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창원, 비정규직 대량해고 뒤 ‘하청 신규 채용’ 논란

비정규직노조 “기만적 상황…불법파견 피하려는 의도”

한국지엠 창원공장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585명이 해고 예고 통보를 받은 가운데, 신규 하청업체가 들어서 사원 모집을 공고했다. 여러 차례 불법파견 판결을 받은 한국지엠이 비정규직을 대량 해고하고 또다시 하청 인력을 양산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출처: 금속노조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

H사는 24일 “당사는 한국지엠 협력사로서 유능하고 성실한 직원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냈다. 공고된 일자리는 3개월짜리 단기계약직이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이하 노조)에 따르면 H사는 이번에 한국지엠과 새로 계약을 맺은 사내하청 업체다. 기존 한국지엠 7개 사내하청 업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12월 31일 계약을 만료한다고 통보한 바 있다.

노조는 “(한국지엠이) 일거리가 없다며 비정규직을 쫓아내고, 다시 신규 사원을 모집하는 기만적인 상황이 발생했다”고 반발했다. 노조는 “지난 12월 4일 하청업체에서 해고에 동의하고, 불법파견 소송을 취하하면 위로금을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신규 인원 발생 시 우선 채용하겠다고 했다. 이는 비정규직 대량해고와 1교대 전환의 목적이 불법파견의 책임을 피하려는 꼼수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26일 밝혔다. 한국지엠은 지금껏 불법파견 판결을 8차례나 받은 기업이다.

진환 노조 대의원은 <참세상>과의 통화에서 “현재 기간제 노동자들이 대거 공고에 참여했고, 무기계약직은 모집에 응했는지 정확히 파악은 안 된다”면서 “사측의 신규 모집 공고는 비정규직의 구조조정 반대 투쟁을 흔들고 불법파견을 계속 이어가려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지엠은 비정규직이 담당하는 사내하청 공정을 정규직에 넘기는 ‘인소싱’을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하청업체의 신규 모집 공고가 나온 만큼, 일부 공정은 계속 하청으로 운영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진 대의원은 “도어와 수출지원 공정은 인소싱이 아직 안 됐다”며 “해당 업체에 이 공정을 넘긴다는 얘기가 들린다”고 전했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가 공정 사수 투쟁을 벌이고 있다. [출처: 금속노조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

사측은 지난 23일 1교대 전환을 강행했다. 그러면서 인소싱 공정에 정규직 노동자들을 투입시켰다. 노조에 따르면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지키고 있는 공정에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들어서지 않았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6일인 지금까지 천막 농성 등 공정 사수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한편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창원지회(정규직노조)는 지난 12일 임시 대의원대회를 통해 ‘1교대 협의를 중단하고, 차기 집행부에 위임한다’고 결정했다. 2020년 1월 1일로 임기를 시작하는 정규직노조 장순용 당선자는 “교대제 변경은 현장의 동의가 우선”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사내 인소싱 공정의 배치 등 강제적 인사 조처는 노조를 부정하고, 노조 협의 절차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중차대한 사안”이라고 20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정규직 노동자들이 인소싱 공정에 투입되고 있어 현장의 혼란이 증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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