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마공원 기수·말관리사 7명이 목숨을 끊은 이유

“무한경쟁과 승자독식 체제가 부산에서 가장 심각하게 나타나”

부산경남경마공원(부산경마공원)에서 7명의 기수·말관리사가 사망한 이유가 ‘조교사 개인 고용’, ‘순위상금으로 임금 지급’ 등의 원인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윤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실, 고문중원기수시민대책위, 정의당 노동본부는 3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에서 ‘부산경마공원 기수, 말관리사 7명은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 토론회를 열고 마사회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실태를 진단했다.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는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죽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선진경마’라는 이름의 무한경쟁과 승자독식 체제가 부산에서 가장 심각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마사회는 1993년 개인마주제 전환과 함께 조교사, 기수, 말관리사의 직접 고용관계를 해지했다. 노동자들이 고용·소득의 불안정성을 제기하자 말관리사의 경우 조교사협회와 고용관계를 맺도록 했다. 또한 순위상금의 일부를 분할해 기수·말관리사에게 기본급 형태로 지급되는 ‘부가순위상금’을 도입하기도 했다.

반면 부산경마공원은 2004년 개장 때부터 ‘선진경마’를 내걸고 다른 운영방식을 도입했다. 말관리사를 조교사협회가 아닌 조교사 개인이 고용하도록 했으며 순위상금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택했다.

부산경마공원은 조교사가 말관리사를 개별 고용함으로써 조교사의 권한이 더 커졌다. 실제로 2017년 ‘말관리사 고용구조개선 연구’에 따르면 부산경마공원 말관리사의 76.5%가 ‘조교사와의 갈등 시 실직위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전체 평균 64.8%보다 높은 수치다. 경마기수도 다르지 않다. 2019년 공공운수노조가 진행한 ‘경마기수 실태조사’ 결과 ‘부당한 지시에 대해 기수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이란 질문에 71.22%가 ‘어쩔 수 없이 그냥 지금처럼 탄다’고 답변했다.

또한 경마기수의 산업재해율도 30%로 심각한 수준이었다. 이는 말관리사의 3배, 타산업 평균재해율(0.6~0.7%)의 50배다. 전주희 전 김용균특조위 조사위원은 “기수의 재해율은 특별히 경마가 위험해서라기보다 한국적 경마산업의 독점과 도박, 그리고 외주화 정책이 맞물려 위험이 구조화돼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기수와 말관리사의 노동자성 보장과 마사회의 책임을 강조했다. 김혜진 상임활동가는 “경마주체들의 임금·노동조건 등 모든 점에서 마사회가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고용의 형식을 빌미로 자신들의 책임을 외면해선 안 된다”며 “기수노조를 인정하고 마사회는 노조와의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수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역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가 임금근로자·비임금근로자를 포괄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이상, 마사회의 지배력 범위에 조응하는 단체교섭의무부담은 보다 간명한 측면이 존재한다”며 “기수와 말관리사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노동조합과의 교섭에 나서야 한다는 결론에 동의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