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의 외주화, 인권위권고 이행하라"

산안법 개정안, 태안화력 김용균·구의역 김군 등 하청노동자 사망사고 작업 빠져있어

40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위험의 외주화 금지 인권위 권고 이행과 산안법 개정을 촉구했다. 이들은 15일 오전 10시 서울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부는 ‘산재사고사망 절반 감소’ 핵심대책으로 주창해 왔던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의 현장 무력화 대책을 수립하고, 후퇴와 개악을 반복한 산안법과 하위법령의 개정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간접고용노동자 노동인권 증진을 위한 제도개선 권고’를 발표했다. 인권위 권고는 △도급범위 확대 △노동3권 보장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2018년 12월 태안화력 하청비정규노동자 김용균의 죽음 이후 노동사회단체의 요구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이 개정됐다. 하지만 개정 산안법에 따르면 도금작업, 수은·납 가열작업 등 화학적 요인에 대해서만 도급을 금지하고 있다. 위험의 외주화 사망사고로 사회적 이슈가 된 2016년 구의역 하청노동자, 2018년 태안화력 하청노동자의 작업은 여전히 도급이 가능하다.

인권위는 권고문에서 “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작업은 화학적 요인에 한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변화된 산업구조에서 각 산업별 특수성과 작업요소(작업장, 작업공정, 작업환경, 기계 및 설비) 등에 따라 다양한 유해위험 요인이 존재하나, 개정 산안법은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활동가는 “최근 인권위에서 노동권 관련 권고가 부쩍 높아지고 있다. 이는 노동관련 법이 노동자 보호를 위한 것이 아니라 권리침해가 극심한 법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며 “특히 고용노동부가 법의 미비를 핑계 삼아 사실상 인권침해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한 굉장히 심각한 경고”라고 말했다.

이들은 산안법 개정안에는 산재사망 기업에 대한 최소한 징역형 도입과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에 대한 전면 작업중지 명령도 없다고 지적했다. 박세민 금속노조 노안실장은 “개정 산안법은 사고가 난 똑같은 설비·작업에서만 작업중지를 내리고 있다. 일례로 500톤 프레스를 다루는 노동자가 깔려 죽어도 200톤, 2000톤 작업은 중지시킬 수 없다. 결국 사업장에 대한 예방대책 수립법안은 발생한 사고를 수습하는 정도”라고 전했다.

또한 인권위는 사내 하청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을 위한 원청의 책임도 강조했다. 권고안은 노조법 제 2조의 개정을 통한 사용자 정의 확대와 원청의 단체교섭의무를 명시하는 방안의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을 할 수 있도록 관련 노조법을 개정하는 등 원청의 부당노동행위 책임 확대를 권고하기도 했다.

유희원 희망연대노조 LG헬로비전 비정규직 지부 사무국장은 “식사시간, 쉬는 시간도 없이 각종 고객지표를 맞추기 위해 스트레스 속에서 업무를 해왔다”며 “일하다 사람이 죽어도 아무도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다. 하청업체는 본청을 탓하고 본청은 하청에서 알아서 하라고 한다. 작년에만 3명의 동료들이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다. 이런 문제는 가장 빨리 해결돼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노동부는 오는 20일까지 인권위 권고에 대한 답변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