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5명 중 4명,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추진 사실 몰라

동의 없이 가명정보 기업 간 제공 반대 ‘80.3%’

국민 5명 중 4명이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추진 사실을 모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국민 10명 중 8명은 개정 법안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가명정보 활용에 대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주체인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법안이 공론화 과정 없이 졸속적으로 추진되고 있어 이후 사회적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시민단체(무상의료운동본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 민주노총,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는 지난 10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여론조사전문기관인 서든포스트 포스트데이터에 조사를 의뢰해 전국에 거주하는 19세 이상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RDD(무작위 임의걸기)에 의한 ARS 여론조사(유선 20%, 무선 80%)방식으로 진행됐다. 인구비례에 따른 성·연령·지역별 할당 무작위 추출방식으로 1,000명의 표본을 추출, 성·연령·지역별 가중값 부여방식으로 오차를 보정했다. 가중방법은 림가중, 신뢰수준 95%에서 최대허용오차 ±3.10%point, 응답률은 4.4%다.

조사결과 59.4%의 국민은 '포털·통신·보험 등 기업의 이용자 개인정보 보호'에 대해 불신하고 있었다. 불신한다는 비율이 상당함에도 국민의 81.9%는 법안 개정 추진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가명정보를 동의 없이 기업 간 제공하는 것에 대한 찬반여부’항목에도 반대가 80.3%를 차지했다. 가명정보는 비식별정보로서 해당 정보만으로 개인을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가명정보가 다른 정보와 결합하면 당사자를 특정할 수 있게 된다.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는 현재 심사 중인 개인정보보호법안대로라면 환자의 질병정보, 유전자정보 등의 건강 정보가 기업의 이윤을 위해 무방비로 활용·판매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유사항목인 ‘정치적 견해·건강·의료정보 등 민감 정보를 가명처리 후 본인 동의 없이 수집·이용하는 것에 대한 찬반’을 묻는 질문에는 70.5%의 국민이 반대한다고 답했다. 66.7%의 국민은 ‘데이터산업과 경제발전을 위해 나의 개인정보 권리를 일부 포기할 수 있나’라는 질문에 포기할 수 없다고 답했다. 현재 문재인 정부는 4차산업혁명과 경제혁신을 명목으로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개정안, 신용정보보호법개정안, 정보통신망법개정안)을 추진 중에 있다.

한편, 데이터3법 중 개인정보보호법안은 오는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심사를 앞두고 있다. 단체들은 해당 법안이 여야 쟁점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이변이 없다면 통과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노동시민단체는 지난 12일 오전 10시 20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인정보보호법안을 비롯해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데이터3법안은 정작 데이터의 주체인 국민일반은 잘 모르고 있었다”며 심지어 “이들 법안들이 통과되었을 때 정보인권 전반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 충분한 논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개인정보를 상업적 연구 목적으로 정보주체 동의 없이 활용하거나 심지어 다른 기업에 제공할 수 있도록 한 점과 데이터3법 논의 과정에서 국민 참여를 보장하지 않은 점을 들어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