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공, ‘직접고용’ 컨설팅 받고도…자회사 졸속 추진

[이슈]중앙컨설팅단 회의록, 상생협의체 회의록 종합 분석

한국도로공사 중앙컨설팅단이 자회사 설립을 두고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의 유효성을 훼손”한다며 “직접고용이 가장 명쾌한 방안”이라고 밝혔는데도 도로공사가 자회사 설립을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워커스》는 한국도로공사의 중앙컨설팅단 회의록(2017년 2월~2019년 5월), 한국도로공사서비스 자회사의 상생협의체 회의록 (2018년 12월 11일~2019년 7월 10일)을 입수해 자회사 설립 논의 과정을 분석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을 지원하기 위해 중앙컨설팅단을 꾸리고 노사 협의를 중재해 왔다.

[출처: 김한주 기자]

도로공사 중앙컨설팅팀 3명은 노사를 대상으로 정규직 전환 관련 컨설팅 회의를 진행했다. 이들은 2017년 8월 25일 2차 회의서부터 “노측 합의 없는 자회사 방향 수립은 매우 위험”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또 정규직 전환 협의를 위해서는 도로공사가 스마트톨링 도입 시 인력 운영계획 등 상황별 전환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산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사측은 2017년 12월 7일 컨설팅 회의에서 스마트톨링 도입이 2020년으로 예정돼 있기 때문에 정규직 전환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아울러 스마트톨링에 따른 소요 인원은 3500명 정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반면 노측은 50대 이상의 요금수납원 연령 분포를 고려하면 연착륙이 가능하지 않겠냐면서 그 대안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실제로 도로공사는 지난 9월 국정감사 때 윤영일 국회의원실에 “스마트톨링 도입 시기는 2022년 이후로 연기”했다며 “도입에 장기간 소요되므로 정년퇴직 등 자연감소를 감안해 인위적 구조조정 없이 필요인력에 도달할 때까지 연착륙을 유도”하겠다는 답변서를 제출한 바 있다. 스마트톨링을 이유로 정규직 전환을 거부한 당위성을 공사가 스스로 철회한 것이다.

하지만 사측은 컨설팅과 노사전협의가 진행 중인데도 자회사 설립 설명회를 강행해 민주노총 민주연합노조와 한국노총 톨게이트 노조의 반발을 샀다. 2018년 7월 10일 컨설팅회의에서 컨설팅단은 자회사 수용 서명을 강요한 것을 두고 해명을 요구했고, 사측은 직접고용은 불가, 자회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같은 해 7월 31일 회의에서는 민주노총, 한국노총 톨게이트노조가 직접고용 시 직무급 체계를 수용할 의사가 있다고 전했지만, 사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회사 문제점 숱하게 제기됐는데 ‘졸속 처리’

컨설팅단은 2018년 7월 31일 각 방안의 장단점을 보고서에 정리 했는데, 직접고용의 장점은 △정부의 정규직화 정책을 충실히 구현 △대법원에서도 노동자 승소가 거의 확실시되기 때문에 판결대로 집행 △과거 톨게이트에서 관리자 역할을 했던 정규직 (600여 명)의 업무를 확보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단점으로는 △정규직과의 정서적 격차 및 노무관리 부담 △소수 입장이라는 점만 적었다.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직접고용안이 “가장 단순명쾌한 방안”이라며 “법적 문제를 해소하고 인력 운영을 효율화할 수 있으며, 직무급 도입으로 미래 임금에 대한 부담을 제거할 경우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직무급제는 요금수납 노동자의 임금 체계를 기존 정규직과 따로 두기 때문에 임금 차별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지만, 노동자들이 직무급제 적용을 동의했기 때문에 비용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반면 자회사안의 장점으로는 △정규직과의 갈등을 원천적으로 배제 및 공사 조직 비대화 방지 △미래 임금에 대한 부담(현재의 법원 판결을 토대로 향후 임금 기준에 대한 노동자들의 문제제기 부담)을 원천적으로 배제한다고 설명했고, 단점으로는 △임금 30% 인상 시 국민 부담이 증가 △향후 (톨게이트) 통행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 가능 △별도의 관리직 인원이 필요해 조직 운영의 비효율성 문제가 있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자회사안에 대해 “정부의 비정규직 정책의 유효성을 훼손하고 원칙에 위배”되며 “조직 운영에서도 이중 관리라는 비효율성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보고서에 남겼다.

노사전협의회는 9월 11일 보고서를 통해 노사 간, 회사와 전문가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활동을 잠정 종결한다고 밝혔다. 9월 5일 사측이 민주노총 근로자대표를 제외한 다른 근로자대표들과 자회사안에 서명한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컨설팅단은 이 상황을 전하며 “도로공사는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이 발표된 이후에도 일관되게 (정규직) 전환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 왔으며 스마트톨링 시스템 도입을 이유로 정규직으로 전환할 의사가 없음을 표명했다”고 꼬집었다. 또 “(자회사 비동의 노동자들은 법원 판결로) 직접고용이 기대되는 상황”이라며 “오히려 정규직화 정책에 의해 고용조건이 더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합리적’ 전환 거부자로 분류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에 대한 보호 방안 마련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이를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이후 2018년 12월 11일부터 열린 ‘요금수납원 자회사 상생협의체’ 기록에서도 논의가 졸속으로 이뤄진 정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협의체에는 사측과 자회사에 동의한 한국도로공사영업소노동조합과 한국도로공사서비스노동조합, 기업노조 대표들만이 참여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톨게이트노조는 빠졌다. 실제 회의록을 살펴보면 2019년 4월 17일 사측이 요금수납원 임금 체계를 설명하고 5월 24일 확정 짓는다. 또 6월 26일 회의에서는 자회사 출범 이후 인력 부족 문제가 불거지니 기간제가 충원되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을 공유하고. 자회사 전환 동의자에게 1백만 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한다고 결정했다. 김종명 ex-servixe새노동조합 사무처장은 “해당 협의체는 사측의 일방적인 정책 전달 통로였다”며 “이곳에서 처우 개선 등 자회사 노동자들의 의견은 전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주훈 민주일반연맹 기획실장은 “도로공사의 자회사 추진과 설립 후 과정을 보면 협의는 형식이고, 내용은 이미 자체적으로 결정한 것을 협의체 내에서 관철하는 형태였다”며 “도로공사의 폭력적 일방주의는 자회사 설립 과정에서, 집단해고 사태 해결 과정에서 그 민낯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한편《워커스》는 도로공사에 ‘정규직 전환 노사전문가협의회’ 전체 회의록에 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공사 측은 ‘영업상 비밀’에 해당한다며 비공개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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