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노조위원장을 만날 확률, 7.8%

[이슈_ 여성은 노조위원장 하면 안 돼요?] 민주노총 여성 조합원 29만 명, 역대 위-수-사 여성 임원은 59석

2019년 11월 기준, 대한민국 경제활동인구는 2838만 명. 그 중 여성은 1224만 명(43.12%)이다. 여성 취업자 수 역시 1190만 명으로 전체의 43.27%를 차지한다. 여성 100명 당 남성 수가 100.5명인 남초 사회, OECD회원국 중 단연 최고의 성별임금격차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에서 천만 명이 넘는 여성들은 오늘도 노동을 하고, 일자리를 찾는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점 한 가지. 저임금과 불안정 노동의 최전선에 서 있는 여성노동자가 이렇게 많은데, 우리가 기억하는 여성 노조위원장은 몇 명이나 될까. 그리고 노동조합에서 여성 대표성은 어떻게 구현돼 왔을까.

그래서 한 번 조사해 봤다. 민주노총을 비롯해, (여성 연맹을 제외한) 15개 산별연맹, 그리고 16개 지역본부 에서 직선으로 선출된 역대 임원들의 성비를 분석했다. 어렴풋이 예상은 했건만, 예상을 뛰어넘는 통계가 나왔다. 설마 진짜 이럴 줄은 몰랐다.

민주노총 비롯해 15개 산별연맹 중 12곳, 역대 여성위원장 0명

대한민국 2500만 노동자의 대변인이자 유일무이한 내셔널센터. 최근 100만 조합원을 돌파한 전국민주노동 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역대 위원장-사무처장-수석 부위원장(위-수-사)의 성비를 조사했다. 민주노총은 1995년 11월 1기 지도부부터, 현재 9기 지도부까지, 총 13명의 위원장을 배출했다. 이들 중 여성은 없다. 13차례 선출된 사무총장에서 여성은 한 명뿐이다. 수석 부위원장 역시 13번의 선출이 이뤄졌지만, 여성이 역임한 횟수는 고작 2번이다. 역대 민주노총 위-수-사 선출직 39석 중 여성이 역임한 비율은 7.69%(3회)에 그친다.









부위원장의 경우, 전체 68석 중 여성 비율은 32.35% (22회)다. 민주노총이 2004년부터 임원 30% 이상을 여성으로 둔다는 ‘여성할당제’를 실시한 까닭이다. 하지만 여기에 위원장과 사무총장은 해당되지 않는다. 여성할당제 시행 이후에도 여성이 사무총장을 역임한 횟수가 한 차례에 불과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노동조합 선거는 후보자들이 위-수-사 형식의 러닝메이트로 출마해 선출되는데, 이들은 직선제로 선출되는 반면 부위원장은 대의원대회에서 간선제로 선출된다.

금속노조는 더욱 단출하다. 역대 위-수-사 32석 중 여성은 단 한 명뿐이다. 2001년 2기 지도부에서 한 차례 여성 사무처장을 배출했다. 금속노조에서 처음 이자 마지막으로 여성 사무처장을 지낸 인물은 바로 심상정 정의당 대표다. 여성할당제에 따라 부위원장을 역임한 여성 임원 역시 단 두 명에 불과하다. 금속노조는 지난 12월 치러진 지도부 선거에서도 여성할당 부위원장 후보를 세우지 못했다. 사실 금속노조는 성비 불균형이 심각한 대표적인 남초 조직이다. 약 18만 명의 조합원 중 여성은 약 1만여 명(6%) 정도다. 중요한 것은 여성 조합원 비율 대비 여성 위-수-사 임원 비율이 3.12%(1석)로 절반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공공운수노조는 어떨까. 지난 2007년 통합 연맹으로 창립한 후 현재까지 7대 위원장을 배출했다. 역시나 그 중 여성은 없다. 사무처장 6석 중 여성 임원이 역임한 횟수는 두 번. 한 명의 여성 임원이 사무처장을 두 차례 역임했다. 수석부위원장 3명 중에도 여성은 없다. 여성 조합원 비율이 30%인 공공운수노조에서, 역대 위-수-사(16석) 중 여성 비율은 12.5%(2석)에 불과하다. 여성 조합원 비율이 80%에 달하는 서비스연맹 역시 여성 위원장이 배출된 바 없다. 역대 위-수-사 19석 중 여성 1인이 세 차례 사무처장을 역임했을 뿐이다. 사무금융 연맹도 역대 위-수-사 25석 중 여성 사무처장을 한 명 배출하는 데 그쳤다.

16개 산별 중 6곳은 여성 직선 임원 없어

직선으로 선출되는 산별 중앙 임원 중 여성이 전무한 곳도 있다. 공무원노조는 역대 9대 위원장-사무처장 18석을 100% 남성이 역임했다. 공무원노조 여성조합원 비율이 약 40.64%로 적지 않은데도 그렇다. 교수노조 역시 10기까지의 위원장-수석부위원장 중 여성은 없다. 대학노조, 화학섬유연맹, 건설노조, 심지어 언론노조 까지도 여성 위-수-사 임원은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고 민주노총 산별연맹 중 여성 위원장이 전무했던 것은 아니다. 여성 조합원 비율이 높은 곳에서는 여성 위원장도 탄생한다. 전교조와 보건의료노조가 그렇다. 전교조는 역대 19대 지도부 중 4번에 걸쳐 여성위원장이 나왔다. 한 명이 재선을 했으니, 인물로는 여성 3인이 전교조 위원장을 거쳤다. 13대 (2007~2008년)가 마지막 여성 위원장 체제라는 것을 감안하면, 벌써 10년 넘게 여성 위원장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전교조는 위원장-수석부위원장이 러닝메이트로 출마하는 구조다. 수석부위원장의 경우 여성이 역임한 횟수가 더 많다. 역대 수석부위원장 19석 중 여성이 10석을 차지 했다. 이 같은 구조가 가능했던 것은, 전교조의 경우 위원장-수석부위원장 중 1인은 여성이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역대 전교조 위-수 38석 중 여성은 14석(36.84%)에 그친다. 전교조 내 여성 조합원 비율이 69.28%에 육박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다.

보건의료노조는 8대 지도부 중 무려 6번의 여성 위원장을 배출한 곳이다. 사무처장도 역대 8석 중 5번을, 수석부 위원장은 8석 중 3번을 여성이 역임했다. 역대 보건의료 노조 위-수-사 24석 중 여성이 역임한 비율은 58.33% (14석)로 상당히 높다. 하지만 이 또한 77.47%에 달하는 보건의료노조 여성 조합원 비율을 감안하면 다소 낮은 수치다. 비정규교수노조도 6대 위원장을 여성이 역임한 바 있다.

지역본부도 여성 위원장 0명... 임원 392석 중 여성은 20석

지역본부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민주노총 산하 16개 지역본부 역대 본부장 중 여성은 단 한명도 없다. 전체 선출직 본부장-수석부본부장-사무처장(부산본부 1~5기 제외) 392석 중 여성이 임원으로 역임한 비율은 5.10% (20석)에 불과했다. 2018년 12월 기준, 전체 지역본부 소속 조합원 8678명 중 여성 비율은 18.25%다. 여성 임원 비율이 여성 조합원 비율 대비 3배 이상 낮은 셈이다.






지역본부 사무처장 146석 중 8.21%(12석), 수석부본부장 95석 중 8.42%(8석) 정도가 여성 임원 비율이다. 동일 여성 임원이 재선하는 경우를 포함하면, 지역본부에서 여성 임원으로 배출된 인원은 17명에 그친다. 지역본부 중 가장 많이 여성 임원을 배출한 지역은 경기본부와 대구본부다. 각각 4차례 여성 임원을 선출했다. 인천 본부, 대전본부, 세종충남본부, 경남본부, 제주본부 등 5개 지역본부의 역대 본부장-수석부본부장-사무처장은 100%가 남성이다.


2019년 4월 기준, 민주노총 조합원 수는 101만4845명. 그 중 여성 조합원은 28.35%(28만7746명)다. 여성 조합원이 남성 대비 3배 이상 적다. 그렇다면 민주노총 15개 산별연맹과 16개 지역본부의 역대 임원 중 여성 비율은 얼마나 될까? 전체 위원장(본부장)수석부위원장-사무처장 756석 중 여성 임원 비율은 7.80%(59석)에 불과하다. 이 또한 여성 조합원 비율 대비 4배가량 낮은 수치다.

현재 민주노총 가맹 사업장 여성 대표성은?

물론 과거는 과거일 뿐. 중요한 것은 현재 민주노총 가맹 사업장의 여성 대표성 수준일 테다. 민주노총 여성위원회는 지난해 10월 15일, 노동조합의 성평등 지수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은 16개 가맹조직 중 10개 조직의 252개 사업장을 중심으로 진행됐다.1 설문조사 결과, 현재 교섭 단위 조직에서의 노조 대표자 성별은 남성이 88.05%에 달했다. 여성은 고작 11.9%다. 과거에도 여성이 노조 대표자를 역임한 바 없다는 비율도 84.13%였다.

[출처: 민주노총 여성위원회]


[출처: 민주노총 여성위원회]


[출처: 민주노총 여성위원회]

앞서 밝혔듯, 민주노총은 2004년부터 여성할당제를 시행하고 있다. 민주노총 임원과 대의원, 중앙위원 등에 여성할당 임원 30%를 배치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가맹 산하 조직도 여성할당제 시행을 위한 규약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설문조사 결과, 여성할당제 규약(규칙)이 존재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19.05%에 불과했다. 규약을 제정하지 않았다는 응답자는 73.02%였다. 특히 의사 결정 및 교섭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임원 및 교섭위원 등에서 여성할당제가 거의 시행되지 않고 있었다. 임원 여성할당의 경우 84.92%가, 교섭위원 여성할당의 경우 92.06%의 조직이 해당 규약이 없다고 답했다.

[출처: 민주노총 여성위원회]

그렇다면 대표자가 아니더라도, 집행 및 의결 기구에서 발언권을 갖는 여성 임원은 얼마나 될까? 조사 결과, 여성 임원이 없다고 답한 비율은 48.02%, 무응답은 5.95%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54%의 조직에 여성임원이 없다는 말이다. 심지어 대의원 중 여성이 없다고 답하거나 응답을 하지 않은 비율도 46.43%에 달했다. 노사 교섭 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는 교섭위원의 여성비율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여성위원회에 따르면, 응답 조직의 38%가 여성 교섭위원이 단 한명도 없다고 답했다. 무응답 비율까지 더하면 57.54%의 사업장이 여성 교섭위원을 두고 있지 않다는 말이다.

[출처: 민주노총 여성위원회]

상황이 이러하니, 단체협약을 통해 성차별 고용 관행을 바꿔내는 것에도 무리가 따른다. 단협상 ‘동일노동 동일임금 협약’이 체결되지 않은 사업장은 35.32%, ‘고용형태에 따른 임금차별 금지 협약’이 체결되지 않은 사업장은 42.06%, ‘채용 시 성차별 금지 협약’이 체결되지 않는 사업장은 34.92%다. ‘전환 시 성차별 금지’, ‘승진 시 성차별 금지’, ‘기간제·임시직 사용 시 성차별 금지’ 협약이 없는 곳도 각각 55.38%, 44.62%, 58.33%다. ‘채용 시 여성 할당 협약’이 존재하지 않는 곳은 81.75%에 달한다.

단체협약 조항으로 존재한다 해도, 실제로 이행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채용 시 여성 할당이 이행되고 있다는 비율은 17.6%에 그쳤고, 전환 시 성차별을 하지 않는다는 비율도 36%에 불과했다. 승진 차별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응답은 44%였다. 민주노총 여성위원회는 “고용과정에서의 성차별에 대한 단협 이행 여부는 실제 체결한 내용보다 미흡하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이러한 응답은 성차별적 고용관행이 현장에서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각주>
1  민주노총 여성위원회는 “비교적 민주노총 가맹노조 구성 비율에 근거해 조사됐으나 남성 집중 사업장인 금속노조의 응답이 많았고, 여성이 많은 전교조와 여성연맹, 서비스연맹이 조사에 응하지 않아 여성대표성을 드러내는 데 오차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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