전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경악을 금치 못하는 소식을 연이어 접하고 있다”며 “공황장애를 겪고 치료 후 60여 일 만에 복귀한 조합원을 또 60일 넘도록 골방(소장실)에서 제대로 된 교육안도 없이 업무 배제하는 것이 심리적 안정과 안전 운행에 도움이 되는가. 그것도 모자라 개인의 공황장애 병적 사항을 사업소 복도에 게시했으면서 심리적 안정과 정신력 강화 운운하고 있다. ‘철도 1호’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고발을 통해 노동자도 관리자를 바꿔낼 수 있다는 희망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입장을 묻는 <참세상>의 질문에 사업소 측은 “철도안전법에 의거 공황장애에 ‘업무적함’, ‘완치’ 판정을 받지 않은 기관사에게 직접적인 업무 수행을 맡길 수 없는 것이 철도공사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특별직무교육을 소장실에서 한 이유를 묻는 질문엔 “(기존 교육장인) ‘혁신허브실’은 신규 배치 기관사의 교육장이었기에 대체장소로 소장실 혹은 상황실로 지정해 효율적인 교육이 되고자 위한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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