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기업의 독점이 부른 ‘타다 전쟁’

[이슈] 기업의 ‘혁신’과 불안정 노동


동료생산과 공유경제

최근 디지털 경제와 이에 기반한 혁신기업의 출발은 ‘동료생산(Peer production)’이라 불리는 생산모델에서 출발한다. 동료생산은 시장논리나 조직의 위계에서 자유로운 개인들이,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재화의 생산을 위해 동등한 위치에서 자발적으로 협력하는 생산 모델을 가리킨다. 리눅스, 위키피디아, 파이어폭스 같은 동료생산 방식의 프로젝트들은 윈도우 같은 상업적인 소프트웨어에 대항하며 개인의 집단적 노력을 모아 개별적인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그런데 이 때 동료생산의 이점을 알아차린 기업들이 이를 수익의 원천으로 삼기 시작했다. 동료생산은 자발적인데다 노동자 임금처럼 대가를 지불하지도 않고, 심지어 생산적이기까지 했다. 이것이 바로 ‘웹 2.0’이다. 동료생산을 더 확대해 인터넷 공간을 보다 집단적이고 공개적이며 민주적으로 이용한다는 웹 2.0은 집단지성, 위키노믹스, 크라우드 소싱과 같은 구호를 내세웠다. 그리고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은 웹 2.0을 이끌고 디지털 경제를 대표하는 기업들로 성장했다.

한편, 동료생산의 가치를 집약시킨 공유가치를 바탕으로 한 ‘공유경제’의 확장도 두드러졌다. 공유경제는 한번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해 쓰는 협력소비를 기본으로 한 경제 방식이다. 소유보다는 공유, 개인보다는 공동체의 가치를 추구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 공유경제의 핵심 원리에도 동료생산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웹 2.0과 마찬가지로 공유가치와 공유경제가 돈이 된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에 대한 자본주의적 전용이 일어났다. 공유경제의 대표주자인 차량공유 업체 우버(Uber)와 숙박공유 업체 에어비앤비(Airbnb) 같은 기업들이 나타났다. 이제 더 이상 공유경제는 남는 자원을 타인과 함께 사용한다는 순진한 의미가 아니었다.

생산수단이 된 온라인 플랫폼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해 사용하기 위해서는 정보가 필요하다. 어디서, 누가, 어떤 물건 (또는 시간)을 사용하고 이를 공유해 내 놓는지 알 필요가 있었다. 또, 이를 원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확인해야 했다. 출퇴근 시간 등에 차량을 공유하는 카풀도, 지인이나 직장 동료끼리면 알음알음 같이 타고 다닐 수 있다. 하지만 카풀이 더 확장되기 위해서는 수요자와 공급자의 정확한 정보가 필수적이다. 이른바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 때문에 수요자와 공급자의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연결해주는 온라인 플랫폼이 등장했다. 그리고 이는 공유경제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이 됐다.

공유경제와 동료생산 방식으로 등장한 온라인 플랫폼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타고 남는 시간에 자동차를 공유하고, 쓰고 남는 방을 빌려주는 것에서, 공급자에게 공급의 대가로 금전적 보상을 했다. 수요자에게는 공급자 정보 제공과 연결을 대가로 수수료를 받았다. 그러자 ‘남는 시간’에 자동차나 방을 빌려 주는 것이 아닌, 자동차와 방을 전업으로 임대하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온라인 플랫폼은 더욱 확장됐다. 결국 공유경제의 참여자들은 공유가치가 아닌 ‘수익’과 ‘임금’을 목표로 재결합됐다. 구글과 페이스북, 유튜브 같은 온라인 포털은 ‘자발적 무료노동의 금전적 보상’ 형태로 평판, 조회수 등의 동료생산 방식을 통해 광고 수익 (양면시장)을 분배하며 수익을 남겼다.

이처럼 공유경제를 표방했던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노동자의 임금자산인 자동차, 집 또는 방을 일반 생산수단에 들어가는 원재료 삼아 수익을 거뒀다. 우버는 자기 소유의 택시 한 대 없이, 에어비앤비는 자기 소유의 방 한 칸 없이 노동자의 생활수단 (임금자산)을 토대로 돈을 벌어들였다. 구글, 페이스북, 네이버 등에게 돈을 벌어다 주는 쪽은 기업이 생산한 데이터가 아니라, 사용자들이 직접 생산한 데이터들이었다. 일반기업의 경우 생산설비나 노동력을 직접 구매해 소유하지만,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은 오직 플랫폼만 소유할 뿐이었다. 즉, 플랫폼이 생산수단으로 등장한 것이다.

혁신과 불안정 노동

자본주의 기업에서 ‘혁신’은 기술발전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거나, 새로운 재화나 서비스를 만들어 내거나, 새로운 영업방식을 도입하는 것을 말한다. 단순히 말해 생산비 절감이나 새로운 소비수요의 창출을 혁신이라 부른다. 생산비 절감은 곧 기술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 (이것도 노동강도 강화로 직결되는 문제다)이었고, 이는 노동비의 절감을 의미했다. 온라인 플랫폼의 진정한 혁신은 남는 자원을 사용한다는 것 따위가 아니었다. 그것은 주문형(on demand) 호출노동 또는 참여자들의 자발적 노동을 통해 노동비를 대폭 절감하는 것이었다.

  타다 웹사이트 캡쳐

이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이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타다의 경우, 생산수단으로 플랫폼을 소유하고 사실상 노동자들을 비정규직으로 고용해 돈을 벌어들였다. 타다는 여객법상 11~15인승 승합차는 운전사 알선과 파견이 가능하다는 예외조항을 악용했다. 이들은 11인승 승합차를 승객에게 제공하며 운전사를 알선한 것처럼 했다. 하지만 검찰은 타다가 단순 알선이 아닌, 운전기사를 구체적으로 통제하며 여객운송사업을 했기에 사실상 ‘콜택시’라고 보고 관계자들을 기소했다. 현재 타다 문제의 최대 쟁점은 플랫폼 기업의 여객운송 허용여부다. 하지만 여객운송 허용은 결과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결국 핵심은 고용관계로 수렴된다. 만약 타다가 기존 택시회사처럼 기사를 고용해야 한다면, 타다는 일반 택시회사와 다를 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타다와 같은 플랫폼 모빌리티 기업은 불안정 고용(노동 착취) 없이는 기업을 유지할 수 없다. 이 점만 봐도 이들의 혁신이 어디에 기반해 있는지 분명하게 드러난다. 올해 중순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우버 운전사와 같은 이른바 ‘긱 경제(Gig economy)’ 노동자들을 임시직이 아닌 정직원으로 처우토록 하는 ‘AB5’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우버는 운전사 한 명당 3,625달러(약 433만 원)의 비용 추가로 연간 5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위기에 처했다. 우버의 순손실은 2017년 28억 달러, 2018년 45억 달러로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결국 우버는 그 자체만으로는 더 이상 수익을 낼 수 없는 상황에 도달했다.

기술발전과 상품소유권의 충돌

자본주의 생산양식에서 상품(재화와 용역)의 존재 조건은 상품에 대한 소유권이다. 특허는 물론이고 일반 상품도 사적 소유가 보장되지 않으면 어떤 기업도 생산할 수가 없다. 일반 상품의 경우 기계나 원재료 등 생산수단의 사적소유를 보장하면, 이를 통해 생산된 상품의 소유권도 보장 된다. 특허나 지식재산권의 경우 이것이 없으면 상품의 소유권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특별히 존재하는 것이다. 면허나 영업권도 마찬가지로 상품(용역, 서비스)의 사적 소유를 국가가 제도적으로 보장한 것이다. 따라서 생산수단의 소유뿐 아니라 사업권, 영업권, 지적재산권 등 상품의 소유권을 둘러싼 투쟁은 생산조건을 규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문제다.

사업권, 영업권은 곧 시장의 형성 및 분점, 자본간 경쟁 조건을 규정한다. 타다의 경우 여객운송사업법으로의 진입을 인정해 달라는 것이지, 법 자체를 폐기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이는 플랫폼에서 생산된 타다 서비스에 대한 소유권 보장의 문제이며, 여기서도 그 절대적 조건은 다름 아닌 불안정 고용이다. 그런데 타다가 현재 모습 그대로 여객운송이 가능하게 되면 불안정 고용에 따른 비용절감으로 어떤 택시회사와의 경쟁에서도 우위에 서게 된다. 이렇게 되면 택시회사들은 망하거나, 자본 동원력이 있다면 타다와 같은 인력호출 회사로 바뀔 수밖에 없다.

따라서 타다 사태는 기술의 발달과 노동강도 강화로 인한 새로운 사업 모델(신 생산관계)이 기존 소유권(구 생산관계)과 충돌하며 발생하는 문제다. 그리고 이들은 서로 어느 하나가 죽을 때까지 대립하고 투쟁하는 적대적 모순관계가 된다. 결국 타다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 기업이 여객운송업을 못 하거나, 모든 택시회사가 타다처럼 바뀌어야 하는 문제다. 재계가 이 문제를 사회적 대화로 맡겨 놓은 정부를 비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정부의 결단으로 결론이 날 수밖에 없겠지만 그 후과는 사회전체가 감당해야 한다.

이 같은 문제가 타다 같은 플랫폼 모빌리티에서만 발생하라는 보장도 없다. 가령, 현재는 AI 의사 ‘왓슨’과 인간 의사가 일종의 협업을 하고 있지만, 이후 의사 ‘왓슨’만으로 의료업을 할 수 있는 허가를 요구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것도 일반 병원이나 병실도 없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원격의료만으로 유지되는 의료업 말이다. 조만간 AI 변호사만으로 법리적 대응을 하는 법률사무소를 허가해 달라는 요구가 나올지도 모른다. 이는 AI 의사와 변호사에게도 의사 면허와 변호사 자격을 달라는 요구이자, 온라인 플랫폼으로 생산한 서비스 상품의 소유권을 보장해 달라는 요구다. 의사와 변호사들은 순순히 이를 받아들일 것인가?

플랫폼과 AI 그리고 생산수단의 사회화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노동비용을 대폭 줄인 기업들은, 기존 사업영역의 경쟁에서 언제나 승리한다. 비용절감에 성공한 기업은 항상 더 많은 투자를 받았고, 더 많은 투자를 받는 쪽이 일반적으로 승리했다. 유통시장에서 아마존이 백화점업체 전체를 상대로 대결해 승리한 것은 이런 사실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경쟁 기간에는 다소 가격이 저렴해지는 효과가 있지만(그 과정은 자본간 생사를 건 출혈경쟁뿐 아니라, 장시간, 야간 노동으로 쓰러져가는 노동자의 피도 존재한다) 독점 이후의 서비스 비용은 독점가격 수준으로 상승했다. 게다가 우버의 성장으로 손님을 기다리는 자동차가 거리에 넘쳐나 교통량이 폭증했다. 주차 경쟁은 전쟁을 방불케 했으며, 늘어난 자동차 매연은 환경오염을 더 키웠다. 에어비앤비는 가는 곳마다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일으켰다. 전문적인 숙박공유 서비스를 위해 집주인은 주거비를 올렸고, 세입자들은 빈번하게 쫓겨났다. 실제로 에어비엔비는 유럽 주요지역의 주거비 상승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이처럼 혁신기업의 새로운 사업모델은 독점의 심화와 환경오염, 주거조건 악화 등 나쁜 결과만 발생시켰다. 그러므로 온라인 플랫폼 혹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따른 갈등을 영업권 문제로만 접근하면 문제는 더 악화될 뿐이다. 그보다는 노동기준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편이 훨씬 간단하고 바람직하다. 혁신의 성과가 더 많은 노동력을 착취하는 것에서 유래하는 것이라면, 이것은 당연히 인정받을 수 없다.

그러나 더 중요한 문제는 현재의 상품소유 관계가 기술을 따라 잡지 못한다는 데 있다. 남는 자원을 나눠 쓰고, 남는 시간을 타인을 위해 사용하는 동료생산과 공유가치는 (자본주의적인) 가치의 문제를 떠나 사용가치를 확대하기 때문에 좋은 일이다. 동료생산과 공유가치 등은 이윤을 목적으로 생겨난 것이 아니다. 남는 자원과 시간에 대한 자발적인 교환이 이뤄지면 경제적 후생이 좋아지고 소비액이 줄어 소득이 향상된 효과를 보게 된다. 하지만 이 기술과 가치가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또 다른 사적소유 형태와 결합하면서 택시업계와 노동자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만약 자발적인 카풀에 맞는 (사회적인) 온라인 플랫폼이 활성화 되면 택시업계는 완전히 몰락할 수도 있다. 그때에도 택시회사나 개인택시 기사들의 영업권(상품의 소유권)과 충돌할 테지만 적대적이지는 않다. 상품의 사적 소유권끼리의 충돌이 아니기 때문에 공유가치(사용가치) 생산에 맞는 온라인 플랫폼(사회적 생산수단)만이 신기술 도입에 따른 문제를 사회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생산수단으로서 플랫폼과 포털은 남의 자산을 동원해 저비용으로 산업을 제패해 나가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AI의 개발은 수많은 공공데이터는 물론이고, 실제 이용자들이 만들어낸 각종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그렇게 만들어진 AI는 독점기업의 온라인 플랫폼이 되고 포털이 된다. 사회적 영향력이 크고 독점화될 수 있는 영역에서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를 허용하지 않고, 공유가치와 공적가치(사용가치)를 지키는 것만이 이 모순을 해결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 운영되는 공공포털과 플랫폼이 나와야 하고, 알렉사, 네스트, 빅스비 같은 상업 AI가 아닌 ‘우리’라는 이름의 ‘공유 AI’가 나와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