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의 현금인출기, 이주노동자 퇴직금?

[워커스 이슈②] 찾아가지 못한 퇴직금 수익으로 사망한 이주노동자 장제비 지원

[이슈②] 순서
1. 몽골 청년 이주노동자, 자르갈 씨의 퇴직금 찾아 삼만 리
2. 삼성화재의 현금인출기, 이주노동자 퇴직금?


이주노동자들이 많아질수록 그리고 이들의 퇴직금 수령이 어려워질수록 이득을 보는 곳이 있다. 바로 출국만기보험(출만금)을 사실상 독점 운영하는 삼성화재이다.

삼성화재는 2004년 고용허가제 시행에 따라 설치된 출만금을 운영해 왔다. 2006~2015년 사이에는 현대, 동부, LIG, 한화와 각기 컨소시엄을 구성했지만, 삼성화재가 60% 이상의 최대 지분을 가졌다. 2016년부터는 다시 삼성화재가 95%, 한화 5% 지분으로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출만금 외에도 이주노동자가 의무가입해야 하는 귀국비용보험1)과 상해보험 즉, ‘외국인 근로자 전용보험’도 독점한다. 지난해 한국산업인력공단이 한정애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2018년 8월말 기준)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모두 8710억6300만원의 보험별 잔여보험금을 보유하고 수익을 내고 있다. 출국만기보험 7234억1600만원과 귀국비용보험 1323억5천만 원, 상해보험 152억9700만원을 합산한 수치다.

삼성화재가 설계하고 운영 독점

삼성화재의 ‘외국인 근로자 전용보험’ 독점은 고용허가제 도입을 앞두고 이 보험 제도를 설계하면서 시작된다. 이후 단독 보험신탁 사업자로 선정됐는데, 당시부터 사업 독점에 대한 시비가 잦았다. 2005년에는 노무현 정부 당시 노동부가 ‘외국인 근로자 전용보험’을 삼성화재만 팔 수 있도록 특혜를 준 사실이 감사원 조사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이때 감사원은 “법적 근거 없이 삼성화재를 단독 사업자로 선정했고, 그 과정에서 삼성화재가 보험업법 관련 규정을 위반했는데도 묵인한 사실을 확인했다”2)고 밝혔다.

삼성화재는 이러한 ‘외국인 근로자 전용보험’을 운용하며 적지 않은 수익을 낸다. 보험료수입 규모는 연간 2500억 원으로 국내 10개 손해보험 업계가 일반보험 시장에서 얻는 수입의 10% 내외로 알려져 있을 만큼 규모가 크다. 실제로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한해에 해당하는 출금만기보험 납부액은 3308억 6500만 원, 지급액은 2086억2100만 원으로 1222억4400만 원의 잔여금이, 귀국비용보험은 5억3500만 원, 상해보험은 12억1천만 원의 잔여금이 발생했다. 이를 합하면 2017년 한해에 적립된 잔여금만 1239억8300만 원에 달한다.

출만금 잔여금 중에는 미등록 신분이 돼 찾아가지 못한 이주노동자의 퇴직금이 포함돼 있다. E-9 이주노동자 중 미등록되는 ‘불법체류자’는 2017년 9,455명, 2018년 9,494명으로 매년 1만 명에 가까운 E-9 노동자가 미등록 신분이 된다. 이 경우 근무 기간 1년 이하의 경우에는 출만금이 사업주에 귀속되지만, 1년 이상일 경우에는 삼성화재가 3년 간 관리한다.

  [자료제공] 한정애 의원실

자의적인 출만금 운용

삼성화재가 출만금 지급을 자의적으로 운영해 이주노동자들의 퇴직금 권리가 더욱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주노조에 따르면, 최근 한 이주노동자가 국내에서의 이주노동 뒤 본국이 아니라 해외로 출국했다는 이유로 삼성화재가 사업주에 출만금을 돌려준 사례가 있었다. 지난 5월 6일 어린이날 대체휴일에 출국한 30여 명의 이주노동자들은 삼성화재가 휴일이라는 이유로 보험금을 입금해두지 않아 모두 받지 못하고 본국으로 떠나야 했다. 이들은 사전에 어떠한 공지도 받지 못했다.

한편, 8월 19일 한정애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고용노동부는 삼성화재가 1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보험금을 독점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올해로 예정된 입찰 심사(2년 주기)에서 삼성화재를 제외하겠다고 밝혔으나 변동된 것은 없다.

2018년 12월 법무부가 낸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월보>에 따르면, 비전문취업자(E-9)와 방문취업자(H-2)의 수는 2017년에 비해 각각 108.6%, 82.9% 증가했다. 삼성에겐 황금알을 낳는 사람들이다.

찾아가지 못한 퇴직금 수익으로 사망한 이주노동자 장제비 지원

이주노동자가 찾아가지 않은 퇴직금은 ‘미청구 보험금’이 된다. 이 비용은 삼성화재가 3년 간 관리하며, 원권리자가 찾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3년이 지나면 미청구보험금은 한국산업인력공단으로 이관돼 ‘휴면보험금’이 된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휴면보험금 등 관리위원회’를 설치해 휴면보험금을 운영하는데, 휴면보험금 찾아주기 사업과 휴면보험금 운용수익금을 활용한 복지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휴면보험금 등 관리위원회가 올해부터 복지사업의 일환으로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뒤 사망한 이주노동자(E-9)의 장례비를 지원하면서 논란이 돼 왔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자살한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정부의 장례비 지원금이 없다는 이유로 이 같은 사업을 시작했다.

장제비 지원 비용은 휴면보험금 이자 수익에서 나온다. 2014년 8월 휴면보험금을 최초 이관한 이후 2018년 11월까지 이자 수익은 5억9천만 원이 발생했고, 연평균 이자 수익은 1억5천만 원에 달한다. 장제비는 최대 300만 원 한도로 지원된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지원 인원을 연간 13명(1인당 300만원)으로, 소요액은 연간 3900만원, 연평균 이자수익 1억5천억 원의 26% 수준으로 예상했다.

공단은 휴면보험금 이자수익을 사업비로도 사용할 수 있다. ‘외국인근로자 휴면보험금 등 관리위원회 운영규정’에 따르면, “부득이한 사유가 발생할 경우에는 위원회 의견을 거쳐 휴면보험금 운용수익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허용했다.

백선영 민주노총 미조직전략조직부장은 “이주노동자가 응당 받아야 할 퇴직금이 제도의 문제로 찾아가지 못해 쌓인 것도 불합리한데, 이 퇴직금에서 수익을 내 한국에 일하러 왔다가 사망한 노동자의 장례비로 지원한다는 것은 매우 부조리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우삼열 아산이주노동자센터 소장은 “휴면보험금 찾아가기 사업은 실제로 받지 못한 노동자를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라고 홍보만 할 뿐”이라며 “정주노동자처럼 퇴직 후 14일 내에 받을 수 있도록 퇴직금 제도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워커스 58호]

[각주]
1) 귀국비용보험은 이주노동자가 귀국 시 필요한 비용에 충당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보험이다. 비전문취업(E-9) 또는 방문취업(H-2) 체류자격을 지닌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데, 이들은 취업 후 3개월 안에 평균 40~60만 원을 내야 한다.
2) <한겨레>, 2005년 9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