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 지속...“송환법 철회는 5대 요구 중 하나일 뿐”

[홍콩 현지 취재] 몽콕 경찰서 앞 시위 참여자 수 더 늘어

  몽콕 경찰서 앞 검은 시위대.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4일 범죄인 인도 법안(이하 송환법)을 공식 철회했다. 하지만 홍콩 시위대는 정부 발표가 시위대 5대 요구안 중 하나만 받아들인 것이라며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시위대 5대 요구는 △송환법 완전 철폐 △경찰 폭력 진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연행자 무조건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다.

람 장관은 이날 오후 6시(현지 시각) 녹화된 대국민 담화를 통해 “(송환법) 조례안은 완전히 정지됐고, 자동 소멸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나머지 4개 요구를 두고는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경찰 폭력 진상 조사를 두고 “독립적인 경찰위원회가 (시위 관련 조사를) 집행할 것”이라며 “별도 조사위원회는 설립할 수 없다”고 했고, 시위자 석방에 대해선 “법치 사회에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직선제 실시를 두고는 “(선거는) 기본법에 명시된 것이며, 이 토대 위에서 토론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극소수의 사람이 ‘일국양제’에 도전하고 있으며, 홍콩을 위험한 상황으로 빠뜨리고 있다”며 “정부는 모든 불법과 폭력 행위에 대해 엄정 대처할 것”이라고도 했다. 홍콩 정부가 시위대 요구 중 하나인 송환법 철회만 받아들이면서, 시위에 대한 물리력 행사는 계속하겠다고 밝힌 셈이다.

  목콩 경찰서 인근 도로를 메운 시위대

시위대 역시 정부 발표 뒤에도 물러나지 않았다. 몽콕 경찰서 앞에는 지난 3일보다 더 많은 사람이 모였다. 지난 3일엔 몽콕 경찰서 앞 도로에만 사람이 몰렸지만, 5일은 인근 도로, 골목까지 시위대로 가득 찼다. 시위대는 이곳에서 ‘五大訴求, 缺一不可(5대 요구 중 하나도 빠져서는 안 된다)’라는 구호를 반복해 외쳤다.

이날 홍콩 시민 8만 7천 명이 모인 텔레그램 그룹 ‘실시간 현장 상황실’이 정부 발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약 88%의 시민이 ‘5대 요구 전면 수용 및 경찰 조직 전면 개편’을 선택했다. 4%는 ‘나머지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았다. 불만이 있지만, 분쟁이 (지속되는 것이) 힘들다. (정부) 결정을 받아들이자’, 나머지 3%는 ‘운동의 최초 목표가 달성됐다. 정식적으로 (시위를) 종결하자’고 답했다. 설문에는 5일 오전 1시 현재까지 1만 3천 명이 참여했다.

한편, 시위를 주도하는 단체 중 하나인 민간인권진선 또한 정부 발표 직후 “5대 요구를 전면 수용하라”고 밝혔다. 민간인권진선은 성명을 통해 “홍콩 정부는 악법 철회를 빌미로 (시위대) 5대 요구를 무시하려 한다”며 “이는 심각한 정치적 오판이며 사태 해결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우리는 주요 요구를 완전히 관철할 때까지 계속 싸울 것”이라고 했다.

홍콩노총 또한 “지난 3개월 동안 경찰은 폭력, 성폭력, 무기 사용을 했는데, 이에 대한 독립적 조사를 거부하는 것은 악행을 방치하는 것과 같다”며 “홍콩노총은 5대 요구 중 하나도 빠져선 안 된다고 이미 재차 강조했다. 람 장관이 5대 요구를 계속 거부하면, 노동자 투쟁은 미래에도 멈추지 않는다”고 밝혔다.

  경찰의 사격을 피하려 조형물 뒤로 몸을 숨긴 시위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