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위 노동조건 ‘서해선지부’, 무기한 파업 돌입

낮은 임금, 인력 부족...‘파업권’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해

궤도사업장 중 최하위 노동조건으로 알려진 서해선(소사~원시선) 노동자들이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해선지부는 29일 오전 4시 25분부로 전면파업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서해선은 민간투자로 건설된 복선전철로, 운영권을 입찰 받은 서울교통공사가 자회사인 ‘소사원시운영(주)’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서해선의 경우 궤도사업장 중 임금, 인력 등에서 최하위 노동조건으로 알려져 있어, 이직률도 상당하다. 때문에 노동자들은 안전인력 충원과 임금체계 개편, 숙련노동자 양성, 근로기준법 준수 등을 파업 요구조건으로 내건 상태다.

1인 근무 빈번, 낮은 임금, 이직률은 30%

실제로 서해선은 운영인력 부족으로 안전사고 발생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노조에 따르면, 모회사인 서울교통공사는 km당 50인 정도로 운영되고 있지만, 소사원시운영(주)은 Km당 6인으로 운영되고 있다. 12개 역사 중 7개가 1인 역사로 운영되고 있고, 기술분야나 운전취급분야의 경우도 연차나 지정휴무 발생 시 1인이 근무할 수밖에 없다. 소방, 승강기, 스크린도어 등을 담당하는 기계분야 노동자들도 업무수행 강도로 인해 2인1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높은 노동강도에도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이며, 불합리한 임금체계로 진급이나 임금 인상도 쉽지 않다. 현재 소사원시운영(주)에 소속된 142명의 노동자 중 74명이 최하위직급인 6급에 쏠려 있다. 6급 노동자의 기본급은 175만5000원 수준이다. 노조에 따르면, 직급별로 정원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퇴사자나 승진자가 생기지 않는 이상 진급이 어려운 구조다. 대체로 경력직인 5급의 경우, 10년 경력자나 1~2년 경력자나 똑같이 186만여 원의 기본급을 받는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때문에 숙련노동자들의 이직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6급의 경우 올 3월 입사자 44명 중 12명(27.27%)이 퇴사했다. 퇴사자가 늘어나자 회사는 ‘업무직’이라는 이름의 1년 계약직 노동자를 대거 채용하기 시작했다. 김찬근 서해선지부 사무국장은 “업무직은 6급 사원 상당의 처우를 받고 있어,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이라며 “회사는 최근 계약기간 12개월에 도래한 업무직 직원들을 상대로 11개월 계약을 연장했다”고 설명했다. 업무직의 경우도 42명 중 14명(33.33%)이 퇴사했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이 이어지면서 사업장 내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앞서 66명의 조합원들은 사측이 총 2억9천700여 만 원 상당의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한바 있다. 하지만 임금 지급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결국 사건이 검찰로 송치됐다.

파업권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해

그럼에도 서해선지부 노동자들은 노동기본권인 ‘단체행동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인력 고용 구조 자체가 비정상적인데다, 노동위원회가 ‘필수유지율’ 결정까지 미룬 탓이다. 실제로 서해선지부가 전면파업에 돌입했음에도, 현재 열차운행율은 100%에 달했다. 열차운행과 차량정비 업무는 한국철도공사가 맡고 있기 때문이다. 박지영 공공운수노조 공공기관사업국장은 “열차운행과 차량정비, 그리고 역 운영 및 시설유지보수를 분리해 운영하는 것은 드문 사례”라고 설명했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애초 서해선지부는 지난 10월 15일 무기한 전면파업을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사측이 필수유지율 없이 파업에 나설 경우 불법파업으로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다며 노조를 압박하면서 파업이 유보됐다. 현행 노조법에 따르면 철도 및 도시철도 등의 필수유지사업장 노사는 파업 기간 최소한의 업무 유지를 위한 필수유지협정을 체결해야 한다. 노사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노동위원회가 이를 결정하게 된다.

노사간 필수유지협정 체결이 불발되면서, 노조는 노동위원회에 필수유지결정을 신청했다. 하지만 노동위원회가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노조는 울며 겨자 먹기로 회사와 협정을 체결해야 했다. 김찬근 사무국장은 “파업권이라는 정당한 권리가 있음에도, 노동위원회가 필수유지율 결정을 내리지 않아 노조에 매우 불리한 필수유지협정을 체결하게 됐다”며 “파업권은 있는데, 노동위원회가 파업 수단은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국토교통부 역시 운행에 차질이 생길 경우 운영비를 삭감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노조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이날 오전 10시 초지역 통합사무소 앞에서 진행된 서해선지부 파업출정식에서 정문성 지부장과 김찬근 사무국장은 삭발 투쟁에 나섰다. 정문성 지부장은 “열악한 처우에 동지들이 많이 떠나갔다. 개통멤버는 점점 없어지고, 신규입사자들도 점점 보이지 않는다”며 “이번 투쟁은 우리 동료를 지키는 투쟁”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파업 둘째 날인 30일, 대시민선전전에 나설 예정이며 31일에는 서울교통공사 본사 앞 규탄집회에 나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