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비 절반 넘는 월세, 이제 그만!

[기고]10월 5일 사상 첫 자취생 총궐기①

[출처: 참세상 DB]

사상 최초. 자취생들이 거리에 나선다. 성공회대 총학생회, 사회변혁노동자당 학생위원회를 비롯한 16개 학생회·학생단체가 오는 10월 5일 자취생 총궐기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요구는 임대료 상한제, 최저주거기준 보장, 공공주택 확대다. 별안간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들이 ‘총궐기’까지 하겠다고 나섰을까.

사실 청년들의 주거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중앙정부나 지자체, 보수정권과 진보정권을 막론하고 주거복지는 언제나 핵심 공약이었다. 문재인 정부도 2017년 「주거복지로드맵」을 발표, 공공주택 100만호 공급을 통해 ‘사각지대 없는 촘촘한 주거복지’를 실현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런데 사각지대가 없기는커녕, 촘촘하다는 주거복지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사회변혁노동자당 학생위원회가 지난 5월 서울 자취생 341명을 대상으로 주거실태를 조사한 결과, 자취생 월평균 생활비 93만 2천원 중 주거비는 49만원. 무려 52.7%로 절반이 넘었다. 참고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월 소득 대비 주거비 비율이 20%가 넘지 않을 것을 권고했다. 자취생의 주거비를 ‘월세 폭탄’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문제는 그 비싼 월세를 내면서도 자취방이 열악하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인당 최저 주거면적은 14m2(약 4.2평)지만, 자취생 5명 중 1명은 이 최저주거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시설에 거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취생들은 비싼 주거비(55.2%)와 좁은 주거면적(47.4%)와 열악한 방음·환기·냉난방(43.1%)이 가장 불만이라고 입을 모았다.

왜 주거복지에 구멍이 생겼을까. 우선, 공공주택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8년 현재 수도권 대학 기숙사 수용률은 17.2%, 10명 중 2명도 채 수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방정부에서 찔끔찔끔 청년주택을 공급하고 있긴 하나, 그 수가 적고 절차가 복잡해 고려 대상이 못 된다.

당연히 대다수 학생은 대학 인근 민간임대주택에서 방을 구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민간임대주택에 대한 공적 통제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임대료가 생활비의 절반을 넘고, 정부가 정한 최저주거기준도 충족하지 못하는 시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온다. 그런데도 정부는 대학 인근 민간임대주택에 어떤 공적 통제도 도입하지 않았다. 사각지대 없는 촘촘한 주거복지정책이라는 「주거복지로드맵」에서조차 민간임대주택 임대료 규제나 정부의 책임은 포함되지 않는다.

결국 정부는 민간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자취생들의 주거를 방치했다. 언젠가 정부나 대학이 공공주택을 충분히 늘리고, 자취생이 해당 공공주택 입주에 당첨되기 전까지 주거는 자취생이 알아서 해결할 몫이다. 주거복지 사각지대의 비밀이 여기 있다. 정부가 자취생들의 주거권을 이렇듯 방치하고 있는데, ‘촘촘한’ 주거복지라는 수식은 아무래도 거북하다.

그래서 자취생이 총궐기한다. 청년주거, 방치가 아니라 공적 통제와 보장이 필요하니까. 생활비 절반 넘는 주거비를 통제하기 위해 임대료 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 얼마 전 서울시가 발표한 역세권 청년주택의 경우, 공공주택인데도 월 임대료가 35만원을 넘었다. 부동산 중개업자들조차도 대학생이 부담하기에 너무 비싸다고 입을 모을 지경. OECD가 권고한 주거비 기준에 따르면, 대학생 월 주거비는 15만원 이하로 책정되어야 한다. 그리 터무니없는 가격도 아닌 게, 이미 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하는 영구임대주택의 월 임대료가 10만원 안팎이다.

최저주거기준도 정부가 책임지고 보장해야 한다. 예컨대 최저주거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민간임대주택에 정부의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빠르게 시설 개선에 착수해야 한다. 또는 정부가 민간임대주택을 매입한 뒤, 시설 개선을 통해 공공주택으로 전환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물론 쉽지 않다. 당장 임대사업자의 소유권과 충돌하는 문제다. 민간임대주택을 방치했던 이유기도 하다. 더구나 임대사업자는 나름의 조직력을 갖고 있다. 대학이나 정부가 학교 인근에 기숙사를 지으려고 하면, 집단적 대응을 통해 저지해온 역사가 있다.

그래서 자취생 총궐기가 더욱 중요하다. 이제 주거 빈곤 상태의 자취생들도 집단적 대응을 시작하기 때문. 임대업자들의 목소리보다, 자취생들의 주거권 보장 목소리가 광장에 더 크게 울릴 것이다. 오는 10월 5일, 사상 최초의 <자취생 총궐기>가 열린다. 세계 주거의 날인 10월 1일에는 <자취생 증언대회: 자취생 말말말>을 진행, 자취생들의 주거상황을 생생하게 고발하는 자리도 예정되어 있다.

인간다운 주거권이냐, 아니면 건물주의 소유권이냐. 이제 자취생도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공은 정부에게로 넘어간다. 제대로 된 답이 나오지 않으면, 자취생들은 2차, 3차 총궐기도 준비한다는 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