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게이트 노동자들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기고] 정부의 가이드라인 원칙도 지키지 않는 한국도로공사

지난 10월 9일 한국도로공사와 한국노총 톨게이트노동조합은 자회사(한국도로공사서비스) 전환에 동의하지 않은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에 관하여 “2심 계류 중인 노동자들은 직접고용하고, 1심 계류 중인 노동자들은 1심 판결 결과에 따라 직접 고용하되, 1심 판결 이전까지는 임시직 근로자로 고용하며, 변론이 종결된 1심 사건의 2015년 이후 입사자에 대해서는 차후 최초 판결 결과에 따른다”는 취지로 합의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대법원은 8월 29일 한국도로공사와 도급계약을 맺은 업체 소속 톨게이트 노동자 760여 명이 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위 노동자들이 한국도로공사의 근로자들이라고 판단했다. 위 판결 직후 한국도로공사는 “‘불법파견’이라는 대법원의 판결 결과를 존중하며, 도로공사 직원으로 의제되거나 도로공사에 채용 의무가 있는 사람들에 대해 법적 지위를 인정한다”는 취지의 발표를 했다.

하지만 한국도로공사는 위 대법원 판결을 앞둔 7월경 자회사를 만들어 전체 톨게이트 노동자 6,500여 명 중 자회사로 이적을 거부한 1,500여 명을 해고했고, 위 해고노동자들 중에는 아직 대법원 판결을 받지 못한 채 1심 또는 2심을 진행 중인 노동자들이 있었다.

한국도로공사는 직접고용을 천명한 대법원 판결 결과를 존중한다고 했지만, 위 합의를 가만히 뜯어보면, 한국도로공사는 1심 계속 중인 노동자들과 2015년 이후 입사 노동자들은 1심 판결 전까지 직접고용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위 노동자들을 합하면 900여 명이나 된다. 여전히 900여 명은 직접고용된 것이 아니고, 1심 판결 결과에 따라야 되는 상황인 것이다.

한국도로공사가 이러한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은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의 원칙인 ‘직접고용’을 따르지 않고, 무리하게 ‘자회사’로의 전환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2017년 7월 19일 발표한 ‘문재인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 100대 국정과제 중에는 “차별 없는 좋은 일터 만들기”가 있었고, 문재인 정부는 2017년 7월 20일 공공부문에 근로를 제공하고 있는 비정규직(기간제, 파견, 용역 등)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기준 및 방법 등을 담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수립·시행하였으며, 2018년 5월 31일에는 ‘공공부문 2단계 기관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수립·시행했다.

2017년 7월 20일자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파견용역근로자들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 사회양극화를 완화하고 고용-복지-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최대의 사용자’인 공공부문이 ‘모범적 사용자’로서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선도적 역할을 위한 전환 정책은 기존의 소극적인 방식에서 탈피해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보다 전향적인 접근법이 모색’돼야 하고, ‘상시‧지속적인 업무에는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이 당연한 관행’이 돼야 하며, ‘사람을 채용할 때는 제대로 대우하여야 한다’는 기본 당위에 입각해 공공부문의 고용 및 인사관리를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천명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가이드라인의 일반 원칙은 공공부문의 파견 용역 분야라도 상시 지속적 업무(연중 계속, 향후 2년 이상)는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을 하라는 것이고, 한국도로공사의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대법원이 밝혔듯이 상시 지속적 업무를 하고 있으므로 직접고용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 한국도로공사를 비롯해 공공기관들의 자회사 전환은 문재인 정부의 가이드라인에도 맞지 않고, 또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양산하는 것이다.

KTX 승무 노동자들은 이미 10여 년 전 자회사 전환 문제에 반기를 들었고, 기나긴 투쟁 끝에 철도공사에 직접고용 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대법원 판결까지 나온 이 사안을 외면하는 것은 노동존중사회를 내건 정부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며 또다시 KTX 해고 문제의 전철을 밟는 것에 다름 아니다.

한국도로공사는 ‘알리오(ALIO)’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공시돼 있는 ‘더불어 함께 가는 길, 좋은 일자리 창출, 공정한 경제구현’이라는 경영 목표대로 이제라도 더불어 함께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톨게이트 노동자들을 아무 조건 없이 직접고용 해야 한다. 판결대로만 이행하면 문제는 해결된다. 그때까지 이 싸움은 끝나지 않은 것이기에 10월 19일(토) 저녁 6시,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촛불을 든다. 이 문제가 제대로 해결될 수 있도록 많은 시민들께서 연대의 마음으로 함께해주기를 요청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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