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경마기수 사망은 갑질·부조리가 만든 타살”

유서 中, “보이지 않는 힘에서 그렇게 됐다는 건 알만 한 사람은 다 아는 얘기”

공공운수노조가 지난달 29일 발생한 경마기수 사망 사건과 관련해, 마사회의 다단계 갑질구조와 부조리로 인한 사회적 타살이라며 규탄하고 나섰다.

앞서 지난 29일 경마기수지부 소속 경마기수인 故 문중원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인은 이날 새벽 5시 경 동료에 의해 숙소 화장실에서 발견됐다. 故 문중원 씨는 2015년 조교사 면허를 취득한 후 조교사 발탁 기회를 5년 동안 기다리고 있는 경마기수였다.


공공운수노조는 2일 10시 30분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은 '마사회-마주-조교사'로 이어진 다단계 갑질구조 속에서 생존을 위해 목숨 걸고 경주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마방운영권한은 마사회 간부의 친분에 따라 낙점됐고, 고인은 자격을 따고도 5년이나 마방운영 기회를 받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조교사 면허가 있는 경마기수가 마사대부가 되려면 마방배정 심사를 거쳐야한다. 마사대부는 조교사 자격을 취득한 사람 중 마방을 배정받은 사람을 뜻한다. 현재 조교사면허를 취득하고 마사대부로 발탁되지 못한 인원은 전체 17명(서울경마본부 10명, 부산경남경마본부 7명)이고 이 중 기수가 7명, 말관리사가 10명이다.

현재 마사회가 조교사 면허를 교부하고 있지만, 마사대부로 발탁되기 위해서는 별도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노조 측은 마사회의 별도 심사절차가 불공정성과 부조리를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부산경남경마본부의 경우 최근 2년간 마사대부 발탁자의 면허취득 후 발탁까지의 기간이 평균 1년 6개월인데 반해, 적체인원은 최대 8년(고인 5년) 째 발탁되지 못하고 있다.


고인도 사망 전, 마사회를 믿을 수 없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겼다. 유서에는 “면허 딴 지 7년이 된 사람도 안주는 마방을 갓 면허 딴 사람들한테 먼저 주는 이런 더러운 경우만 생기는데. 그저 높으신 양반들과 친분이 없으면 안 되니.. 00형이 00선배보다 일찍 마방을 받았을 때도 보이지 않는 힘에서 그렇게 됐다는 건 알만 한 사람은 다 아는 얘기니까”라고 언급돼있다.

유가족은 고인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이 이루어질 때까지 장례를 치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고인의 아버지인 문군옥 씨는 “경마기사들이 속으로는 억울함이 많음에도 눈치 보느라 밖으로 말하지도 못하고 있다”며 “우리 아이 죽음을 계기로 조교사의 꿈을 키우는 동료·후배가 실망하지 않을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2년 전 박경근, 이현준 열사가 돌아가시고 마사회는 선진경마, 공존경마를 말했지만 바뀐 게 없다”며 “동지를 죽음으로 내 몬 진상을 밝혀내고, 마사회는 재발방지를 약속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마사회가 개선안을 내놓지 않을 시 투쟁 수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부산경남경마공원 선전전과 기자회견 등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운동을 비롯해, 12월 4일에는 고인의 장례식장에 집결해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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